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아날로그 흑백사진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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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01  |  수정 2015-06-01 08:05  |  발행일 2015-06-01 제23면
[문화산책] 아날로그 흑백사진의 매력

앨범에 추억을 간직한 흑백사진이 몇 장씩은 들어 있을 것이다. 지금은 흑백필름을 구하기가 힘이 들고 인화해주는 곳도 드물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흑백사진이 주종을 이뤘다. 앨범 속은 부모님의 결혼사진부터 아이의 첫돌 사진, 졸업 기념사진까지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흑백사진들로 장식돼 있다. 비록 오래돼 빛이 바랜 사진들이 많지만, 대부분이 가족사진들이다 보니 더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흑백사진은 우리가 육안으로 보는 천연색의 세상 풍경을 흑과 백, 모노톤의 이미지로 재현한 것이다. 감광재료(필름)는 노출과 현상, 인화가 서로 유기적 관계를 갖고 있으므로 촬영 후의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순흑에서 순백까지 10단계의 연속 톤으로 이루어진 흑백사진은 현상, 인화과정에서 어느 정도 톤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촬영할 때 피사체를 보고 느끼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가깝게 표현하기 위해 예견(사전시각화)을 해야 보다 좋은 인화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것이 사진가 안셀 아담스의 ‘존 시스템’인데 컬러사진에도 적용되고 있다.

흑백사진은 화려하지도 않고 세련된 색의 대비도 없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마치 소리로만 듣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라디오처럼, 절제와 생략으로 함축된 흑백사진은 단순하지만 무채색의 풍부한 톤과 더불어 더 많은 이야기와 의미를 품고 있다. 한정식님은 ‘사진 산책’에서 “흑백사진은 생략법에서 온다. 흑과 백은 많은 말을 품고 있으면서도 가벼이 입을 열지 않는 스님처럼 많은 비밀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필자가 이 매력에 빠져 흑백사진을 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생산이 중단된 필름 카메라에 필름을 감고, 필름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촬영한다. 촬영한 필름은 시큼한 약 냄새를 맡으며 현상을 하고, 암실의 암등 아래에서 인화지에 노광을 준다. 인화 액 속에서 서서히 떠올라오는 상을 보면 설렘과 전율을 느낀다. 디지털 사진에도 흑백사진이 있다. 하지만 컴퓨터 앞에서 간단한 조작만으로 이미지가 형성되는 디지털 흑백사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아날로그 사진만의 매력이 있다. 비록 작업과정이 번거롭고 불편한 점은 있지만, 촬영에서 인화까지 작가가 직접 개입하는 수공적인 즐거움과 기다림의 미학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아날로그 흑백사진이 주는 큰 기쁨이자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이화선<사진작가·갤러리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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