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주교수의 Talk Talk클럽] 긍정적인 아이 (3) 대안과 선택의 기회 주기

  • 입력 2012-05-17 07:38  |  수정 2012-05-17 07:38  |  발행일 2012-05-17 제18면
아이에 일상생활 속 대안과 선택권
스스로 협력하는 습관 길러
관심 인정해줘야 자녀와 신뢰 생겨

어떻게 하면 아이가 부모의 요구에 잘 반응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3~4세 아이와 엄마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이 있다. 대상 아동들은 모두 또래에 비해 발달이 늦고, 평소 부모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이들을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눈 뒤 A그룹은 아이가 무엇을 선택하기 전에 엄마들이 먼저 제안하도록 했고, B그룹은 아이가 선택한 것에 맞춰 엄마들이 따르도록 했다. A그룹은 지시적인 부모 유형이다. 부모에게 계속 무엇을 요구하도록 하고, 엄마의 질문에 대한 반응 이외에는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간섭하며 지시하도록 했다. 반면 B그룹은 반응적인 부모 유형이다. 엄마들은 아이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고, 이따금 아이가 묻는 질문에 바로바로 대답해 주며 원활하게 상호작용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두 그룹의 엄마들이 제시한 것에 대해 아이들이 반응하는 횟수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 결과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엄마가 아이에게 요청하는 횟수를 더 늘린다 해도 아이가 응하는 비율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가 부모의 요구에 반응하는 정도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아이가 1분 동안 엄마에게 반응하는 횟수는 8~9회라고 한다. 아이가 반응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엄마의 요구가 아무리 늘어난다고 해도 아동이 반응하는 비율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가 요구를 많이 하면 할수록 상대적으로 아이는 더욱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가 되어 부모와 자녀간에 신뢰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무언가를 하도록 요청하는 횟수를 줄인다면, 비록 아이의 반응횟수가 증가하지 않을지라도 부모의 요구에 대한 아이의 협력 비율은 증가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와 무엇을 할 것인지, 또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하는 것에 대해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자기 선택에 의한 통제력은 아이로 하여금 어떤 일에 책임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자신의 선택은 바로 자신의 흥미이기 때문에 더욱 협력할 수 있다. 따라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때마다 아이에게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 뒤 스스로 선택하게 함으로써 협력을 이끌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모의 목표는 단지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가 유동적으로 아이에게 무언가를 하도록 대안과 선택권을 주면서 요청할 때 아이는 스스로 협력하는 습관을 지니게 된다.

여기서 대안의 뜻을 잘 이해해야 한다. 가령 모임에 가려는데 엄마가 정해준 옷과 아이가 입겠다는 옷이 서로 달라 실랑이가 벌어졌을 때 엄마가 자신이 선택한 옷을 들고 “이거 입고 갈래, 아니면 그냥 속옷만 입고 갈래”라고 묻는 것은 대안의 제시가 아니다. 속옷만 입고 외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코 동등한 가치를 지닌 대안 속에서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형태만 다를 뿐이지 아이에게 일방적인 강요를 하고 있는 것이다.

때로 아이들은 부모가 무엇을 시켰을 때 자신이 그것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이럴 때 부모는 단순히 아이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만 생각한다. 아이가 부모의 말에 따르지 않는 이유는 부모의 요구가 너무 어려운 것이거나, 지금 상황에서 아이가 별로 하고 싶지 않고 관심도 없는 것을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아이의 안전을 위협할 만큼 중요하고 심각한 것이 아니라면 아이의 거부의사를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해 보자. 그러면 아이는 부모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스스로 다가와 상호작용의 기회를 만든다.

부모의 제안에 따르지 않는 것이 결코 버릇없는 행동이 아니라, 아이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아이의 관심사와 흥미, 그리고 아이의 선택을 인정해 줄 때 비로소 신뢰관계가 형성된다. 그리고 부모와 자녀의 신뢰관계가 바탕이 될 때 더욱 성공적으로 아이의 자발적인 협력을 얻어낼 수 있다.

이렇듯 아이의 자발적인 협력과 순종은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먼저 아동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고 아동의 선택을 이해할 때 비로소 제대로 나타나게 된다. 아이에게 새로운 것을 권하고 싶을 때는 아이의 눈길이 닿는 곳에 두고, 아이가 스스로 다가갈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영진전문대 유아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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