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창의력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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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21  |  수정 2015-05-21 07:52  |  발행일 2015-05-21 제21면
[문화산책] 창의력을 부탁해

당혹스럽고 아찔하고 불안한 느낌이 들면 빨간 머리 앤의 말을 떠올린다. 앤이 말했다.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지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작가로서 작업을 할 때도 이런 생각은 매우 중요하다. 나 자신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은 익숙한 경우보다 낯설고 미숙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때야말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설레는 기회다.

얼마 전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았다. 어떤 사람의 집에 있는 냉장고를 그대로 스튜디오로 옮겨와서, 그 안에 있는 일상의 식재료들을 꺼내어 다양한 요리사들이 15분 만에 미션을 수행하는 요리 프로그램이다. 요리 평가를 하는 이도 그 냉장고의 주인이라는 점, 미션은 그 주인이 원하는 콘셉트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어떤 것도 설정되어 있는 것이 없는 새로운 상황, 예기치 못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흥미진진한 순간을 모두가 즐기는 듯하다. 그야말로 요즘 시대가 얼마나 창의적 인간에 목말라하는지 말해주는 것 같다.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여러 가지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들의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해 다양한 교구와 교재를 활용한 교육을 접하게 하고 있다. 그 내용은 유행처럼 생겨나고 또 옮겨간다. 과연 그렇게 해서 창의력이 길러질까?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한 기술을 배우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기대하고 알고 있는 것이라면 더 이상 창의적일 수 없으니까. 창의력은 바로 생각대로 되지 않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발휘된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고, 누구나 창의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 창의성이 현실화되는 창의력은 든든하게 채워진 지식창고가 아니라, 비워진 가능성의 창고에서 나온다. 요리사의 요리가 냉장고에서 나온 게 아니라 미션을 수행하는 그의 순간적인 창의성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렇다고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경험하러 어딘가로 갈 필요는 없다. 우리는 늘 새롭고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고, 삶의 매 순간이 바로 창의력을 각양각색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니까.손노리 <시각소통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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