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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권위 있는 기관에서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이런저런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일이 흔히 있는데, 일일이 관심 갖지는 못하더라도 ‘행복’이나 ‘삶의 질’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눈길이 간다. 우리나라의 경제 외형이야 여느 선진국 부럽지 않지만 국민 각자가 추구하는 바는 결국 ‘행복’인데, 그 부분에선 언제나 바닥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게 항상 마음을 어둡게 한다.
기성세대의 삶이야 한 부분 접어두더라도, 아이들만은 삶의 풍성한 의미를 느끼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그 또한 긍정적으로 전망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언론 발표도 있었지만, 11세에서 15세 사이의 아이들이 느끼는 학업스트레스가 수십 개 나라 가운데 가장 높고, 청소년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는데, 무엇을 근거로 미래를 낙관할 수 있을까 싶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법을 찾고 있겠지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우리 어린이·청소년들을 1주일 중 하루만이라도 학원 대신 극장이나 미술관에 보내보자. 또래끼리 예술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고, 어른들과 함께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하는 것도 좋다. 전혀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일이 아니다. 이런 곳이야말로 훗날 아이들의 삶에 꼭 필요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적소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다채로운 예술적 충동을 느끼고, 스스로의 예술적 감각을 표현할 수도 있다.
얼마 전, 수십 명의 어린이들이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를 공연한 적이 있다.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작품이다. 봄부터 몇 개월 동안 극장을 오가면서 차근차근 교육을 받은 터라 꽤 훌륭한 무대가 되었다. 이렇게 함께한 아이들은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반드시 좋은 공연을 찾아 즐기며 삶의 여유를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예술 감상 행위는 많은 부분 경험에 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극장을 가까이 접했던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머뭇대지 않고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더 많은 아이들이 그렇게 자란다면, 그때 우리의 행복지수나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는 지금과는 다르지 않을까.
요즘은 특히 예술적 기능을 익히는 것보다 예술 감상능력을 키우는 데까지 예술교육의 영역이 확장되는 추세다. 성악가가 될 것도 아닌데 오페라를 왜 배우게 하느냐는 질문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극장에서도 자란다.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홍보마케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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