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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불경 중 하나인 ‘수타니파타’에는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익숙한 구절이 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990년대 초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갓 대학을 졸업한 나와 내 친구들에게 한동안 삶의 모토와 같은 문구가 되었다. 우리 중 누군가가 어느 날 같은 제목의 소설책을 구입해 돌려 읽은 다음부터였다. 공지영 작가의 장편소설로, 뒷날 영화화되기도 했던 베스트셀러인데 책 속에 등장하는 세 명의 젊은 여성 캐릭터에 스스로를 대입시켜가며 푹 빠졌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몸은 성인이었으나 마음의 키는 아직 그만큼 자라지 못했고, 졸업도 한 마당에 밥벌이를 해야 한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막상 사회의 문 앞에서 우왕좌왕했던, 여러모로 미숙했던 우리였기에 하루빨리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혼자서’ 설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소원했다. 당시에는 요즘처럼 다정한 말로 충고해 주고 위로해 주는 ‘멘토’가 없었으며, 누구에게도 그런 역할을 기대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혼자서 해보려고 끙끙대며 한 걸음씩 서툴게 나아갈 뿐이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너무도 다른 세상이 되었다. 요즘 사람들은 더 이상 혼자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남에게 묻는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상황이야 어떻든 나름대로 조언해주고, 질문자는 타인의 충고를 많은 부분 참고해 주말에 볼 영화를 선택하고, 데이트에 입을 의상을 준비한다. 심지어 직업이나 배우자감을 선택하기도 한다. 무심히 웹서핑을 하던 어느 날, 문득 깨달은 ‘이상 현상’이기도 하거니와 최근에 뉴스에서 접한 ‘결정 장애족(族)’이 바로 이런 이들을 가리키는 말인가 싶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결정 장애 세대’가 된 것은 너무 많은 선택의 기회 때문이라는 한 독일인 전문가의 진단에 일견 수긍이 간다. 하지만 사회 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결국 하나뿐인 자기의 삶을 책임지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일상의 자잘한 고민거리를 재미 삼아 타인과 공유할 수는 있겠지만, 인생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만은 최선을 다해 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망에 갇힌 세상이다. 하지만 바람은 그물이 걸리지 않는 법이니, 자유롭고 단단한 정신과 의지로 ‘결정 장애족’의 대열에서 과감히 이탈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홍보마케팅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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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결정 장애족](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7/20150723.01023080333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