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TK의 끊이지 않는 산재, 위험의 악순환 끊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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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24 08:37  |  발행일 2026-04-24

지난해 대구·경북의 산업 현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처벌 강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그 취지가 무색해진 결과다. 최근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산재 사망자는 2024년 53명에서 2025년 92명으로 치솟았다. 전체 재해자 수 또한 2023년 1만 4천172명에서 2025년 1만 5천470명으로 늘어나 지역의 산업안전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지표로도 나타난다. 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 수를 뜻하는 '사망 만인율'에서 경북은 지난해 전국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0.82를 기록, 지역 노동 환경의 열악한 실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히 건설·제조업 등 고위험 업종의 안전 상황은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산재 사망자의 78%가 이들 업종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소규모 사업장의 취약성 또한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이다.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사망자 비중은 매년 80% 안팎에 달한다. 인력 부족과 공기 단축, 비용 절감 압박에 내몰린 영세 업체들에게 안전은 여전히 뒷전인 것이 지역 산업 현장의 민낯이다.


뼈아픈 대목은 외국인 근로자 사망사고의 증가이다. 지역 내 외국인 산재 사망자는 2023년 7명, 2024년 5명으로 한 자릿수를 유지했으나, 2025년엔 16명으로 급증했다. 고위험 업종의 핵심 인력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언어 장벽으로 인한 소통 부재와 안전교육 미흡, 영세 사업장 및 하도급 구조의 취약한 지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여겨진다. 3D 업종을 지탱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을 방치하는 것은 결국 지역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스스로 깎아 먹는 일이나 다름없다.


산재를 줄이려면 중대재해처벌법 등 강력한 법 집행도 중요하지만, 수십 년간 쌓아온 현장의 관행을 '안전 우선 모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행정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위험성이 널리 알려진 사고가 반복된다는 것은 기존 안전관리 시스템이 부실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따라서 행정기관은 물론, 원청업체도 영세 하도급 사업장의 안전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하며,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맞춤형 안전 교육에도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산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강력한 처벌 그 자체가 아니라, '정밀 예방 대책'이라는 방어 진지를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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