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엔 신데렐라 235명이 사는 아파트가 있다!

  • 입력 2010-01-29   |  발행일 2010-01-29 제34면   |  수정 2010-01-29
'신데렐라 235명이 사는' 한마음아파트의 달콤쌉싸래한 일상속으로…
12시전에 꼭 귀가해야 하는…"그래서 자칭타칭 신데렐라라 불러요"
보증금 1만1400원에 월세 5700원…33세 미만 여자만 입주 가능하죠
12시무렵이면 집앞 도로가 주차장 데이트중인 신데렐라들이죠
밤 10시이후에는 외부인 출입금지 입주자 엄마라도 자고갈 수 없어요
대구 달서구엔 신데렐라 235명이 사는 아파트가 있다!

"자칭 타칭 신데렐라예요. 밤 12시까지 집에 안가면 큰일 나거든요."

"이 아파트엔 33세 미만 직장 여자만 235명 살거든요. 아침에 100여명의 젊은 여성들이 출근하는 행렬을 보고 저기는 대체 뭐하는 곳이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죠."

"밤 12시 무렵이 되면 또 진풍경이 연출돼요. 아파트 앞 도로에 차들이 엄청 많이 정차하거든요. 남자친구들이 아파트 앞까지 태워다주러 온 거죠."

"월세보다 전기세·수도세·난방비 등이 더 많이 들어요. 안 믿기죠."

"사실 시설이 그리 좋지는 않아요. 외풍이 심하거든요. 보일러 틀어도 춥다니까요."

"참, 몇 집은 리모델링을 해줬어요. 거기 사는 사람들은 완전 부러움의 대상이죠."

"모르는 사람과 함께 살려니까 힘든 점도 있어요. 서로 안 맞아서 싸우는 집도 있어요. 방음이 잘 안돼 싸우는 소리가 다 들리거든요."

"그래도 룸메이트가 있으니까 외롭지 않아서 좋아요."

"그리고 여긴 원룸에 비해 보안 걱정이 없어서 안심이 돼요."

지난 25~26일 이틀에 걸쳐 대구시종합복지회관이 운영하는 한마음아파트를 찾았다.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33세 미만의 미혼인 저소득 여성 근로자가 사는 공공 임대 아파트다. 대구의 일부 아파트 분양가가 3.3㎡당(평당) 1천만원이 넘어서는 상황인데, 이 아파트의 임대료는 상상 이상으로 저렴하다. 보증금 1만1천400원에 월 임차료 5천700원만 내면 된다. 총 100세대이고, 세대별 면적은 36.3㎡(11평)이다. 세대별로 방 2개와 주방, 화장실, 베란다를 갖추고 있는데 큰방에 2명, 작은방에 1명 거주한다.

이번주 위클리포유는 이 아파트에 사는 '신데렐라' 235명의 알콩달콩, 달콤쌉싸래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봤다.

◇… 한마음아파트 진풍경

밤 12시까지 들어와야 한다는 아파트 규칙 때문에 이곳에 사는 여성들은 자칭·타칭 신데렐라라 불린다.

'신데렐라' 하모씨(27)는 "밤 12시까지 안 들어가면 집에 못들어간다고 말하면 처음에는 안 믿는 사람이 많았어요. 무슨 신데렐라냐면서요. 그러면 그렇다고 해요. 신데렐라라서 회식이 12시 이후까지 늦어질라치면, 잘 곳을 먼저 정해놓아야 된다고요. 동석한 사람들에게 '누구랑 사세요? 저 책임져야 놀 수 있어요'라고 말하죠."

그 규칙 탓에 밤 12시 무렵이면 아파트 앞은 진풍경이 연출된다. 많은 젊은 여성들이 후다닥 출입구로 뛰어 들어오는 것. 뿐만 아니라 아파트 앞 도로에 차들도 많이 정차한다. 아파트에 사는 여성 근로자들의 남자친구가 집앞까지 태워다주러 온 것이다.

차가 밤 11시59분까지 정차해 있다가 젊은 여자가 뛰어나가면 그건 연애 초기인 연인이 틀림없단다. 입주자 손정호씨(25)는 "1년쯤 지나잖아요. 그러면 밤 11시쯤만 돼도 남친이 '이제 집에 들어가야 되는 거 아니냐' 그런다니까요"라고 미소띤 얼굴로 말했다.

아침에도 100여명의 젊은 여성들이 출근하기 위해 우르르 나오는 행렬을 보고 저기는 대체 뭐하는 곳이냐고 의아한 눈길로 보는 사람이 많단다.

◇… 계단장을 아시나요

여느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이 아파트에도 입주자 대표 격인 사람이 있다. 이름하여 계단장. '가'와 '나' 2개동에 100세대가 사는데, 출입구가 10개다. 출입구마다 한명씩 대표를 둬 계단장이라 칭하는 것이다. 출입구 수만큼 계단장도 10명이다.

계단장의 주된 임무는 그 라인에 있는 입주자에게 매달 4천원씩 걷는 것이다. 그 돈으로 아파트 청소담당자의 임금을 지불하고 아파트 관리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한다.

계단장끼리 반상회도 가진다. 분기별로 열리는 반상회에서는 아파트 발전 방향에 대해 논한단다. 입주자들에게서 터져나오는 불평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다. 분리수거가 잘 안된다, 밤에 너무 떠드는 사람이 있다, 계단을 우당탕 뛰어가지 말아 달라, 질서유지를 철저히 하자 등.

또 종합복지회관의 공무원들이 반상회 때 함께 자리해 입주자들의 고충을 듣고 개선방향에 대해 의논하기도 한다고 했다.

◇… 지켜야 할 규칙 많아

33세 미만 여성 근로자들이 여러명 모여 사는 아파트라서 지켜야 할 규칙이 많다.

이미 언급했듯이 자정을 넘기면 입주민도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다. 아파트 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김정진씨(52)는 "공동생활을 하는데 너무 늦게 들어오면 일찍 출근해야하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잖아요. 되도록이면 자정 이후에는 출입을 못하게 합니다. 하지만 간혹 예외도 있지요. 얼마 전에 한 입주자가 전화가 왔어요. 스키장에 갔다가 오는 길인데 차가 너무 막혀서 자정을 넘길 것 같은데 잘 때가 없다고요. 그럴 때는 어쩌겠어요. 문을 열어줘야죠"라고 말했다.

또 남자의 접근은 없다고 보면 된다. 간혹 눈에 띄는 남자는 이삿짐 센터 직원, 배관 및 전기공 등이 전부다.

밤 10시부터는 외부인의 출입도 금한다. 설령 입주자의 어머니라하더라도 숙박은 안된단다. 그리고 33세가 넘으면 무조건 나가야 하고, 유흥업소 종사자나 정신질환자는 입주가 불가능하다.

◇… 월세 싸고 안전해서 좋아

이 아파트의 장점은 단연 월세가 싸다는 것이다. 보증금 1만1천400원에 한달 5천700원이라는 임차료를 내고 살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냐고 입주자들은 입을 모은다. 임차료보다 전기세·수도세·난방비 등이 1인당 2~8배 가량 더 소비될 정도라고.

안전관리 및 보안이 철저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아파트를 관리하는 종합복지회관 건물과 한 바운더리 내에 있어 외곽 경비는 청원경찰이 담당해 준다. 세콤도 설치돼 있다. 또 대구시에서 임금을 주는 아파트 관리인이 3교대로 24시간 지켜줄 뿐만 아니라 CCTV가 24시간 가동된다.

입주자 손씨는 "그전에는 원룸에 살았는데, 사실 좀 불안했거든요. 여기는 외부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될 뿐 아니라 안전관리가 철저해 마음이 놓여요. 부모님과 남친도 안심을 하고요"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바로 옆에 위치한 종합복지회관에서 운영하는 웰빙요리, 실용퀼트, 벨리댄스 등의 여러 강좌를 저렴하게 코앞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두류공원이 가까워 산책하기에도 좋다.

◇… "우리집도 리모델링 됐으면"

하지만 1985년 준공된 후 25년이 지난 아파트라 시설은 낙후됐다.

입주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큰방은 겨울에 춥고 작은방은 여름에 덥다. 외풍이 세, 보일러를 틀어도 따뜻하지 않단다. 바닥은 뜨거우나 손이 시릴 때가 있다고.

또 부엌이 좁아서 2명 이상 못들어간단다. 욕실에는 변기 바로 옆에 세면대가 있어 처음에는 불편을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노후된 시설로 생활환경이 악화돼 종합복지회관은 예산을 마련해 리모델링에 돌입했다. 하지만 사업비가 부족해 현재 100세대 중 25세대만 리모델링을 한 상태. 올해 또 5세대를 추가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입주자 김은미씨(26)는 "친구가 리모델링 된 세대에 살아서 가봤는데, 한쪽 벽은 포인트 벽지고 창문도 이중 새시예요. 그래서 외풍도 없고요. 바닥도 다른 것 같아요. 완전 부럽더라고요. 이번에도 몇 채만 리모델링한다는데 저희집도 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최창식 대구시종합복지회관 관장은 "되도록 올해 안에 리모델링 사업비를 모두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리모델링이 하루빨리 완료돼 모든 입주자가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 나가는 사람과 안 나가는 사람

아파트에 처음 입주하는 여성은 모두 2명이 공동사용하는 큰방을 쓰게 된다. 간혹 친구나 자매 간에 큰방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룸메이트가 생판 모르는 남남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2명 사는 것이 불편할 것 같다며 입주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실상 한 세대 내에 살며 다투거나 사이가 좋지 않은 입주자들도 종종 있다. 가장 많이 다투는 이유는 청소 때문. 설거지를 해 놓지 않고 간다거나 방을 어지럽혀 놓았다는 이유다. 서로 청소를 미뤄서인지 공동 사용공간인 거실은 한 세대 내에서 가장 더러운 곳이란다. 또 출퇴근 시간의 차이가 크면 사이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고도 했다.

입주 후에 떠나는 경우도 있다. 입주 취소 사유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결혼이다. 그외에는 귀향, 기간 만기, 직장 이동, 거주지 이동, 개인 사정 등의 이유로 아파트를 나간다.

퇴실 되는 경우도 가물에 콩나듯 있다. 경비원인 김씨는 "자정 이후 출입 금지 등의 규칙을 수시로 어기거나 임차료를 내지 않은 채 행방이 묘연한 사람의 경우 퇴실될 때가 있었어요. 이곳에서 6년정도 일하는 동안 3~4번 그런 경우를 봤습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 아파트에 더 살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 아파트 관리담당자인 대구시종합복지회관 공무원 김영숙씨는 "더 살 수 있게 기간을 연기해달라는 요청도 많아요. 사실 지금도 몇명이 나가지 않고 있거든요. 강제로 쫓아내기도 그렇고 독촉을 하고 있는 실정이에요"라고 설명했다.

◇한마음아파트

한마음아파트는 남녀고용평등법 제22조 및 동법 시행규칙에 근거해 1984년 착공해 1985년 준공된 근로여성청소년의 임대아파트다.

준공 초기에는 성서공단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런데 시대변화에 따라 직업도 다양해져 최근에는 간호조무사, 개인회사 사무직 및 생산직, 웹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의 근로여성이 살고 있다.

임차료와 세대별 거주 정원, 계약 기간 등에도 변화가 있었다.

대구시종합복지회관에 따르면, 처음에 받은 월 임차료는 4천200원이었다. 그러다 1994년부터 4천800원, 2000년부터 5천원을 받았고, 2005년부터는 700원을 추가인상해 현재의 요금인 5천700원을 받고 있다. 36.3㎡(11평) 크기의 세대별 거주 정원도 처음에는 5명이었다. 1999년 4명으로 변경되고 2005년 3명으로 재변경됐다.

현재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은 4년이다. 보증기간 2년에 1회에 한해 재계약을 할 수 있다. 하지만 2005년 이전에는 최대 6년까지 살 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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