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동물얘기] 식인범 추적 (5)

  • 입력   |  수정 2007-07-20  |  발행일 2007-07-20 제면
한국범 새끼를 무참히 죽인 털범, 암범 영지 뺏어 가축사냥 일삼아
[희한한 동물얘기] 식인범 추적 (5)

만주범의 발자국을 추적함에 따라 그 놈의 과거 행적이 드러났다. 그 놈은 만주범이나 몇년전부터 그 일대에 내려와 자기 영지를 만들었다. 범을 잘 아는 그 곳의 늙은 포수가 말했다.

"3년전에 이곳에 살고있던 한국범 새끼 한 마리가 죽었습니다."

이제 어미 젖에서 떨어진 새끼였는데 무참하게 찢겨죽었다. 껍질의 가치가 없을 정도로 찢겨있었는데 고기를 뜯어먹힌 흔적은 없었다. 주위에 범의 발자국이 있는데 엄청난 크기였다.

"털범은 그때 이곳에 내려와 우선 이곳에 영지를 갖고있던 암범의 새끼부터 죽였습니다. 그래야만 암범이 더이상 새끼에게 관심이 없어져 다음 새끼를 낳기 위해 수컷과 교미를 하게 됩니다."

털범은 그것을 노리고 새끼를 죽였으나 암범은 남쪽으로 도망가버렸다. 멀리 지리산쪽으로 피신했다는 말이었다.

털범은 그때부터 그곳 일대를 지배하게 되었다. 광주산맥과 차령산맥의 중간지대로 그 세력이 오대산까지 미친다는 말이었다. 범은 광대한 영지를 갖고있었는데 그 털범의 영지는 100㎢나 되었다.

털범은 전에 그곳에 살고있던 암범과는 달랐다. 암범은 주로 멧돼지, 노루 등 야생짐승을 먹이로 삼았으나 털범은 사람들이 기르고 있는 소를 노렸다.

그 놈은 민첩하게 도망가는 야생짐승을 추격하며 잡는 일따위는 하지않았다. 그런 귀찮은 짓을 하기보다 마을에 들어가 소를 잡는 일이 쉬웠다.

"많은 소들이 잡아먹혔습니다. 이곳에 있는 마을 거의 모두가 피해를 입었지요."

털범은 시도때도 가리지않고 소사냥을 했다. 지난해엔 마을앞 밭에서 밭갈이를 하던 황소를 습격했다. 소 주인은 비명을 지르면서 마을로 뛰어들어가 마을사람들과 함께 범이 소사냥을 하는 것을 구경했다.

범이 워낙 컸기에 그 싸움은 같은 중량급의 씨름선수들이 싸우는 것 같았다. 범은 기술이 좋은 직업선수이고, 소는 처음 씨름판에 나온 신출내기 선수 같았다. 범은 바로 소를 죽이지않고 장난치듯 소를 저쪽 산림으로 몰고갔다. 입에서 거품을 품은 소는 범이 조종하는대로 산림안으로 도망가 거기서 죽음을 당했다. 강한 앞발치기에 대가리를 얻어맞은 소는 외마디소리를 내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범은 힐끗힐끗 마을쪽을 보면서 거기서 잔치를 벌였는데, 누구 한사람 나서지 않았다.

범은 소의 내장부터 먹고 갈비살까지 뜯어먹은 다음 유유히 사라졌다. 남아있는 시체에는 미련이 없는 것 같았다. 그까짓 소쯤은 또 잡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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