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홈커밍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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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04  |  수정 2015-08-04 08:07  |  발행일 2015-08-04 제21면
[문화산책] 홈커밍의 주인공
임부돌 <경주숲속 휴양의원 원장>

얼마 전 졸업한 지 25년된 대학교 친구들의 홈커밍 행사에 참석해 오래전 뵈었던 은사님들도 만나고 친구들도 만나 대학 때 가졌던 꿈과 지금의 모습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에 힘입어 많은 수는 아니지만 올해 다녀간 환우들의 하계 홈커밍 행사를 계획하였다. 대부분 암환우들로 생사를 같이하며 치유생활을 했던 이곳을 한 번쯤 찾아오고 싶다고 연락하면서도, 바쁜데 방해가 될 것 같아 망설이고, 또 막상 오면 일상의 다른 일들로 충분한 이야기를 하지 못한 아쉬움에 날을 정해서 모이기로 했다.

더운 여름 시원한 산내로 초대해 나무 그늘 아래서 건강식을 먹고, 모닥불 자리에서 기타 소리에 맞춰 노래도 부르고….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생각에 주저하다 원장님의 적극 찬성으로 1박2일의 일정을 문자로 알렸다. 한번 오고 싶었는데, 일을 마치고 몇 시까지 올 수 있다는 등 바로 연락이 오고 서로 보고 싶은 얼굴을 만나게 되었다고 좋아했다.

더운 여름 햇볕이 걱정이었는데 나무 그늘 아래에 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 좋았다. 게다가 떡이며 옥수수며 가져온 먹거리와 원장님이 하루 전부터 보약을 만드는 마음으로 준비한 건강식은 인기 만점이었다.

입원 중에 같이 생활하던 분들이 세상을 떠나기도 하였기에 누군가가 ‘살아남은 자의 모임’이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했지만, 배우자를 먼저 보낸 부인이 참석하여 천연의 재료로 항암으로 지친 두피를 관리해주니 기운이 없어서 누울 자리만 찾던 이들도 머릿수건을 예쁘게 쓰고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모닥불을 두고 남은 자와 떠난 분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다음 날은 환우분이 만든 힐링로드에서 각자의 체력에 맞춘 산행으로 이어졌다.

봄날 환우들이 뜯은 쑥으로 만든 현미 인절미와 절편을 들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니, 짧은 여름날의 홈커밍이지만 주인공은 너와 나, 남은 자와 떠난 자 사이에 구분이 없는 추억과 희망의 시간으로 채워졌다. 내년에도 꼭 다시 열어달라는 부탁을 뒤로하고, 다시 만난 기쁨과 새롭게 다잡은 마음으로 서로의 건강을 챙기며 찾아온 이들은 삶의 터전으로 떠났다. 남은 환우들은 언젠가 건강한 모습으로 홈커밍에 참석할 날을 기약하며 오늘의 치유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새로운 희망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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