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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모두가 화가다. 집의 모든 벽이 모자랄 정도로 그림 그리기를 즐기는 바람에 혼쭐이 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종이란 종이에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온갖 그림을 그리고는 이것은 무엇이고, 저건 무엇이라며 열심히 나의 세계를 설명하곤 했으나 학창시절엔 미술시간을 가장 힘들어했다. 내가 그리고 싶은 것에 대한 무한한 상상의 영역 중 무엇을 어디까지 표현해도 될지, 이런 것을 그리면 혼나지 않을지, 반 친구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지 겁이 났다. 그래서 주어진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구상하는데 몇 번의 수업시간을 보내고 제출일이 다가오면 집에까지 가져가 어떻게든 해내곤 했다.
그것은 ‘이것을 이렇게 그려보는 것이 어떠냐’는 식의 가이드를 받으며 스스로 표현하는 자유를 제한 받는 경험들, 혹은 내가 마음껏 표현한 것에 대한 가혹한 평가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 단순히 기술적으로 ‘잘’ 그리는 것 이외에 무엇을 더 좋은 작품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비평의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잣대가 되곤 했다. 이 세대의 많은 이들이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예술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제대로 접한 적도, 배운 적도 없지만 ‘타고났거나’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라면 예술은 근처에도 가면 안되는 암묵적 금기의 영역처럼 다뤄지던 때가 있었다. 꼭 직업적 예술가가 되지 않아도 어린 시절 마음껏 그리던 그림에서, 멋대로 지어 부르던 노래에서 발현되던 그 예술 혼(?)을 억압하지 않았더라면 삶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안타까움은 여전하지만, 삶의 어떤 지점에서 예술의 경험을 막았던 이 얇은 막을 깨는 여러 가지 워크숍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부산 인문카페 헤세이티에서는 ‘불법무단사설야매 시인학교’와 자신의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기타 교실’을 연다. 물론 운영자 역시 등단시인이 아니며, 유명한 뮤지션이 아니다. 하지만 매일 시를 쓰고, 매일 음악을 연주하며 나만의 곡을 만든다면 그가 바로 시인이고, 뮤지션이다.
2005년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이 제정된 지 10년. 지금은 ‘시민예술’‘생활예술’이라는 단어가 익숙할 정도로 삶과 예술이 스며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예술’하면 움찔거리며 뒷걸음질치는 이들에게 어린시절로 돌아가 집 안의 모든 벽 위를 누비던 붓질 실력 뽐내듯, 못해도 좋으니 한번 표현해보길 권한다.
김인혜 <독립출판물서점 더폴락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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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예술에 대한 흥미](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6/20150605.01017074727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