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문화와 대안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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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12  |  수정 2015-06-12 07:44  |  발행일 2015-06-12 제17면
[문화산책] 문화와 대안매체

매월 학교 도서관 로비, 무가지 배포대에 놓이던 ‘문화신문 안’은 대학시절 가장 기다려 읽던 잡지였다. 배포일자가 되면 이번 호를 획득하기 위해 부러 도서관으로 향하곤 했다. ‘문화신문 안’은 곳곳의 문화활동을 담아 대구 문화의 지형도를 한눈에 보여주는 장이었고, 대구의 다양한 예술가와 그 활동들을 만나게 해준 창이었다. 필진을 본명이 아닌 위트 있는 별명으로 표기하곤 했는데, 그중 마음에 드는 필진의 기사는 가장 먼저 챙겨 보고 각 필진들의 특성을 파악할 정도로 애독했다. 2003년부터 발행돼 나의 대학시절을 함께 해주었다. 해를 지나며 판형이나 방식이 변하기도 하고 다양한 실험을 하는 듯하더니 2007년에는 A4 사이즈 60쪽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07년 이후로는 이 신문을 만나지 못했다.

당시에는 그저 재밌게 읽었을 뿐이지만, 대학생 시절 지역의 문화를 지역의 대안매체로 읽을 수 있었고, 더군다나 양질의 기사들로 대구 문화를 접할 수 있었던 경험은 내게 큰 수혜였다. 독립출판물서점을 열기로 계획하면서 이 일에 대한 긍정과 확신의 밑바닥에는 ‘문화신문 안’이 주었던 경험이 깔려있었다. 당시에는 사라지는 줄도 모르고 오랜 후에야 폐간 소식을 알게 됐다. 때문에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내게 체득되어 있는 문화에 대한 인식을 깨달으며, 고마움과 동시에 수혜를 갚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일었다.

‘문화신문 안’ 외에도 대구문화를 다루는 다양한 잡지가 발행됐다. 2001년에서 2005년까지 ‘매거진 이놀자’, 2012년부터 2014년 초까지는 ‘대학생문화잡지 모디’,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예술가와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bracket’이 발행됐다. ‘도니데이’ 등 길게 발행되지 못하고 사라진 잡지들도 있었다. 이 같은 지역 대안 매체들의 가치는 당장은 알지 못하겠지만, 그 저력은 지나봐야만 경험할 수 있는 듯하다.

앞서 언급한 대안매체들이 지금은 모두 사라졌으니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안타까움이 먼저 든다. 하지만 또 새로운 간행물들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있다. 인디음악과 뮤지션을 다루는 매거진이 기획단계에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리고 최근에는 대안문화공간 여섯 곳이 함께 모여 ‘1/n 각출 매거진 구르는 종이’ 1호를 발행했다. 작더라도 더 많은 간행물들이 지역의 문화를 만나는 이들의 갈증을 해갈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김인혜 <독립출판물서점 더폴락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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