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오월의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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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12  |  수정 2015-05-12 08:09  |  발행일 2015-05-12 제25면

여행은 집을 떠남으로 시작해 집으로 돌아오며 끝난다. 그 사이 낯선 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여행의 내용을 채운다. 출퇴근으로 하루를 보내는 평범한 이들에게 여행이란 말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이유는, 바로 내 마음대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을 땐 돈이 없고 돈이 생기니 시간이 없다.

5월의 달력은 기념일로 분주하다. 휴일은 많은데 기념일을 챙기느라 쉴 시간은 적다. 여행을 멀리 못 가니 내가 사는 도시를 눈여겨보게 된다. 서울은 시시하고 심심하다. 어딜 가도 사람이 많고 시끄럽고 볼거리도 없다. 명동과 가로수길의 많은 외국인들을 보면 서울에 뭐 관광거리가 있다고 왔을까 늘 의아했다. 심지어 세계적 패션브랜드들도 서울을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걸 봤을 때는 의구심을 넘어 놀라웠다. 박원순 시장이 나 몰래 서울에 재미난 곳들을 많이 만들어 두었나?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사막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고 했다. 어린 왕자는 그 말에 크게 깨닫고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막의 아름다움은 모래언덕과 하늘이 만들어내는 풍경에 기대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사막 어딘가에 있을 오아시스가 사막을 아름답게 만든다. 서울이 너무 치열한 생존의 공간이다 보니 어쩌면 서울시민만 이 도시의 매력에 무관심했던 건 아닐까? 어린 왕자처럼 말하자면, 그동안 서울은 내게 아름답지만 텅 비어 있었다. 여행의 발견은 새로운 경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라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을 마음에 담고 서울 지도를 펼쳤다. 찬찬히 보니 경리단, 연남동, 부암동 등 서울도 우리를 놀라게 할 샘(들)을 감추고 있었다. 원래 여행의 고수는 멀리 가지 않고도 먼 곳을 다녀온 듯 일상을 산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파리에서 11년을 살았다. 파리지엔들은 불친절하지만, 그들이 모여 사는 파리는 세상에서가장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다. 파리의 매력을 만든 것은 파리지엔들이었다. 그러니 대구 시민이 대구에 관심을 갖고 대구만의 매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도시의 매력은 그 도시를 사는 사람들이 만든다. 5월에는 우리가 사는 도시 곳곳에 숨어있는 저마다의 샘을 찾아보길 바란다.이동섭 <예술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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