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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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05  |  수정 2015-08-05 07:56  |  발행일 2015-08-05 제23면
[문화산책] 막걸리
이자규 <시인>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마시는 한 잔의 막걸리는 누구에게나 부담이 없다. 막걸리의 질박한 사발엔 밀과 쌀의 발효된 숙성이 담겨 있다. 우리네 술, 막걸리에는 모든 아버지의 힘이 있고 무명저고리를 입은 한국 여인의 굳건한 삶의 의지가 있다.

어린시절, 방구들 아랫목의 담요에 싸인 술독에서 부글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공연히 마음도 복닥거렸다. 사카린을 탄 술지게미의 노르스름한, 묘하고 달달한 맛 때문이다. 고두밥 찌는 날은 주전부리 날이었다. 밀반죽 땜질한 시루떡 얻어먹자고 아궁이 앞에서 부지깽이 두드리며 끝까지 기다렸던, 그럴 날 다시 올 것인가. 온고지신(溫故知新)을 기리는 마음이다.

막걸리를 표현하는 말도 여러가지다. 탁하다고 ‘탁주’, 희다고 ‘백주’, 백성이 가장 즐기는 술이라 하여 ‘향주’, 나라를 대표하는 막걸리라 하여 ‘국주’라고도 한다. 조선조 중엽 이씨 성의 한 판서는 담즙을 비우고 난 소의 쓸개 세 개에 소주·약주·막걸리를 따로 담아 매달아두었다가 며칠 후 열어보았는데, 소주 쓸개는 구멍이 송송 나고, 약주 쓸개도 많이 상했는데 막걸리 쓸개만이 오히려 두터워져 있었다 한다. 막걸리는 허기를 달래고 적당한 취기에 추위를 덜어 주는 데다 일 할 때 기운을 돋우고 서로 간의 의사소통을 시켜주기 때문에 오덕(五德)이 있다고 표현했다.

실생활에 유익하고 한국인의 정서에 걸맞다 해서 토속주 아니던가? 양나라 때 문헌에는 고구려 여인이 빚어 팔기도 하였다는 곡아주의 명성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농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막걸리에서 항암물질인 스쿠알렌 성분을 최초로 발견하였다고 한다. 새로 개발한 기술로 각각 분석해본 결과 맥주나 와인보다 50~200배까지 다량 함유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용기에 가라앉은 걸쭉한 물질에서 추출된 암 예방 성분과 스쿠알렌은 제조과정에서 효모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막걸리가 유산균과 효모가 풍부하면서도 열량은 낮은 것이 특징이며 단백질도 함유함으로써 노인체질에도 적당하다고 전했다. 빈대떡과 막걸리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먹거리다. 국력이 될 기술개발이 전 세계로 퍼져서 세계시장의 중심에 ‘한국막걸리’ 상표가 우뚝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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