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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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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외모 콤플렉스
웃통 벗고 남성미를 뽐냈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근 공개된 사진에서 '하이힐' 이른바 키높이 구두를 신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의 키 콤플렉스 논란이다. 1m70㎝ 정도라고 한다. 어릴 적부터 유도에 심취했던 그는 대학에서 대련 도중에 친구를 숨지게 했다고 한다. 졸업 후 KGB에 들어갔다. 체첸 전쟁 당시 푸틴은 수호이 27기를 직접 몰고 공군기지에 가기도 했다. 2010년에는 용인대에서 명예 유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러시아제국의 부활을 꿈꾸고 세계를 괴롭히는 그가 키 콤플렉스가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푸틴과 키가 비슷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은도 키높이 구두 애호가다. 1m90㎝대에 육박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하게 보이는 데 일조했다.1980년대 일본 자민당 총재와 총리를 지낸 나카소네 야스히로. 1m80㎝로 덩치가 있는 데다 미남이었다. 영화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함께 서 있어도 키와 외모에서 전혀 꿀리지 않았다. 오히려 낫다는 평가도 있었다. 일본 민족의 왜소 콤플렉스를 한 방에 날려줬다.국내에선 정치인들의 보톡스 시술과 성형이 유행이라고 한다. 한 달 정도 매스컴에서 종적을 감췄다가 나타난다. 전에 봤던 그 정치인이 맞는지 눈을 의심할 정도다. 60대 초반이 40대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저녁 생활고를 겪던 50대 엄마와 20대 딸이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물속에 뛰어들었다 경찰의 설득으로 구조됐다. 난방비 급등과 물가 상승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는 취약계층이 많다. 정치인이 자신의 외모 가꾸는 데 집중하는 만큼 민생에 그 열정을 쏟으면 어떨까. 장용택 논설위원
[월요칼럼] 飮水思源(음수사원)
윤석열 대통령이 외국에만 나가면 탈 난다고 한다. 야당은 '외교 참사'라 부른다. 침소봉대(針小棒大)한 측면도 있지만 그리 틀린 지적은 아니다. 대통령 본인 문제일까. 참모들의 실수일까. 정부 여당으로선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벌써 네 번째다. 대통령 말 한마디 한마디가 특히 외국 나들이에선 더욱 엄중해야 한다. 외교에선 흥분은 금물이다. 본의 아닌 실수라면 해명이나 사과를 해야 한다.국민의힘도 이에 못지않다.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당 대표 선거에 불출마키로 했다. 당의 분열과 혼란을 막기 위해서란다. 양손에 떡을 쥐고 있다가 모두 놓쳤다. '배부른 고양이는 결코 쥐를 잡지 않는다'는 속담이 들어맞았다.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이는 작태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골대를 옮겼다. 권리 당원 100% 투표로 당 대표를 뽑는 것으로 정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내년 4·1 총선에서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는 게 목표다. 걸림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쳐낸다. 난리 통이다. '연포탕'이니 '철새'니 하며 비꼬니 상대는 '진흙탕'이라고 되받았다.정책이나 인물대결은 없다. 오직 '윤(尹)심'만 있다. 초선 대부분이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아사리판이 따로 없다. 총선에선 투표 당시 대통령 지지율과 늘 연동된다.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중 최하이다. 입심이 센 의원과 당직자들을 내세워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덧셈의 정치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뺄셈의 정치를 하고 있으니.민주당도 '이(李)심'만 쳐다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그제 대장동 관련 혐의로 검찰에 출두했다. 두 번째다. 그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화나 민주당을 위해서 하다가 생긴 게 아니다. 개인의 일이며,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돌출됐다. 그런데도 25일 당 소속 의원 168명에게 기본사회위원회 참여 독려 편지를 보냈다. 단일대오 때문이다. 자신의 비리 의혹 해소에 왜 당과 지지층을 끌어들이는가.대한민국엔 '윤심'과 '이심' 그리고 '당(黨)심'만 있다. '민심'은 실종됐다. 민심을 빙자한 광기만 난무한다. 소크라테스는 인생살이에서 친구와 적이 있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친구는 충고를, 적은 경고를 하기 때문이다. 여야 스스로 개혁하기는 힘들다. 방법은 있다. 상대방의 지적을 차용하면 된다. 정치권은 자신의 잘못은 보지 못하지만 상대방에겐 진심 어린 충고를 쏟아낸다.정치인들은 민심은 뒤로 한 채 막가파식 처신을 한다. 대통령 사면권이 뒷배여서다. 중죄를 지어도 최대 5년간 수감되면 석방이다. 잦은 사면권 행사는 법치주의 근간을 파괴한다.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씨가 모친의 사면을 공개 요구한 게 그 증좌다. 세상사 부질없다. 체스 시합이 끝나면 왕이나 졸할 것 없이 몽땅 체스 통에 들어간다. 가장 쓸데없는 걱정 가운데 으뜸은 정치인 걱정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민초(民草)들은 배부른 정치인 걱정에 날밤을 지새운다. 단군 이래 최초로 G7에 들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오지랖 넓고 어리석은 국민 덕분이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이 생각난다. '물 마실 때도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공복(公僕)은 누구를 위해 종을 울려야 하나.장용택 논설위원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정치인 자녀
한 래퍼가 노엘의 음주운전 징역형, 경찰관 폭행, 음주운전 운전자 바꿔치기 논란, 미성년자 시절 성매매 시도 의혹 등을 언급하며 디스하는 노래를 냈다. 이어 노엘은 지난 13일 사운드클라우드에 '강강강?'이라는 맞디스곡을 내놨으나 곧바로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에 휩싸였다. 가사 중 '전두환 시대였다면 네가 나 건드리면 가지. 바로 지하실'이라는 대목 때문이다.젊은 래퍼끼리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웃어넘길 수 있다. 주목받는 이유는 노엘이 윤핵관 장제원 의원 아들이어서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아빠가 대통령이란 얘기"라며 비꼬았다. 노엘의 조부는 부산에서 재선을 했다. 장 의원도 부산 3선 국회의원이다. 명문가 출신인 노엘의 기행과 일탈이 만만찮다.자식 때문에 고초를 겪었던 유력 정치인이 많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으로 대권을 놓쳤다. 1999년 이 총재의 '젊은 피 수혈'의 일환으로 정치에 입문했던 '남원정' 멤버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아들의 군 복무 중 성추행 등으로 정치를 접었다. 정몽준 전 의원은 2014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수락 연설을 하면서 막내아들의 '국민 정서 미개 발언'에 대해 울먹이며 사과했다. 고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의 사위였던 고승덕 변호사는 고시 3관왕으로, 대통령시험이 있으면 바로 합격할 정도로 수재였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도중 딸이 '아버지는 교육감 돼선 안 된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후보 수락 연설 도중 갑자기 "딸아 미안하다"라고 샤우팅을 했다. 독설가로 이름난 장 의원의 경우 '아들이 원수'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용산이 뚫리다니
지난해 12월26일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규모에 대해 우리 군의 설명이 우왕좌왕한다. 군이 밝힌 5대가 아니라 12대라는 주장이 나온다. 또 '용산 안 뚫렸다'고 강력 부인하다가 무인기 진입을 뒤늦게 시인했다. 용산 대통령실마저 뚫렸다는 것이다. 무인기 침공 경보조차 발령하지 않는 등 혼란이 야기된 터에 이게 무슨 변괴인가. 사실 조사와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할 엄중한 사안이다. 국방위 국감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무인기 폭이 2m라고 했다. 5m는 돼야 무기 탑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큰 위협은 되지 않았다는 투였다. 한심하다. 생화학물질을 서울 상공에 살포했다면 어찌할 뻔했나. 이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었다.서울은 휴전선에서 불과 30여㎞ 떨어진 위치에 있다. 인구의 절반이 산다. 또 산업시설 등 모든 게 집중돼 있다. 역대 정권이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무시한 결과다. 이번 무인기 침공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이 있다. 국토균형발전이다. 수도권의 대학과 첨단산업 공장을 분산 배치해야 한다. 유사시를 대비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지방소멸을 막고 세계 최저인 합계출산율을 높일 특효약이기도 하다.우리는 프랑스·일본을 제치고 국가 영향력 세계 6위에 올랐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한편으로 사상누각(砂上樓閣)이다. 영리한 산토끼는 굴을 세 개나 판다지 않나. 우리는 수도권 한 곳에 모든 것이 몰려있다. 휴전선 인접한 곳에 사람과 산업이 집중된 것은 전략적인 국토활용법이 아니다. '국토균형발전'은 토끼의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이자 책략이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斷腸(단장)
지난 10월29일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 며칠 뒤였다. 70대 초반의 할머니가 기자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있을 수 없는 비극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창자가 끊어지는 단장(斷腸)의 아픔은 실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결혼은커녕 자식을 낳아서 길러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라고 반문했다. 부모에겐 눈감을 때까지 '자식은 애물단지'다. 말썽을 피울 땐 욱하는 감정으로 간혹 "너를 키우니 개를 키우겠다. 당장 나가라"라고 고함치기까지 한다. 가출하면 당장은 눈앞에 없어서 속이 후련하지만 금세 찾아 나서는 게 부모 마음이다.이태원 참사 관련 혐오 발언과 행동이 도를 넘었다. 점잖기로 소문난 국민의힘 국회의원까지 가세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막말을 했던 인사들은 입을 다문다. 후과(後果)가 무서운 줄 안다. 22대 총선 공천에 목숨을 건 국회의원·원외 인사들은 막 나간다. 위기관리 능력이 논란되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며칠 전 뜬금없이 유가족들을 찾았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돌아오던 중 무단횡단을 해서 빈축을 샀다.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유족을 지나치다가 면박을 당했다.이태원 참사 초기 희생자 부검 및 소지품 관련 마약 검사를 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이어지는 2차 가해는 가히 테러 수준이다. 당리당략이 국민의 목숨보다 소중한가. 지금은 추모하고 애도해야 할 시간이지 시시덕거릴 때가 아니다. 보수는 1년 뒤 총선에서 과반 의석 달성에 성공할 것인가. 만약 실패한다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공감 능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일 테다. 장용택 논설위원
[월요칼럼] '죗값 더치페이'
지난 11일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가 뽑혔다. 절반이 넘는 교수들이 추천한 이 사자성어의 뜻은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도 나온다. 연산군이 소인배를 기용하는 것에 신료(臣僚)들이 반대했지만 고치지 않고 있음을 비판하는 대목이 실록에 있다. 세종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후회하면서 이를 고치려는 흔적이 전해진다. 성군(聖君)과 혼군(昏君)을 구별하는 것은 나뭇잎 두께 한 장 차이다.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가 이제 10여 일 남았다.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지난 3월9일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0.73%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국민의힘이 진보를 눌렀다. 그 기세를 몰아서 6·1 지방선거에서도 압승했다. 하지만 '정부와 집권 여당이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고 있는가'란 질문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취임 200일이 넘었지만 아직도 위태위태하다는 평가가 많다. 취임 초 내각 인사 등에서 자신의 측근은 물론 법률가와 올드보이를 앉혔다. 신선함·능력 모두 기대 이하였다. 이태원 압사 참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 49재를 넘긴 지금 관련자 수사는 하세월이다. 핑계 대기에 바쁜 정부에 국민은 지쳤다.집권 여당은 어떤가. '내로남불'만 외쳐댄다. 거대 야당이 뒷다리를 잡는다고 호들갑이다. 당 내부 사정도 마찬가지다. 개혁은커녕 MZ세대를 대표하는 이준석 전 대표 내쫓기에 집중했다. 윤심(尹心)을 파는 윤핵관들 간 이전투구는 볼 만했다. 이젠 당 대표 선출 방법을 놓고 다툰다. 윤핵관은 공공연하게 유승민 당내 진입 금지가 목표라고 한다. 이러면 22대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가. 용산출장소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싸다. 또 거친 입도 매를 부르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상 교통 사고'니 '시체팔이'니 해서 곤욕을 치렀는데도 그대로다. 권성동·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의 이태원 참사 비하 발언에 이어, 김미나 창원시의원 등이 가세했다. 최근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10대가 참사 트라우마로 세상을 등졌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발언을 해서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민주당은 이재명 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단군 이래 최대의 치적이라 자랑했던 대장동 사건으로 속앓이 중이다. 대장동 관련자들은 일제히 '내가 지은 죄만큼 벌 받겠다'고 입을 열고 있다. '음식값 더치페이'는 들어봤어도 '죗값 더치페이'는 처음이다. 그간 핵심 관련자 여러 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핵심 키맨 김만배도 최근 자해를 했다. 이 대표는 취임 100일이 지났지만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단 한마디의 해명과 거취표명이 없다. 생뚱맞게 민생 행보 중이다.'웅덩이 속의 물고기 두 마리'란 우화가 있다. 욕심 많은 물고기는 '이웃이 없으면 더 많이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결국 친구를 죽였고, 며칠 동안 호의호식했지만 곧 죽고 말았다. 웅덩이가 이웃 물고기 사체에 오염됐기 때문이다. 생태계를 공유하는 사이일수록 서로 도와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내년은 계묘년(癸卯年) 토끼띠 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이 불현듯 떠오른다.장용택 논설위원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좀비 바이러스
지난 4일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프랑스·러시아·독일 연구진이 시베리아 야쿠츠크 지역 영구동토에서 5만여 년 전 호수 밑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바이러스를 포함, 인류가 처음 보는 바이러스 13종을 발견했다고 한다. 일부는 3만여 년 전에 죽은 시베리아 늑대의 창자에서 나왔다.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는 아메바에게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람이나 가축 등에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활성화 속성을 갖고 있어서 '좀비 바이러스'라고도 한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영구동토가 녹고 있기 때문이다. 영구동토는 여름에도 녹지 않고 최소 2년에서 수만 년까지 빙점 이하로 유지되는 지하토양이다.전 세계 숲의 30%나 되는 북극 주변 아한대 침엽수림조차 급감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잦은 산불과 병해충의 증가도 침엽수 생육을 막는다. 방치하면 조만간 침엽수림이 대초원으로 변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모기떼가 창궐해 주민과 가축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영구동토층에 저장된 1조6천억t의 탄소마저 뿜어져 나오면 설상가상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14세기부터 400년간 지속한 소빙하기의 경우 지구 평균 기온이 0.2℃가 내려갔는데도 대기근과 흑사병이 세계를 강타했다. 산업혁명 200여 년 만에 지구 평균 기온이 1.1℃ 상승했다. 이 추세라면 남극 대륙 빙하까지 모두 녹을 수밖에 없다. 해수면이 평균 57m나 올라간다. 올해 유례없는 가뭄·홍수·산불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지구가 말기암을 앓고 있다. 칼과 창을 녹여서 지구온난화를 막을 보습과 낫을 만들 때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번개 작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9일 주한미군 평택기지에서 '아리온스멧(Arion-SMET)'의 성능 시연회를 가졌다. 아리온스멧은 '야지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소형 다목적 무인차량'의 영어 약자다. 외형은 6개의 바퀴와 차체, 적재공간, 센서 및 각종 통제장치, 무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바퀴는 공기압이 없는 상용 에어리스 타이어를 장착한다. 차체 장갑은 7.62㎜ 탄을 막아내며, 적재 중량은 550㎏까지다. 적재 공간엔 환자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감시정찰 임무 장비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또 사람이나 차량을 인식해 원격무장이 표적을 자동으로 추적한다. 소리와 음압을 통해 총성이 발생한 위치를 탐지한 뒤 총성 발생 방향으로 원격무장의 총구를 지향한다. 이러니 세계 최강인 미군이 달려들 수밖에.1971년 11월 박정희 대통령이 긴급병기개발지시를 내렸다. 한 달 안에 예비군 20개 사단 무장에 필요한 무기로 소총·기관총·박격포·로켓발사기 등의 1차 시제품을 제작하라고 지시했다. '번개처럼 빨리 만들라'고 해서 사업 명칭이 '번개사업'으로 지어졌다. 해당 무기 설계도는커녕 무기 제작 기반조차 없는 상태인데도 해냈다. 당시 시제품이었던 M2 카빈총 원형 등이 전쟁기념관에서 전시되고 있다.우리나라 자주국방은 맨주먹으로 시작했던 태동기를 거쳐 50여 년 만에 K방산으로 성장했다. 애국심으로 가득 찬 국방 인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려스러운 것은 국방 두뇌 유출이다. 유능한 인재를 붙잡아두려면 합당한 대우가 우선이다. 무작정 애국심에 호소하는 시대는 지났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심폐소생술
지난 15일 미국 LA에서 국내 항공사 소속 여성 승무원 A씨가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피습당했다. 9세 아이를 보호하려다 중상을 입었다. 괴한이 피해 어린이를 쫓아가자 어린이 몸을 감싸 안았고, 괴한은 A씨를 다섯 군데 이상을 찔렀다. 응급 의료진들은 "A씨가 병원에 이송될 때도 본인은 괜찮으니 다른 사람들을 먼저 구하라고 말했다"면서 "12년 근무하는 동안 이렇게 침착하게 행동하는 환자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며칠 전 부산 앞바다에서 파라세일링 체험을 하던 모자가 20분여 만에 구조됐다. 보트에 연결된 패러글라이더가 하늘에서 옴짝달싹도 못 하자 행인 20여 명이 줄을 당겨서 이들을 구조했다. 우리 몸엔 위험한 상황을 보고는 지나치지 못하게 하는 유전자가 있는 모양이다. 이태원 압사 참사 때도 유감없이 이런 기제(機制)가 작동했다.대구보건대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심폐소생술 졸업인증제를 실시하고 있어 화제다. 2015년부터 연간 2천여 명의 졸업생이 이 과정을 이수했다고 한다. 대구보건대는 심폐소생술 외에도 생명안전·환자안전·재난안전과 관련된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졸업생이 지역의 안전 파수꾼으로서 활약이 대단하다. 지역 각급 기관의 안전 교육의 메카로도 자리매김했다.10대들이 최근 햄버거처럼 층층이 몸을 쌓는 이른바 이태원 압사 놀이를 재미 삼아 하고 있다니 경악할 노릇이다. 학교와 가정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야 한다. 정치인도 이태원 참사를 정쟁거리로만 삼지 말고 심폐소생술 등 안전교육부터 받는 것은 어떨까. 민심을 얻는 것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장용택 논설위원
[월요칼럼] 측근이냐, 국민이냐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 검사 출신을 금융감독원장에 임명했다. 고위 법관으로 재직 중인 기자의 지인은 이에 쓴소리를 했다. 사석에서도 정치 언급은 삼갔던 그였다. 금감원 파견 이력으로 수장이 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했다. 법원을 비롯한 각 기관에서 금감원 파견을 한다고 했다. 이런 인사를 하면 나중에 탈 난다고 봤다. 아니나 다를까 법조인과 올드 보이가 정부 요직을 꿰찼다. 결과는 어떤가.자식을 보자. 오냐오냐하면 무책임하고 버르장머리 없는 응석받이가 된다. 반려동물이나 측근도 마찬가지다. 유능한 '스타 장관'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허구한 날 까칠하게 쌈박질이나 한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대통령실 국감장에서 '웃기고 있네'라는 낙서로 물의를 빚었다. 이게 스타 장관인가. 사고뭉치 측근만 끼고돌다간 임명권자가 민심을 잃는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이 있는 국무총리·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모두 대통령이 임명했다. 취임 첫 인사여서 의중이 크게 실렸을 테다. 공교롭게 모두 대통령보다 늦게 이태원 참사 소식을 알았다니 피를 토할 노릇 아닌가.경찰청 특수본은 보름째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소방 노조에선 현장에서 몸을 던져 구조에 나섰던 하급직만 때려잡는다고 들고 일어날 태세다. 지휘부가 신속한 상황 파악과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선 만만한 일선 실무자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다고 한다. 며칠 전 수사받던 용산경찰서 정보계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역사적으로 훌륭한 장수들은 전장에서 진두지휘했다. 아니면 자식이나 사위를 최선봉에 세웠다. 칭기즈칸도 그랬다. 이러니 장졸들과 백성들이 믿고 따를 수밖에. 윤 대통령의 측근 사랑은 유별나다. 측근의 무책임과 방종은 도를 넘었다. 유례가 없는 참사에 고작 하는 말이라곤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거다. 아무도 사의 표명하지 않았다.진실은 언젠가 드러난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당일 행적도 거짓투성이였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사건 당일 자택에 머물렀던 모양이다. 그러고선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싶지 않겠나"라고 했다. 상식 밖의 언사다.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어땠나. 세월호 참사가 나자마자 곧바로 사의를 표명하고 6개월 동안 수습에 매달렸다. 책임지려는 그의 모습에 유가족과 국민은 감동했다. 현 정부에서 이럴 인사가 있기는 한가. 대형 로펌에 한자리 얻으려고 동분서주할 게 뻔하다.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이 흘렀다. 여론조사를 비롯한 각종 지표는 기대 이하다. 반등하려면 결단해야 한다. 능력 없는 측근과 국민 가운데 선택해야 한다. 국민만 바라보려면 능력 없는 측근은 내쳐야 한다. 최근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실 국감장에서 주호영 운영위원장이 딴짓하던 김 홍보수석을 쫓아냈다. 속 시원했다는 여론이 많다. 세월호 참사 당시 나름 고초를 겪은 경험 때문일 테다. 정부 여당에선 마뜩잖아 한다니 이 무슨 변괴(變怪)인가.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든든한 뒷배였던 보수 싱크탱크들은 이 와중에도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집단 지성조차 입을 닫았다. 어딘가 크게 고장 났다는 소리다. 여권은 빨리 감지하고 제대로 고쳐야 한다. 그런데도 엇길로만 가고 있다.장용택 논설위원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SPC의 기행
지난달 15일 오전 6시쯤 SPC그룹 계열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무자 A씨가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여 숨졌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이틀 후 사과문을 발표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언급하자 또다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앞으로 3년 동안 안전관리 강화에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직원의 사망 사고 이후에도 문제의 생산라인을 통해 빵 수만 개를 제조해서 팔다가 불매운동에 봉착했다.최근 이 회사 직원이 대전고용노동청 직원 가방에 든 감독계획서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됐다. 제빵 공장 근로자 사망, 계열사 직원 손가락 부상에 이어 이번 몰래 촬영으로 경영진이 한 달 만에 무려 네 번이나 사과를 했다. 결국 검찰이 지난 8일 '일감 몰아주기'와 '경영진 배임' 의혹으로 SPC그룹 본사 및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며 허 회장 등 총수 일가를 겨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허 회장 등을 고발한 지 2년 만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젠 기행을 일삼는 기업으로 낙인찍혔다. 과거 한화 김승연 회장은 검은 장갑을 낀 주먹으로 아들을 폭행한 조직폭력배의 턱을 강타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큰딸의 땅콩회항으로 드러난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 SK 최태원 회장 사촌동생의 직원 맷값 폭행이 회자됐다. 한동안 뜸하더니만 '샤니'로 대표되는 제빵 그룹 SPC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SPC는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부디 자사 직원 안전에만 신경 쓰길 바란다. 지금 국민은 정치인들의 기이한 언행만으로도 언짢다. 기업인들까지 가세하니 시름이 깊어진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이태원 참사
이태원 압사 참사 다음 날 새벽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사고 원인이 '청와대 이전 때문'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가 '빛삭'(빛의 속도로 삭제)했다. 도대체 제정신인가. 150여 명의 20·30대들이 졸지에 목숨을 잃었는데도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민주연구원 부원장들이 최근 표 깎아 먹는 데 열일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어떤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참사 발생 18시간 만에 슬그머니 나타났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했다고 해결될 수 없었다"고 했다. 여당 국회의원들조차 이 장관에게 퇴진하라고 한다.3년 만에 치러진 노마스크 문화행사다. 지난달 28일부터 참사의 전조가 보였다고 한다. 10만명이 왔다는 이태원에 경찰 병력 137명으로 통제가 되겠는가. 진보·보수 진영 집회 질서유지에만 몰두했다. 주최자 없는 문화 축제라고 방관했다가 속수무책이 된 게 아닌가. 지자체장은 관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라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법규에 없으니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우길 텐가. 도의적인 책임은 없는가. 사고 수습 후 책임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길이다.여야 국회의원들이 정쟁을 일삼는 만큼만 신경 썼다면 이런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는 늘 안전사고에 대비한다고 했지만 헛구호에 그쳤다. 이번에도 참사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활동에 앞장 선 이들은 바로 시민이었다. 정치를 향한 국민 분노가 임계점을 넘었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밥 한 끼
구리 료헤이가 1988년 발표해 일본열도를 울린 단편소설 '우동 한 그릇'이 떠오른다.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시내 한 우동집에서의 일이다. 어린 아들 둘을 데리고 온 어머니가 우동 1인분을 시켜도 되느냐고 물었다. 주인 내외는 괜찮다면서 1.5인분을 제공하고 1인분 값만 받았다. 가장을 잃고 형편이 어려웠던 이들 모자는 10여 년 후 두 아들이 성공해서 우동집을 다시 찾는다는 게 줄거리다. 손님이 거북하지 않도록 배려한 우동집 주인 내외의 마음 씀씀이가 녹아있다.최근 고급 승용차를 타고 여러 명이 식당에서 음식을 시켜 먹고는 줄행랑치는 일이 잦다고 한다. 재룟값은 천정부지에다 손님마저 줄어든 식당 주인 입장에선 죽을 맛이다. 어려운 사정을 얘기하면 식사비를 받지 않을 터이지만. 화가 난 식당 주인이 CCTV 동영상을 공개하니 그제야 음식값을 송금한다고 한다. 먹튀 당사자들의 영상공개를 잘못했다간 명예훼손으로 도리어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해서 술잔 등에 찍힌 지문감식을 통해 검거해야 한다니. 세상인심이 참 각박하다.며칠 전 김건희 여사가 소리 소문 없이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사회복지 시설을 찾아 두 시간 동안 설거지를 했다고 한다. 이 시설을 운영하는 외국인 신부가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최근 적십자사 바자회에도 참석했다. 일거수일투족이 논란의 중심이 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봉사활동이 의미 있다. 묵묵히 하다 보면 진심이 알려질 날이 온다. 다음엔 1천원짜리 아침 학식을 제공하는 대학 구내식당에서 하면 어떨까.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스토킹
한용운 선생은 시 '인연'에 '가다가 멈추면/ 다시 한번 더 보고 싶다는 것이요/ 뛰다가 전봇대에 기대어 울면/ 오직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뜻이다'란 구절이 나온다. 조지훈 선생은 '사모'에서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이라고 노래했다. 이토록 구구절절 가슴을 후벼 파는 사랑의 시가 있을까. 반세기 전에 느꼈던 그 애틋함이 지금도 되살아난다.과거엔 한 번 프러포즈해서 안 되면 될 때까지 시도해야만 '사내답다'고 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십벌지목(十伐之木)'. 사랑의 증좌였다. 지금은 스토킹 범죄이다. 헤어진 전 여친이나 짝사랑하던 상대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사건이 잦다. 끔찍한 살인으로 이어진다. 법원은 스토킹 범죄를 법정최고형으로 다스린다.북유럽 국가에선 혼전에 평균 10여 명과 교제를 한다. 이혼율도 50%를 넘는다. 백년해로는 드물다. 우리도 이런 풍조를 따라간다. 뒷마무리도 거칠기 짝이 없다. 상대에게 애걸복걸하다가 수틀리면 폭력을 행사한다. 이별할 땐 시쳇말로 '쿨'해야 한다. 상대가 싫다고 하면 거기서 멈춰야 한다. 더 나가면 지옥문이 기다린다.시인 박인환은 '세월이 가면'이란 시에서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다'고 읊조렸다. 목숨과도 맞바꿀 것 같았던 그 뜨겁던 사랑. 세월이 흐르면 사그라져서 한 줌의 재가 될 뿐이다. '살아보니 영원한 것은 없더라'란 말이 있다. 진작 깨달았더라면. 장용택 논설위원
[월요칼럼] 상갓집 개와 씨감자
법원이 지난 6일 오후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함으로써 정진석 비대위 체제가 동력을 얻었다. 국민의힘에선 이날 오전 이양희 윤리위원장 임기를 1년 연장했다. 법원 판단 이후 열린 윤리위원회에서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를 1년 추가함으로써 정지 기간이 1년6개월로 늘어났다. 이 전 대표의 당 복귀는 사실상 봉쇄됐다.석 달 가까이 끌었던 이준석 거취 문제는 일단락됐다.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들은 앓던 이를 뺀 기분이어선지 표정 관리에 바쁘다. 이제 당권 경쟁에 분주하다. 차기 당 대표는 1년6개월 남은 22대 총선에서 의원 공천권을 쥔다. 자만해선 안 된다. 불과 몇 달 전으로 돌아가 보자. 정권교체지수가 월등히 높았다. 결과는 0.73%포인트 차 신승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선거가 이틀만 뒤에 치러졌더라면…' 하고 땅을 쳤다. 쟁쟁한 중진을 물리치고 '0선·30대' 당 대표라는 헌정사상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이 전 대표. 대선에서 MZ세대 표를 모았다. 대선 승리에 그 나름 역할을 했다.대선 기간과 이후에 그의 튀는 행동이 거슬렸을 테다. 윤핵관과 사사건건 부딪쳤고 결국 당 윤리위에 제소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를 읽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 전 대표를 내치는 데 합세했다. 온 동네가 나선 꼴이었다. 이 과정에서 윤핵관을 비롯한 대다수 의원이 보인 행동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보수 진영에서조차 '상갓집 개'에 비유했다. 삶은 돼지고기를 얻어먹으려 기웃거리는 비루한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웃으니 어쨌거나 목표 달성은 한 모양이다. 속단은 이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다. 당 지지율도 민주당에 비해 처진다. 여권 내 자살골은 여전하다. 한마디 사과면 쉽게 끝날 일을 적반하장(賊反荷杖)식으로 일관한다. 이러니 여론이 반등하겠는가.정기국회 국감에선 169석 거대 야당에 휘둘린다. 특별한 모멘텀이 없다면 차기 총선에서 과반 이상 의석 확보는 쉽지 않다. 이러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 확보가 여의치 않다. 이 전 대표의 지적처럼 당내 중진들은 만년 보수 지역에서 선수(選數)를 쌓았다. 박빙의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이기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청년층을 대변하는 이 전 대표를 내친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목숨 걸고 지켜야 했던 씨감자를 삶아 먹었다'며 가슴을 치는 순간이 온다. 사법 리스크에 우왕좌왕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보면서 안도하다간 큰일 난다. 당장 당내 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 전 대표의 개혁 발언 가운데 약이 될만한 것은 과감하게 차용하라.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글로벌 복합위기로 국내 경기조차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월급과 자식 학교 성적 빼곤 모두 올랐다고 한다. 환율은 달러당 1,500원대에 육박한다. 삼성전자마저 비틀거린다. 치안상황도 말이 아니다. 사흘돌이로 스토킹 관련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마약 청정국이라던 우리나라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마약류 성분이 검출된다.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집권 여당이 이 전 대표를 토사구팽(兎死狗烹)했던 그 기세로 달려들면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차악 후보 가운데 선택해야만 했다. 이 때문인지 국정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이 깨어있어야 한다.장용택 논설위원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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