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앞 장사없네” 퇴물 조폭의 씁쓸한 말로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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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3-13   |  발행일 2014-03-13 제6면   |  수정 2014-03-13
‘기업형 조폭’3세대형 변모… 활동노선 달라 설자리 잃어

한때 유흥가와 지하상권을 주름잡다 나이가 들면서 일선에서 손을 뗀 이른바 ‘퇴물조폭’들이 최근 잇따라 굴욕적 말로(末路)를 맞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00파 고문’ 직함을 갖고 있지만, 권세를 잃은 탓에 조폭과 일반인의 경계선상에서 어정쩡한 상태에 놓여 있다.

요즘 슬림화되고 연령대가 낮아진 조폭세계에서 이 같은 조기은퇴 조폭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구 서부경찰서는 11일 모텔에서 혼자 장기간 투숙하면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대구의 조폭 A파 고문인 K씨(61)를 불구속입건했다.

K씨는 지난달 15일 오후 5시쯤 서구의 한 모텔에서 필로폰을 술에 타서 마신 뒤 자살을 시도할 목적으로 5층 창문에 매달렸다. 현역 은퇴(?) 후 가정문제로 고민을 해온 K씨는 이날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가 설치한 매트리스에 떨어졌다. 곧바로 병원에 후송됐지만, 연로한 탓인지 K씨는 전치 4개월의 골절상을 입었다. 떨어지면서 허리를 크게 다쳐 수술도 받아야 했다.

앞서 지난 10일 대구 달성경찰서에는 대구의 또 다른 조폭 B파의 고문인 C씨(45)가 지난달 13일 한 단란주점에서 업주를 마구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입건됐다.

이날 동네선배 박모씨(49)와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C씨는 박씨가 업주(여·45)와 성관계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하는 것을 보고, 홧김에 업주의 얼굴 등을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과거 이른바 고문 조폭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며 자기구역 상권을 좌지우지하는 등 한껏 위세를 떨쳤지만, 이제는 ‘세월의 무게’ 앞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폭 주축세력이 소수 조직의 20~30대로 변모하면서 최근엔 40대 중반 연령대 조폭도 일찌감치 ‘고문’으로 추대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기업형 조폭’으로 신분세탁 중인 3세대형 조폭의 활동 노선도 갈취 폭력에 길들여진 이들의 설자리를 잃게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자연히 과거 자신들에게 읍소하며 허리를 굽히던 업주들에게도 외면받고 있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K고문의 경우, 경찰의 조폭관리대상 목록(11개파 320명)에서도 일찌감치 빠졌다. 한 경찰은 “아무리 큰소리치던 조폭들도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씁쓸한 말로를 걷게 돼 있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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