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일 사장이 자신의 식당 앞에서 활짝 웃어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기태기자>
"포항에는 축구밖에 없니더. 우리 선수들 고기 든든히 묵고, 무에서 유를 만드는 스틸러스의 저력을 보여줘야 안 되겠습니까."
포항시 북구 양학동의 한적한 골목, '과수원 생고기'의 문을 열면 고소한 고기 냄새보다 먼저 느껴지는 묘한 정적이 있다. 유명 축구 선수들이 다녀간 식당이라면 으레 벽면을 가득 채울 법한 사인 유니폼이나 기념사진 한 장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의 주인 신동일 사장(51)은 지난 10년간 매년 1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포항스틸러스에 묵묵히 기탁해 온 '키다리 아저씨'다.
신 사장은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20대 중반 포항에 정착한 후 35년 넘게 이곳을 지켜온 '진짜 포항 사람'이다. 30년 가까이 육가공업에 종사하며 고기 전문가로 잔뼈가 굵은 그는, 2015년 팀이 어려웠던 시기부터 후원을 시작했다.
신 사장의 후원 철학은 확고하다. 식당 홍보를 위해 선수들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식당에 선수들 사진 걸어놓고 홍보하기 시작하면, 그게 순수한 응원이 아니라 비즈니스가 되어버린다"며 "선수들이 부담 없이 와서 편하게 고기 먹고 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공식 후원금 외에도 매년 한두 번씩 선수단을 초청해 최고급 고기를 대접하며 스테미너 보강을 돕고 있다.
포항스틸러스 선수들이 자주 다녀간 그의 식당이지만, 벽면을 가득 채울 법한 사인 유니폼이나 기념사진 한 장 보이지 않는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신동일 사장이 수줍은 미소를 보이고 있다.<김기태기자>
그가 포항스틸러스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구단의 '화수분 정신' 때문이다. 신 사장은 특히 김기동 전 감독 시절을 회상하며 "스타 플레이어 하나 없던 시절, 무명 선수들을 데려다 전략과 전술로 승리를 일궈내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본의 힘보다 노력과 시스템으로 승부하는 구단의 모습이, 밑바닥부터 육가공업을 일궈온 자신의 인생 철학과 닮아있다는 설명이다.
경기가 어려울 때도 1천만 원의 후원금을 거르지 않는 것이 버겁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호탕하게 웃었다. "어차피 나갈 돈, 사기 맞는 것보다 좋은 데 쓰는 게 낫지 않느냐"는 농담 섞인 진심을 건넸다. 그는 스틸러스뿐만 아니라 지역 장애인 시설과 고아원에도 수천만 원 상당의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포항이라는 도시의 자부심을 지키는 것이 곧 자신의 사업을 지키는 길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신 사장은 올 시즌 박태하 감독 체제의 스틸러스를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스틸러스는 강철 같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팀입니다. 유명 선수가 모여서 강한 팀이 아니라, 축구를 사랑하는 선수들이 모여 유명해지는 '희망의 축구단'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경기장에서 화끈하게 뛰어주이소!"
이종하 포항스틸러스 단장은 "개인이 10년 넘게 꾸준히 고액 후원을 이어가는 것은 정말 보기 드문 사례"라며 "신 사장님의 남다른 애정과 헌신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태하 감독 체제에서 새로운 변화를 겪고 있는 포항스틸러스. 성적이 부침을 겪을 때도 있지만, 양학동 고기집 사장님의 뜨거운 숯불처럼 식지 않는 조력자가 있기에 포항의 '강철 정신'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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