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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경주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보문관광단지에 있는 한 호텔에서는 경북지역 다문화가족 방문교육지도사(이하 지도사)를 위한 워크숍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지도사들은 이민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해 겪는 어려움과 근무과정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을 들려줬다. 여기서 들은 어느 한 다문화가정의 이야기는 안타까움을 더했다.
베트남에서 5년 전 한국 남성을 만나 경북의 농촌으로 온 이민여성은 얼마 전 남편이 죽자 시어머니로부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대대로 농사를 지은 남편 집안은 평소에도 이 여성에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했다. 심지어 아들의 2세를 임신했는 데도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쌀쌀맞게 대했다.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자 법적 상속인은 며느리가 되는 데도, 시어머니는 통장과 도장을 뺏어 아들 명의의 예금과 부동산을 자신 명의로 돌려놓았다.
이민여성들이 낯선 나라로 와서 받는 서러움과 외로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날 지도사로부터 들은 이 이민여성의 사연은 한국의 가부장적이고 희생만 강요하는 결혼문화가 얼마나 한 개인에게 상처를 남기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도사들은 바로 이런 이민여성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유일한 말동무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매월 80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이날 지도사들과의 만남 후 문득 영화 ‘완득이’가 떠올랐다. 영화에서 완득이의 생모로 나왔던 현 국회의원 이자스민씨가 이 영화에 출연해 국내에 정착한 이민여성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잘 대변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유명세를 탄 이자스민씨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17번을 배정받았고, 결국 국회 입성이라는 영광까지 거머쥐었다. 이민여성들이 그에 대해 갖는 기대는 클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이날 지도사들을 위한 특강에 나왔다. 강의가 끝나고 이자스민 의원으로부터 다문화 관련 정책이나 추진 중인 사항에 대해 질문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최근 정부조직법의 국회 처리 지연으로 아무일도 할 수 없다. 바쁘다”였다. 한편으로 이해는 가면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지금의 국무총리인 정홍원 당시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은 이자스민 의원에 대해 “다문화가정 주부로서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불행 속에서도 효성스러운 며느리로 한부모 가장 역할을 잘했고, 어려운 다문화가정을 돕고 대안을 마련한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정 총리의 말과 이날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이 의원의 태도에서는 분명 괴리가 있었다. 이 의원과 같이 비례대표로 함께 입성한 나머지 의원들도 저마다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면서 국회의원이 되기 전의 ‘초심’을 기억하기 바란다.
이창남 2사회부기자 argus6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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