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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로병사의 흐름에 따라서 어느 정도 예측된 개인사를 살아간다. 최근 메르스라는 급성감염성 질환은 이런 예측된 흐름의 단절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우리는 상당한 두려움 속에서 생활했다.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이 위축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임종의 순간을 가족의 편지로 대신하는 상황과 조용한 장례식장은 안타까움 속에서 다양한 해석과 의문을 낳기도 했다.
사회 전반이 발달하면서 우리 수명은 늘어나고 질병도 바뀌었다. 위생과 영양상태의 향상, 생활습관의 변화로 고혈압, 당뇨, 암과 같은 비감염성의 만성질환이 질병과 사망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 이로 인해 생로병사는 일기예보와 같이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생로병사와 관련한 사회적 상황도 많이 변했다. 생(生)의 경우 사회·경제적 안정, 1960년대부터 추진된 모자보건사업의 정착으로 인해 영양부족과 감염으로 인한 산모와 아기의 죽음은 큰폭으로 줄어들었다. 출산 휴가, 산후 조리원, 아기 앨범 등 다양한 출산문화도 자리 잡고 있다. 노(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기요양보험의 실시로 노년기의 예측된 은퇴와 더불어 요양(療養)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우리사회에서 정착됐다.
이에 비해 병(病)은 아직 불안한 모습이 보인다. 내재된 질병의 증상이 일상의 사회활동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심각하게 나타나기 시작하는 50대의 장년기를 위한 건강과 질병관리의 문화는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발견과 약물의 처방은 있으나, 증상의 악화나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휴양의 문화는 사회적 분위기뿐만 아니라 개인생활에서도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다.
사(死) 또한 병과 비슷하다. 편리한 장례문화는 발달되고 있으나 이 사회에서 많은 시간과 혼을 바치고 떠나는 이들이 짧지만 삶 전체를 돌아보고 정리하며 이별을 준비하는 고별의 순간에 대한 문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으로 남아있을 뿐 별다른 사회적 문화가 없다. 특히 질병으로 인해 예측되지 못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 일생에서 한번 겪는 큰일을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지나게 됨으로써 지금까지의 삶에서 항상 준비된 자세로 살아오던 이들에게도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메르스를 통해 생로병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을 때 생의 주기에 따른 출산과 요양, 휴양과 이별의 문화에 대한 개개인의 고민과 경험, 지혜를 모을 수 있었으면 한다.임부돌 <경주 숲속 휴양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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