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군것질거리 총집합…메이크업 아티스트 ‘추억의 문방구’를 열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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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4-12-12  |  발행일 2014-12-12 제면
■ 문방구 주인 이영랑씨
20141212

상점 입구 선반에는 고장난 텔레비전과 백색 다이얼 전화기가 놓여 있다.

사회 1-2, 국어 4-2, 국어읽기 4-1 등 추억의 교과서 몇 권, 예전에는 무조건 외워야 했던 국민교육헌장 전문까지 입구에 부착해 놓았다. 가게 옆에는 모락모락 김을 피워올리고 있는 호빵 찜통기도 놓여 있다.

이 밖에 손난로, 도깨비볼 요요, 파워치, 바람개비, 바람을 넣으면 달리는 조랑말 장난감, 별사탕, 오란다, 알갱이를 입에 넣으면 폭발하는 와다닥, 꾀돌이, 차카니, 눈깔사탕, 소라피리, 보석반지, 뽀빠이, 마도로스 파이프, 딸기코와 삐에로 안경, 삼학꽃, 줄팽이, 비누방울, 솜사탕, 새콤달콤, 브이콘, 가루껌, 사이다향 캔디….

눈깔사탕 한 개는 200원, 대부분은 1천원 안팎이다.


꾀돌이·차카니·눈깔사탕·소라피리
보석반지·뽀빠이·브이콘·줄팽이…
웬만한 것은 다 갖추고 있는 만물상
베이붐세대가 자녀와 소통하는 공간
손님북적…주말엔 밤 9시까지 문열어


추억의 문방구 여주인 이영랑씨. ‘친절한 금자씨’다. 누가 짓궂은 농담을 해도 항상 생글생글이다. 이런 일을 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역시, 알고보니 15년간 지역에서 활동 중인 웨딩 메이크업 전문가였다.

그녀는 연초부터 평소 관심 있던 ‘추억의 국자’로 시장 한켠에서 장사를 해봤다. 메이크업 일과 병행했다. 그런데 국자에 대한 반응이 엄청났다. ‘이걸 모티브로 추억의 문방구 사업을 하자’고 결심한다. 주말엔 손님이 몰려 모친까지 도와야 할 형편이다.

그녀의 고향은 바로 방천시장. 그녀는 결혼할 때까지 이 장터에서 잔뼈가 굵었다. 일부러 모교인 삼덕초등학교 유니폼을 안에 받쳐 입고 있다.

"추억의 상품 한두 가지는 구비해 놓고 있지만 저처럼 다양하게 구비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포항시 구룡포의 추억상회, 경기도 포천시 북타운 헤이리에 있는 추억의 상점, 서울의 인사동 등 전국 곳곳을 샅샅이 뒤져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그 시절 군것질거리 등을 한자리에 집결시켜 보고 싶었어요. 말이 불량식품이지, 요즘 식품공전상 엄격하게 품질관리를 하지 않으면 각종 신고 때문에 이런 물건을 팔 수 없어요. 안심하고 먹어도 됩니다.”

주말에는 밤 9시까지 문을 연다. 아이들을 겨냥한 것 같지만 실은 아니다. 이 물건과 동고동락했던, 이제는 정년은퇴할 시점이 되어버린 베이비붐 세대가 자녀와의 눈높이 대화를 위해 절실한 공간인지도 모른다. 여느 식당에선 각자 ‘폰질’하느라 대화할 겨를이 없는데 이 문방구 연탄불 위에 국자를 놓고 있으면 폰질은 백기투항한다. 금이 간 가족의 대화가 모처럼 용암처럼 분출하기 시작한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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