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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을 반납 받으며 상태를 확인하다 보면 “빌려 갈 때부터 원래 그랬는데요”라는 대답을 자주 듣는다. 밑줄이나 낙서가 있거나 중요한 부분이 몇 장 빠져있거나 원래는 한 권이었던 책이 어느새 두세 권으로 나뉜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도서관마다 다르겠지만 수성구립 도서관의 경우, 연체자 1인에게 연체 7일까지 총 5통의 문자가 발송되고, 8일 이후부터는 일주일에 1회 전화로 반납을 독촉한다. 한 달이 지나면 집으로 우편 발송, 6개월이 지나면 자료변상 통지서를 발송하게 된다. 나아가 두 달에 한 번 직접 집으로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바뀐 전화번호, 꺼져 있는 휴대전화, 주중은 회사로 주말엔 휴양지로 떠나 비어 있는 집…. 효과는 미미하기만 하다.
통상적으로 대출 사실을 잊고 있다가 본의 아니게 연체자가 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다음으로 이미 반납을 했다고 하는 경우, 대출한 적이 없다는 경우, 잊어버렸다는 경우가 있다. 보통 이미 반납을 했다는 경우는 도서관에서 또는 집에서 책이 발견되고, 대출한 적이 없다는 경우는 며칠 후 머리를 긁적이며 반납을 하게 된다. 잊어버린 경우는 구할 수 있는 책은 같은 책으로 사 오거나 절판 등의 사유로 구할 수 없는 책은 현금을 변상하면 된다.
연체에 관해 무려 288년 동안 반납되지 않아 ‘기네스북’에 오른 책이 있었다. 기네스북의 내용을 옮겨놓은 ‘책 속에 숨어있는 99가지 책 이야기’(김지원 외, 1996)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1609년 독일에서 출간된 책은 월폴이 1667년에 케임브리지의 서섹스 대학에서 빌려 갔었고, 그 후 플럼브 교수가 놀퍽의 마르케스 도서관에서 발견하여 반납하였다. 무려 288년 동안 책을 빌린 셈이다.
서섹스 대학 도서관 직원들은 연체자를 색출하고 연체료를 부과하기보다 돌아온 자료에 감사하고 이를 널리 알리길 택했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옛말처럼 배우고 알고 싶어 책을 보려 하지만, 정작 돈이 없어 책을 훔쳤다면(연체했다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는 배움에 대한 관용을 실천한 것이다. 혹시라도 연체 중인 책이 있다면 지금 도서관으로 반납하자.최창익 <범어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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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도서연체](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6/20150617.01023080716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