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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꽃, 총, 꽃, 총, 꽃, 총, 꽃….
울고, 웃고, 울고, 웃고, 울고, 웃고, 울고, 웃고….
그믐, 보름, 그믐, 보름, 그믐, 보름, 그믐, 보름….
음, 양, 음, 양, 음, 양, 음, 양….
죽고, 살고, 죽고, 살고, 죽고, 살고, 죽고, 살고….
나였다가 너였다가 나였다가 너였다가….
미루나무처럼 서 있는 남자를 향해 네 개의 철 구멍이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군침을 흘리고 있다. 달을 바라보던 그 눈빛이 아니다. 철 구멍에서 천둥소리가 작렬했다. 네 토막의 비명이 놀란 꿩처럼 허공을 향해 달아나고 그 빈자리에서 베고니아 꽃이 돋아났다. 순간 미루나무 가지가 일제히 해바라기처럼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하이에나는 고독해진 제 몸을 이끌고 어디론가 길을 떠났다.
뜨거운 몸을 감당하지 못한 대포의 포신이 나팔꽃처럼 피어난다. 강철꽃처럼 보였다. 누가 말했다. ‘총알이 꼭 씨앗 같다’고 했다. ‘그런데 왜 이 씨앗은 흙이 아니라 살점 안에 파종되고 싶어할까?’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총알을 가슴이 아니라 땅에 심으면 무슨 싹이 돋아날까’라고 물었다. 그 질문에도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세월이 슬그머니 일어나 이렇게 대답했다.
‘씨앗은 싹으로 부활하지만 총알은 흙을 만나면 녹을 끼얹고 흙으로 죽어버리겠지.’
식목일을 ‘식탄일(植彈日)’로 바꾼다면?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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