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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6주년 사람과 지역의 가치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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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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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야경, 아름답지만
연말이다. 사람들로 붐비는 도시 밤거리는 더욱 강렬한 조명 불빛으로 출렁댄다. 광고조명에 이런저런 장식조명까지 어우러져 밤거리를 환히 밝힌다. 1800년대 말 토머스 에디슨이 뉴욕 거리에 처음으로 백열전구를 밝힌 이후 전기 조명은 현대 인류에게 새로운 삶을 안겨줬다. 각양각색의 인공조명 덕분에 한밤에도 집과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고 야외 거리에서도 대낮처럼 활동할 수 있다.아무리 좋은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 현대 인류는 말 그대로 넘쳐나는 조명으로 인해 '빛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삶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것이지만 과도한 빛이 인간 건강까지 해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심야에 일정 밝기 이상의 빛에 노출되면 생체리듬 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간교대 근무가 잦은 사람에게 유방암, 대사증후군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동·식물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식물은 밤낮 구분이 안 돼 정상적인 성장이 어려워진다. 야행성 동물은 짝짓기와 사냥이 제대로 안 돼 생존 위협을 당한다.한국은 빛 공해가 심각한 나라다. 빛 공해 정도가 주요 20개국(G20) 중 둘째로 높다는 연구 결과를 허투루 볼 일이 아니다. 빛 공해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전국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빛 공해 차단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대구시는 올해 8개 구·군을 대상으로 조사해 '빛 공해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44.7%가 빛 방사 허용기준을 초과했다. 별도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6%가 조명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다고 했다. 인공조명 관리에 관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68%나 됐다. 대구시도 빛 공해가 심각한 만큼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조만간 종합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야경이 아름답지만 건강을 해친다면 그것은 독이다. 인간에게는 물론 우리와 함께 사는 동·식물에도 어둠을 만끽할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한다. 김수영 논설위원
'여성 봉사단체' 국제소롭티미스트 미주연합회 창립 100주년 심포지엄
국제소롭티미스트 한국협회는 국제소롭티미스트 미주연합회(SIA) 창립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지난 1일 대구 수성호텔에서 열었다. 〈사진〉이날 행사에서는 자선음악회와 경매를 통해 어려운 환경의 여성과 소녀들을 돕기 위한 기금을 마련했다. 또 같은 날 '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듭시다'는 슬로건을 걸고 성폭력 방지 캠페인도 진행했다.국제소롭티미스트는 1921년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80여 명의 전문직 여성들이 만든 봉사단체로 시작했다. 현재는 121개국에서 7만2천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자원봉사 단체다. 한국협회는 1966년 서울클럽의 인준으로 출발했다. 현재 전국 각 지역에 41개 클럽을 운영 중이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김수영의 피플] 홍덕률 사학진흥재단 이사장 "고등교육 정부 재정투자,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국사학진흥재단 홍덕률(64) 이사장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보지 않으면 그냥 대구·경북 사람이려니 생각한다. 대구대 교수를 거쳐 총장을 지내고 대구사이버대 총장, 경북도 평생교육진흥원장, 경북행복재단 이사장 등을 두루 거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고향은 인천이다. 대학 시절은 서울에서 보냈다. 타지 출신이지만 30여 년간 지역에 살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해 왔으니 지역 사람이라 여기는 게 당연하다. 두 개 대학의 총장을 지내면서 인재 양성에 앞장서 왔던 그가 지난 6월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지역 출신이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사립대학 총장 출신이 수장을 맡은 전례도 없었다.지방 사립대 재정 위기는 지역인재 양성의 위기'고등교육 재정 교부금법' 적극적인 입법 절실해사립대 경영 투명하게 공개 국민 공감대 얻어야회생 가능성 없는 부실 사학은 과감한 정리 필요폐교대학 구성원 피해·충격 최소화 최선 다할 것▶오랜 시간 대학에 있다가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학에서 1년 정도 정년을 남겨놓고 떠난 것으로 아는데."8년여의 대구대 총장과 4년 가까운 대구사이버대 총장을 지내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 원 없이 일했다. 오랜 분규로부터 대학을 정상화하기 위해, 각종 국가사업에 도전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환경과 취·창업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름의 성과가 있어 보람을 느꼈다. 학교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자연스레 마지막 역할을 고민하게 됐다. 그동안 쌓은 경험을 활용해 위기에 처한 사립대학을 돕고 싶어 재단에 왔다."▶비수도권 사립대학 총장 출신이 이사장을 맡아 어려움을 겪는 지방 사립대학들의 기대가 큰 것으로 안다."이사장에 취임한 뒤 전국의 사립대학 총장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 대학 상황이 너무 어려우니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이 많았다."▶사립대학의 가장 큰 어려움은."재정난이다. 13년째 등록금이 동결됐고 학생 수는 급감한 데 반해 인건비를 비롯한 경상비 등 지출은 증가했다. 사립대학 대부분이 최소한 필요한 교육의 질조차 유지하기 버거울 정도다. 낡은 시설 교체도 어려운 상황이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신규 투자는 엄두도 낼 수 없다. 교육환경은 악화되고, 교수들은 더 많은 강의에 내몰리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폐교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데."재정난 때문에 파산하는 대학도 있다. 재정 문제는 지방 사립대학에서 더 심각하다. 폐교한 대학이 있던 지역은 경제와 문화까지 무너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학의 위기는 고등교육과 인재양성의 위기를 의미한다. 이는 국가와 미래의 위기로 이어진다. 재학생들과 지역사회, 교수와 교직원들의 피해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재단이 폐교 및 청산 절차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가려 한다. 최근 재단이 '폐교 대학 종합관리기관'으로 일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과 재단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였다. 폐교로 인한 대학 구성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사립대학의 위기 극복 방안이 있다면."재정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사립대학의 재정은 보통 세 가지로 확충된다. 첫째 등록금 수입, 둘째 기부금 수입, 셋째 국가로부터의 재정수입이다. 우리나라의 대학등록금 수준은 절대 낮지 않다.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등록금 인상은 답이 아니다. 기부금 수입도 기대난망이다. 유일한 답은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투자를 늘리는 것이다."▶재정투자를 늘릴 방안은."OECD 국가들의 고등교육 재정 정부 부담은 GDP 대비 평균 1%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0.7% 미만이다. 정부 재정투자를 OECD 평균으로 끌어올리는 게 최선이다. '고등교육 재정 교부금법'이 국회에 발의돼 있는데 적극적인 심의와 입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저항 논리가 만만치 않아 지지부진하다."▶정부의 재정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사립대학의 경영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국민에게 대학재정이 교육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건전하게 쓰인다는 신뢰를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재단의 비리, 대학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 등이 없어야 한다. 둘째는 이미 대학의 기능을 심각하게 상실한 부실 사학을 정리하는 것이다. 대학을 엄정하게 평가해 어려움을 겪는 한계 사학 가운데 회생 가능성이 있는 대학은 지원해 구제하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대학은 안타깝지만 폐교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학령인구 감소도 문제다."학령인구 감소로 재정 위기가 더 심각해졌다. 재단에서 이 위기를 잘 넘기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 향후 3년간 학령인구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힘든 고비가 될 것이다. 재단은 고유사업인 융자사업은 물론 행복기숙사 사업(대학에 기숙사를 지어주는 사업)의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최대한 많은 학교가 혜택을 누리게 할 계획이다. 급변하는 고등교육 환경에서 대학들이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대학경영 컨설팅사업과 사학 교육행정 연수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재단이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할 일은."사립대학에 필요한 사업들을 기획해서 교육부와 국회를 상대로 입법 내지는 정책화하는 일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일선 대학의 고민을 풀어갈 방법 등과 관련해서는 재단 임직원들이 가장 뛰어난 전문가들이다. 재단 전문가들이 주어진 사업을 잘 집행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책을 구상하고 입안하는 역할, 즉 정책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겠다."▶재단의 중장기 발전 전략도 추진 중이다."취임 후 곧바로 '비전 2030' 기획을 위한 중장기 발전전략 TF팀을 발족 시켜 최근 최종안을 보고받았다. 12월 3일, 창립 32주년 기념식 때 공식 선포하고 전 직원들과 재단의 미래 비전, 신규 사업들을 공유할 예정이다. 다시 뛰는 재단으로 새 출발한다." ▶'비전 2030'에서 그리는 미래 발전 방향은."첫째 '학생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지금까지 해온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융자사업, 행복기숙사 건립 사업뿐만 아니라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발굴하고 강화해 나갈 것이다. 둘째 사립대학들의 재정난을 덜어주기 위해 대학들에 필요한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확충할 계획이다. 대학의 신뢰 회복과 재정 건전화를 위한 다양한 신규 사업도 준비 중이다. 셋째 '혁신적인 미래 교육 기반 조성'을 위해 고등교육 정책을 선도하고 공유기반의 미래 교육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넷째 'ESG 경영체제 구축'을 위해 사회적 가치 실현을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 고객 중심형 경영 인프라 혁신을 이루려 한다. 4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학교를 튼튼하게, 학생을 행복하게, 미래 교육 선도기관'이라는 새로운 비전도 설정했다." sykim@yeongnam.com한국사학진흥재단 홍덕률 이사장은 "학령인구 감소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학교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사립대학들이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 주는 사업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자유성] 연말인데…
'해바라기' 하면 떠오르는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불운한 천재였다. 현재는 그의 작품이 세계 최고가에 팔리지만, 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만 팔린 이름 없는 예술가였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가난 속에 살았던 고흐는 죽을 때까지 자신을 돌봐 주었던 동생 테오와 수백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이 편지는 '영혼의 편지'라는 책으로 나와 유명해졌다. 책을 보면 동생에게 생활비를 받아 가며 팔리지 않는 그림을 그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화가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고흐에게는 그림 그리는 것과 함께 또 하나 즐거움이 있었다. 사랑하는 동생과 편지로 소통하고 형제애를 확인하는 것이었다.'풀밭 위의 점심' '올랭피아' 등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1832~1883)는 따스한 정과 위트 넘친 인물이었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모네 등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화가들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인간미 넘치는 모습은 정물화 '아스파라거스 다발'에 얽힌 일화에서도 알 수 있다. 마네는 이 작품을 절친한 컬렉터 샤를 에프루시에게 팔았다. 마네는 작품 가격으로 800프랑을 제시했지만,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든 에프루시는 통 크게 1천프랑을 줬다. 고마움을 느낀 마네는 아스파라거스 한 줄기가 선반에 떨어져 있는 작은 그림을 그려 에프루시에게 다시 보냈다. "자네가 가져간 다발에서 한 줄기가 떨어져 있어서 추가로 보내네." 따뜻한 우정과 배려가 느껴지는 일화다. 예술가를 아끼는 컬렉터의 마음과 그 고마움을 예술로 화답하는 예술가의 멋스러움을 확인할 수 있다.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연말을 맞았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그냥 넘어갔던 다양한 연말모임이 올해는 되살아날 조짐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로 만남의 기회를 잃고 소원했던 관계를 연말모임을 통해 되살려 보려는 것이다. 꼭 만나야만 정이 날까. 고흐·마네의 일화를 보면서 색다르게 정과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도 생각해보게 된다. 김수영 논설위원
[월요칼럼] 표절보다 더 무서운 자기 복제
대구에서 꽤 유명한 한 화가가 몇 년째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화풍을 바꾸고 싶은데 아직 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작가는 20년 넘게 같은 그림을 그리는 데 지쳐 있다. 그의 그림이 인기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작가는 작업할 때마다 창작보단 반복적인 노동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새로운 화풍을 찾기 위한 지난한 그의 시도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뤽 베송 감독의 영화 '레옹'을 본 뒤의 감동을 잊지 못해 그의 다른 영화 '키스 오브 드래곤'을 보고 느꼈던 실망감이 문득 떠올랐다. 범죄 드라마였지만, 신선했던 레옹을 생각하며 봤던 키스 오브 드래곤에서 내 기대는 처참히 깨졌다. 무대와 출연진만 바뀌었을 뿐 레옹의 재탕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특유의 진지함은 사라지고 한 영화평론가의 말처럼 '영화적 재미의 단순 재생산에만 집착하는 영화기술자'의 흔적만 가득했다. 한편으론 이해할 만도 했다. 유명한 '사계'의 작곡가 비발디마저 '똑같은 작품을 400곡이나 쓴 자기 곡을 표절한 작곡가(이고르 스트라빈스키·작곡가)'란 혹평을 받았는데 자본주의 논리로 돌아가는 영화계에서 자신의 흥행작을 재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바야흐로 미술시장이 활황기에 접어들었다. 갈 곳 없는 막대한 자금이 미술시장에 몰리면서 그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최근 열린 대구아트페어에서도 사상 최대 매출(98억원) 기록을 세웠다. 코로나19 사태로 꽁꽁 얼어붙은 미술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니 다행이다. 그래서 더 두렵기도 하다. 잘 팔리기 때문에 더 많은 자기복제를 할 수밖에 없는 화가의 고민이 눈에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는 족족 팔리는데 어떻게 다른 시도를 하겠는가. 시간적 여유가 없고, 컬렉터도 세상에 잘 알려진 화풍의 그림을 좋아한다.예술계에서 잊을 만하면 터지는 이슈 중 하나가 표절이다. 표절은 그림 등을 그릴 때 남의 작품 일부를 몰래 따다 쓰는 행위를 가리킨다. 타인의 작품을 베끼되 출처를 밝히는 모방과는 다르다. 예술은 흔히 모방으로 시작되지만, 그 속에서 자신만의 독창성을 만들어간다. 모방을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는 이유다. 고흐가 평생 존경했던 밀레의 작품을 모방해 그린 것은 유명하다. 모방으로 시작하는 타인 복제가 시발점이 돼 자신의 독창성을 만드는 게 예술이다 보니 표절이나 자기복제에 빠지기 쉽다. 둘 다 위험하나 표절보다 더 위험한 게 자기 복제다. 표절은 외부 제재가 가해질 수 있지만 자기복제는 그렇지 않다. 특히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컬렉터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는 미술시장에서 자기복제라는 달콤한 유혹에서 빠져나오긴 어렵다. 지역화단만 보더라도 변화 없이 한 화풍을 수십 년째 고집하는 화가가 허다하다.타인보다 자신과 싸움이 더 힘든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을 이김으로써 한층 성숙해진다. 역사에 길이 남는 작품은 단순히 보이는 결과물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작품 속에 숨겨진 작가의 삶·철학 등이 모두 예술의 가치가 된다. 그래서 결과물이 빈약하더라도 예술가의 연구·시도는 존중받는다. 벽지보다 못한 그림이란 비아냥을 받았던 모네의 '인상-해돋이', 소변기를 내놨다며 전시조차 거부당했던 뒤샹의 '샘'만 해도 그렇다. 표절을 넘어서 자기복제를 끊어내려는 작가의 고민에 손뼉을 쳐주고 싶은 이유다. "작품이 마음에 들기 시작하면 다른 그림을 그릴 때가 된 것"이라는 한 원로 화가의 말이 답이다.김수영 논설위원김수영 논설위원
[제28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심사평…책의 핵심, 경험으로 풀어내는 능력 탁월
독서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지만 영남일보의 책읽기 상 독서감상문 모집에는 많은 응모자들이 독후감을 보내주었다. 독서감상문 공모전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에 감사드린다.<대학·일반부 심사평>대학 일반부는 여러 작품 중 '숲은 고요하지 않다'라는 책을 읽고 '통해야 산다'는 주제로 독후감을 쓴 조재근(경북 경산시 대학로 16길 32)씨를 최우수로 선정했다. 조씨는 숲속 방대한 생물종이 나누는 소통방식에 대한 감탄과 놀라움을 잘 표현하고 정리해냈다. 이런 숲속 소통 방식을 소통이 중요한 현 시대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한 조직 생활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이 갔다. 자신도 '복돌이'라는 이름의 푸들을 8년간 키운 경험이 있다고 소개하고 그 반려견과 가족 간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해 이해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자연과 인간의 소통 차이점을 지적했다. 꽃과 꿀벌의 공생관계처럼 자연의 소통은 뛰어나고 서로 도움을 주지만 정작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끼리의 소통은 때로는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언급했다.우수작에는 곽종상씨와 채선희씨 작품을 선정했다. 80대 후반인 곽씨는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라는 도서를 읽고 '내 하고픈 거 언제 할까?'를 주제로 자신의 경험담과 자신의 상황에 걸맞은 글을 썼다. "내 생각대로 살아 봐야지"하는 생각은 늘 하면서도 아내의 반대, 모자라는 돈 등의 여건들이 맞지 않아 실천하지 못했다고 반성하면서 친구들과 동부인으로 2박3일 동해안 여행을 다녀 온 경험담을 사실감 있게 전했다. 역시 우수작으로 선정된 채선희씨는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읽고 감상문을 썼다. 채씨는 이 책에 대해 한마디로 "SF소설에 걸맞은 참신한 소재에 작가의 오차 없는 수학적 계산이 가미된 진짜 소설"이라는 극찬을 했다. 책의 서술방식이 아주 체계적인 데 감탄했고, 어떻게 허구의 것을 현실적으로 그렇게 잘 나타낼 수 있었는지 놀랍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씨는 책 속 내용에 나오는 인간과 다른 종족과의 따뜻한 우정에 대해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응모작품들 수준이 상향 평준화돼 서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주어 동사 간 주술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비문이나 오·탈자 문장도 여전했다. 중고교생도 아닌 대학 일반부 응모작에서 단어 철자가 틀리고 오탈자가 나온다는 것은 심각한 현상이다. 작품 내용이 아무리 참신해도 오탈자가 나온다면 그 작품은 수상작으로 넣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중·고등부 심사평>본선에 오른 중·고등부 응모작품 수준이 매우 뛰어나서 우열을 가르기가 힘들 정도였다. 추천 도서를 읽고 거기서 받은 감명을 자신의 경우와 대비해서 소감을 밝히는 능력이 뛰어났다.응모작 가운데 최우수상으로 각각 박지찬(카자흐스탄 악토베 19번 학교·중 2학년 과정)군과 조영관(영천 금호중 3년)군을 뽑았다. 박군은 부모의 선택으로 카자흐스탄으로 가게 됐고, 이역만리 낯선 곳에서의 정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감상문에 절절하게 서술했다. 추천 도서 '처음이에요. 가족이지만'을 읽으면서 부모님의 고생하는 모습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면서 "부모님 몰래 슬퍼서 우는 자식들의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가족은 부족한 존재들로 이뤄진 곳으로, 가족 간 갈등도 있지만,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끝맺음했다.조군은 '체험학습으로 만나는 제주 신화'를 읽고 독후감을 썼다. 그리스 신화에 버금가는 1만8천편의 신화 및 설화를 갖고 있는 제주의 기후 등이 신화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면서 "어릴 때부터 그리스 로마신화를 접했지만 이에 못지않은 제주 신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우리 고유의 신화를 소재로 한 웹툰 창작물이 많이 만들어지길 빈다"라고 했다. 독서 감상문을 넘어 기성세대가 새겨들을 만한 어젠다를 제시했다.이번 심사에서 중·고생의 수준에 맞는 어휘와 문장을 구사한 응모작에 높은 점수를 줬다. 주의할 점을 하나 덧붙이자면 과도한 첨삭 등은 지양했으면 한다. 오히려 글쓰기를 멀리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초등부 심사평>전체적으로 응모작의 수준이 높은 편이었지만 단번에 최우수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전체 글의 흐름이 안정적이면서 책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낸 네 편의 작품을 우선 뽑은 뒤 몇 차례 읽고 최우수작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약간 어설퍼 보일 수 있지만, 나이에 맞게 솔직하고 창의적으로 쓴 글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줬다.최우수작 2편은 모두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이라는 책에 대한 독후감이었다. 책을 읽은 뒤 자신이 경험했던 일과 비교해가며 생각을 잘 표현했다. 김민정(대구 다사초등 4년) 학생은 초등학교 1년 때 전학 온 뒤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와 '투명인간'처럼 지냈던 상황을 주인공 릴리의 행동을 통해 되돌아보며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김하은(수원 효천초등 6년) 학생은 자신이 싫어하는 모습을 가진 릴리의 행동을 보면서 자신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져나가는 글로 눈길을 끌었다.초등부 전체의 독후감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성의있게 쓴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의 수준차가 컸다. 주어와 동사의 연결이 안 되는 비문, 어색한 어휘 사용, 책의 내용만 빽빽하게 적어놓은 글 등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오자와 탈자도 제법 많았다. 부모님이나 형·누나 등 가족이 도와준 글 같은 응모작들도 가끔 보여 아쉬웠다. 그래도 예년과 비교해 독후감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책 읽은 느낌을 제대로 담아 내려 한 글이 많았다.■ 심사위원: 영남일보 이재윤·원도혁·장용택·김수영 논설위원
[자유성] 대구예술아카이브
대구시의 문화예술아카이브 구축사업이 본격화됐다. 이 사업은 흩어져 있는 지역 문화예술 자료를 발굴, 정리하는 프로젝트다. 아카이브가 구축돼야 지역 문화예술의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다. 2013년 문을 연 대구예술발전소가 중심이 돼 사업을 시작했으나 전담 인력 부족 등으로 사업이 동력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7월 대구시가 전담조직을 만들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오랜 현장 네트워크를 갖춘 '대구문화' 발간 인력을 투입해 전담조직을 꾸렸다.먼저 작고 예술인을 중심으로 한 자료 수집, 생존 원로 예술인 구술 기록화 사업을 추진하는 등 과거 대구지역 문화예술의 기억과 흔적을 되살리고 이를 정리하는 작업에 속도를 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성과도 있다. 수집한 문화예술자료를 시민이 볼 수 있도록 한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열린 수장고'를 대구예술발전소 3층에 조성해 지난 4월 문 열었다.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고 이 대화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간다. 결국 역사를 잊으면 미래도 없다. 그래서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이 중요하고 그들이 가진 자료 역시 소중하다. 옛것을 찾아내고 보존해야 하는 이유다. 예술인 개인이나 단체의 역사를 기록한 자료를 모으면 한 도시 혹은 나라의 예술역사는 물론 사회 전반의 변천 과정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워낙 방대한 작업이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사람의 협조가 필요하다. 역사적 기록이라 시간이 흐르면 유실될 가능성이 커 빨리해야 할 작업이기도 하다. 분야가 넓어 장기간 지속해서 사업비를 투입해야 한다.꼭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문화예술 아카이브 구축사업이 늦게나마 본격화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몇 명 되지 않는 대구문화 발간 인력이 아카이브 구축이라는 큰 업무를 추가로 맡다 보니 업무 가중은 불 보듯 뻔하다.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충원이 시급하다. 대구문화예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인력이 제때 충원되지 않으면 아카이브 구축이 자칫 보여주기식 자료축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김수영 논설위원
대구 수성문화원 창립 16주년 기념식 성황리 개최
대구 수성문화원(원장 윤종현)은 지난 12일 문화원 강당에서 김대권 수성구청장, 조용성 수성구의회 의장 등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성문화원 창립 16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걸스카우트 대구연맹 '대구, 골목 속으로' 행사 가져
한국걸스카우트 대구연맹은 지난 13일 2021년 대구사랑운동기금 사업으로 '외국인과 함께 하는 걸스카우트- 역사와 문화가 있는 대구, 골목 속으로'를 열었다.
[김수영의 피플] 김영애 前 대구시 시민안전실장 "감염병 사태 극복하려면 병원·전문가집단과 협력 중요"
지난 7월 퇴임한 김영애(57) 전 대구시 시민안전실장은 재직 당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주목받은 공무원이었다. 의료인 출신인 데다 민선 지방자치 이후 대구시 첫 여성 2급 공무원으로 발탁돼 눈길을 끌었다.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재난관리 분야 컨트롤 타워인 시민안전실장까지 맡아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지난해 초 대구에서 시작된 1차 대유행 당시에는 감염병과 다소 거리가 있는 시민행복교육국장으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시기구인 코로나19비상대응본부에서 환자분류 및 의료기관 대응반을 맡았다. 중증·경증환자 분류 및 입·퇴원 관리, 병원 협조체계 구축, 환자 이송 지원 등 핵심 방역대책을 진두지휘했다. 물불 가리지 않고 일만 해왔던 그가 퇴직 3년을 앞두고 명예퇴직을 했다. "직장생활을 더 오래 하다가는 인생 2막을 시작할 용기마저 잃을 것 같아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한다. 익숙한 것이 싫어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왔다는 김 전 실장의 삶이 궁금해지는 이유다.▶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되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경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계명대 의과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 달성군에서 의무사무관으로 특별임용되면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달성군보건소장, 중구보건소장을 거쳐 대구시 보건과장·보건복지국장,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대구본부장 등을 지냈다. 25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고생도 했지만 보람이 컸다."▶지난해 2급 공무원에 발탁돼 지역사회의 관심이 컸는데.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한 시대적 관심이 높아지고 권영진 시장의 배려에서 나온 인사라고 생각된다. 행정직이 아닌 기술직으로 보건소장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시민안전실장까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선배와 후배, 동료 공무원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직에 들어왔을 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를 했으며 늘 이를 실천하려 했다. 그 노력이 운 좋게 인정받았다."▶보건소에서 일한 경험도 도움이 됐나."일선 보건소에 근무하면서 신종인플루엔자를 겪었고 대구시 보건복지국장을 하면서 메르스 사태를 치렀다. 이를 통해 전문가 집단, 병원 등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2020년 2월 코로나 1차 대유행이 시작됐을 때 공공병원의 전담병상 확대, 민간병원의 감염병 전담병원 전환을 통한 병상 확보 등의 업무를 맡았다. 과거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시민안전실장으로 일하면서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지난해 7월 그 자리를 맡다 보니 코로나 극복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태풍과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긴장을 잠시도 풀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 재난 복장 하면 떠오르는 노란 민방위복을 계속 입고 다녀 그 옷이 평상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직원들의 도움으로 큰일을 잘 극복해 나갔다. 직원들에게 다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코로나 비상대응본부에서도 큰 활약을 했다."대구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2020년 2월18일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늦은 밤이었지만 감염병 대응 자문단 교수들에게 전화를 했고 자정에 시청으로 오라고 해 바로 '비상대응자문단'을 꾸렸다. 8개반 34명의 비상대응본부로 확대·운영했으며 자문단 교수들은 그날 이후 두 달 넘게 시청에서 근무하면서 공무원들과 함께 코로나와의 전쟁을 치렀다. 자문단 교수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이겨낸 비결이 있다면."급증하는 환자를 입원시킬 격리병원이 대구의료원만으로는 부족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의 도움으로 대구동산병원에 격리병상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결정이 초기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전국으로 병상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중증환자 치료에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 인공호흡기 등을 갖추고 전문의료인력도 있는 중환자 병실을 늘려가야 하는 상황에서 경북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줬다. 1차 대유행 초기에 코로나 확진 환자 이송은 119 구급차가 전담했다. 전국에서 지원해줘 확진자 이송이 가능했다. 전국 소방관들의 노고가 컸다."▶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1년 넘게 격무에 시달리면서 공무원의 퇴직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근무 여건이 매우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공무원과 의료진이 우리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꿋꿋하게 버텨내 왔다. 주말과 휴일이 없는 격무로 건강 악화, 육아 문제 등이 발생해 휴직·퇴직이 증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를 개인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인사나 근무방식 등의 개선을 통해 코로나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코로나 사태 이후 대부분의 국민이 잘 따라주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국민도 1년 넘게 이어져 온 코로나 사태로 인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지쳐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최근 위드 코로나로 잠시 주춤했던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 감염 확산세를 꺾기 위해서는 마스크 쓰기 등 기본방역수칙 준수도 중요하다."▶앞으로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이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행정이나 의료 차원의 대책도 필요할 듯한데."유사한 사태의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 역량과 체계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의료체계 위기 사례를 통해 민간의료의 공공의료 전환을 위한 지원방안,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역할 분담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준비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힘들었던 시기에 대구를 지켜낸 것은 결국 시민의 힘이다.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의 장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여성공무원이 많아지고 있다."처음 공무원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여성공무원 수가 적었고, 차별을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여성공무원 수가 많아졌고 이들에 대한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요즘 여성공무원을 보면 당당하게 자기 역할을 잘 해낸다. 부럽고 선배로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공직사회에서 유리천장이라는 단어가 하루빨리 사라질 수 있도록 후배 공무원들이 열심히 뛸 것이다."▶인생 2막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공공보건의료 최일선 기관인 보건소에서 일한 것을 비롯해 대구시에서 여러 직책을 맡으면서 보건의료행정 경험을 풍부하게 쌓았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메디시티 대구'를 위해 지역 의료역량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현재 계명대 의과대학에서 일하는데 또 다른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의료인 출신인 데다 민선 지방자치 이후 대구시 첫 여성 2급 공무원으로 발탁돼 눈길을 끌었던 김영애 전 대구시 시민안전실장은 퇴임 후 계명대 의과대학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메디시티 대구'를 위해 지역 의료역량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지용기자 sajuhu@yeongnam.com
[자유성] 늘어나는 반려동물, 그러나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300만가구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통계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가구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312만9천가구나 됐다. 전체 가구의 15.0%를 차지한다. 코로나19로 반려동물 수요가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올해 1∼8월 항공기로 해외에서 들여온 개·고양이는 총 1만241마리(인천본부세관 기준)로, 코로나 이전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확대로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반려동물은 정서적으로 안정과 위안을 준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답답하고 무료하기 쉬운 가정생활에 활력을 준다. 반려동물도 개·고양이만이 아니라 새, 카멜레온, 고슴도치 등 종류가 다양해졌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족(pet+family)'이 증가하면서 6조원 규모에 이르는 관련 시장을 잡기 위한 유통가의 경쟁도 치열하다. 새롭게 문을 여는 오프라인 매장에는 반려견을 위한 시설이 빠지지 않는다. 반려견 관련 강좌도 잇따라 생기고 '펫캉스' 등 이색상품도 쏟아지고 있다.하지만 어두운 이면도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유실·유기나 동물 학대 같은 사회 문제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유실·유기 동물이 13만401마리(농림축산식품부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 조사 결과)나 됐다. 유실·유기동물 중 분양은 29.6%, 소유주 인도는 11.4%에 그쳤고 안락사한 동물이 20.8%에 달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이들이 즉흥적으로 입양했다가 귀찮거나 반려동물의 질병 등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워지면 내버리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반려동물 보호자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반려동물을 잘 키우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반려동물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도 시급하다. 김수영 논설위원
예술가의 눈으로 본 대구 수성구 명소, 강석원 작가 12일까지 스케치展
수성문화원이 스케치 전시, 효(孝)가족그림그리기 공모전 등 전시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다.지난달 25일에는 수성구의 명소를 강석원 작가의 스케치로 즐기는 '스케치로 본 수성'을 문화원 내 갤러리 수성에서 개막했다. 오는 1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대구의 대표적 관광지로 떠오른 수성못의 운치 있고 활력있는 풍경을 담은 작품을 비롯해 고모역, 모명재, 이서공원, 범어 대성당 등 수성구 구석구석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힘 있는 필치로 담아낸 스케치 150여 점이 소개됐다. 특히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잘 간직한 노변동 사직단, 고산서당, 영남제일관 등을 원경과 근경 등 다양한 초점으로 잡아낸 작품들이 시선을 끈다.윤종현 수성문화원장은 "이번 전시에서 강 작가는 수성구의 역사적인 명소와 전통이 녹아있는 골목, 문화유산 등을 다양한 형식의 작품으로 담아냈다"며 "수성구의 문화적 자긍심은 물론 예술가의 눈으로 바라본 수성구의 아름다움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강 작가는 1991년 첫 개인전 이후 총 18회의 개인전을 열고 17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대구미술협회, 수성미술가협회, 구상작업작가회 등에서 활동하며 신세계아카데미, 지산평생학습센터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고모역복합문화공간 효 가족그림그리기 공모전'도 개최했다. 총 1천266점의 작품이 접수됐으며 유치부는 맹서준(효성유치원), 초등부는 염재은(태전초등 6년) 학생이 각각 대상을 차지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강석원 작품 '고모역'
소상공인과 함께하는 '나눔 찻집' 올해도 연다
사회복지법인 함께하는마음재단(대표이사 금고지도 스님)은 29일부터 11월11일까지 코로나19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도와주고 취약계층의 생활 지원을 위한 나눔 후원에 참여할 수 있는 '슬기로운 향기 담은 찻집' 행사를 연다.함께하는마음재단은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기금 마련을 위해 1997년부터 올해까지 24회째 하루 찻집 행사를 해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부터 비대면 방식으로 열고 있다. 올해는 대구·경산지역 사회적경제 조직 및 소상공인 카페 87개소와의 협약을 통해 행사를 진행한다. 협약식은 지난 8월31일 비대면으로 체결했다. 김용범 후원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에 맞추어 찻집 행사를 지역업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지역 소외계층을 도와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함께하는마음재단은 1997년부터 대구지역에서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으로, 현재 종합사회복지관·노인복지시설·자활센터·시니어클럽 등 23개의 산하 시설을 운영 중이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함께하는마음재단은 29일부터 대구·경산지역 사회적경제 조직 및 소상공인 카페 87개소와 함께 '슬기로운 향기 담은 찻집' 행사를 연다. 사진은 찻집 행사에 함께하는 곳들과 연 비대면 협약식.
[자유성] 밀레의 '이삭줍기'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의 대표작으로 '이삭줍기'가 있다. 일명 '이발소 그림'이라 할 정도로 과거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그림이다. 추수가 끝난 황금빛 들판에서 이삭을 줍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라 '이삭 줍는 여인들'로도 불린다. 그림의 앞부분은 농촌의 실제 생활을, 뒷부분은 아름다운 자연과 목가적인 농촌을 그려 보는 이들에게는 고향의 아련한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하지만 실제 이 작품은 당시 농촌의 심각했던 식량난의 실상을 보여준다. 하나의 이삭이라도 더 주우려 애쓰던 농민의 고통이 담겨 있다. 이삭도 마음대로 주울 수 있었던 게 아니라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뒤에는 말을 탄 감독관이 있는 것으로 보아 감시받는 모습이란 해석도 있다. 이삭을 줍기 위해 계속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한 여인은 허리가 아픈지 허리를 펴고 잠시 쉬고 있다. 노동의 경건함은 물론 먹거리의 소중함까지 되새겨보게 한다.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가을철 수확에 총력을 쏟고 있다고 한다. 노동신문은 최근 '완강한 의지로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며 총돌격' 제목의 기사에서 "10월 들어 비가 자주 내린 것을 비롯한 불리한 날씨 조건은 가을걷이와 낟알 털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전국의 추수 현황을 보도했다. 북한의 대표적 쌀 생산지인 황해남도에서는 각 시·군이 농작물 생산량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앞선 추수 경험을 공유했다는 기사도 덧붙였다. 지난해 대북 제재 장기화·코로나19·수해로 인한 삼중고를 겪은 데 이어 올해도 극심한 폭염, 부족한 알곡 생산량에 따른 식량난이 가중돼 가을철 수확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 지역의 수확 과정과 관련해 "탈곡기 이용 계획을 철저히 세워 탈곡 속도를 높였다"라며 "한 알의 낟알도 허실 없이 제때 거두어들이기 위한 사업을 짜고 들었다"고 전한 대목에서 밀레의 이삭줍기가 문득 떠오른다. 19세기 일어났던 가슴 아픈 일이 북한에서는 21세기 들어서도 끝나지 않고 있다. 김수영 논설위원
[월요칼럼] 미술시장 진짜 활황?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미술시장은 활황이라고 한다. 원래 먹고 살기 힘든 게 예술가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더 고달파졌다는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한데 미술시장이 호황이라는 소식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하지만 미술계 이곳저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활황의 신호가 맞다.지난 5월 부산에서 열린 아트페어 '아트부산'이 역대 최대 관람객은 물론 최대 판매액 기록을 세웠다. 올해 8만여 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작품 판매 총액이 350억원에 달해 국내 아트페어 사상 최대 판매액을 달성했다. 작품 판매액이 10억원을 넘어선 화랑도 10여 곳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부산에 참가한 대구지역 화랑들도 "작품을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 2006~2007년의 활황기가 떠올랐다"고 전했다.미술 경매사 낙찰률도 급등했다. 국내 주요 경매사의 낙찰률이 90%가 넘고 최고가 기록 경신이 이어진다는 보도다. 오죽하면 '오늘이 가장 가격이 싼 날'이라는 푸념까지 나올까. 젊은 컬렉터의 진입은 향후 미술시장 전망도 밝게 한다. 컬렉터 층이 젊어지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사 UBS의 보고서 '미술시장 2021'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활발하게 컬렉션을 한 고액자산가는 밀레니얼(23~38세)세대와 X세대(39~54세)다. 경매 프리뷰 전시장을 찾는 고객층을 보면 이전보다 확실히 젊어졌다는 국내 미술품 경매사의 후일담이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젊은 고객의 유입은 미술계로서는 반길 소식이다. 그만큼 한국 미술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도 내년부터 서울에서 열린다. 한국화랑협회가 매년 여는 키아프 아트서울을 영국 프리즈와 공동 개최키로 한 것이다. 두 행사가 함께 열리면 말로만 듣던 가고시안 등 세계 최고 화랑들이 서울에서 미술품을 선보이게 된다. 세계적인 화랑들까지 눈독을 들일 정도로 한국 미술시장이 불 장(Bull Market)이다. 유동자금은 넘치고 투자처는 찾기 힘든 상황에서 재산세, 양도세 등을 내지 않아도 되는 미술품만 한 투자대상도 흔치 않다는 말이 일리가 있다.이런 소식을 들으며 지역미술가의 얼굴을 살펴봤다. 미술시장이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는 분명히 밝아야 할 그들의 얼굴에서 어둠은 걷히지 않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지갑을 닫고 사라진 컬렉터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왜일까. 부동산, 주식 거래 등으로 생겨난 막대한 유동자금이 미술시장에 몰리면서 몇몇 유명작가의 고가 작품은 판매가 되지만 나머지 작가의 작품은 아직도 동면상태다.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김창열 등 유명작가들이 주도하는 미술시장의 어두운 이면이다. 코로나 여파로 인한 화랑의 전시 감소가 여전하고 화랑을 찾는 관람객의 발길도 뜸하다. 그나마 오는 11월 개최되는 대구아트페어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이 또한 그림의 떡일 수 있다. 컬렉터의 발길이 여전히 유명작가에게 쏠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생전에 한 작품만 팔린 고흐, 평생을 아마추어 작가라며 냉대받은 앙리 루소 등의 삶을 보며 위로 삼는다"는 한 작가의 말은 듣는 이를 숙연하게 한다. 자신이 죽고 난 뒤에도 그림은 살아남아 언젠가는 조명을 받으리라는 소망이다. 그래도 하루하루가 힘들다. 새털같이 많은 날의 고통은 늘 당하는데도 언제나 처음처럼 아프다. 미술시장 활황 소식이 지역작가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하는 이유다.김수영 논설위원김수영 논설위원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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