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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엽 <대구공업대 교수·도예가> |
필자가 미국 뉴욕의 모대학 도예과에 초청교수로 갔을 때의 일이다. 도예과에 학부과정의 학생들이 물레성형 수업을 듣고 있는데 다수의 학생은 능숙한 솜씨로 기물을 만드는 공부를 하고 있었다. 반면 일부의 학생은 물레를 처음 접하는 것처럼 끙끙대며 힘들게 작품을 제작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주임 교수에게 이 이상한 현상에 대해 질문을 했더니 그는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아까 본 학생들은 전공 학생이 아닙니다. 그 학생들은 법학과, 의학과, 사회복지과 등 다른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이지요. 도자기 과목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들의 전공과목에서 벗어나 교양을 쌓기 위해, 또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학점 취득도 쉽다(?)고 입소문이 나서 선택하여 듣습니다. 전공 학생들은 힘들게 공부해야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지만 이들은 좀 다르지요. 아, 물론 대학 당국과 충분히 회의하고 검토한 뒤 타과 학생에게 개설이 허용된 과목입니다.”
그 주임 교수는 이들이 상생을 위한 미래의 ‘잠재 고객’이란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들 학생들은 후일 대학을 졸업해 직장을 갖게 되고 결혼해서 가정을 가지고 생활이 안정되면 문화생활을 즐기게 될 터인데 학부시절 몸소 체험으로 느낀 문화에는 자신이 아는 분야이니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화랑을 찾더라도 예술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이 많이 해소돼 작품을 소장하거나 애호가가 되는 것도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도 살고 화랑도 활기를 띨 것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 구매자는 남의 말에 이끌리기보다는 자신의 주관으로 소신있게 작품을 구매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자신의 색깔을 입힌 작품으로 미래의 잠재고객과 자연스러운 친구로 거듭나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이 대학은 지리적으로 세계 최고의 뉴욕이라는 대도시를 끼고 있어 더욱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못지않게 대구도 250만명이라는 인구가 살고 있는 대도시다. 이 거대 도시에 걸맞은 문화정책이 체계적으로 자리하면 몇십년 뒤에는 건강한 컬렉터가 만들어져 대구 문화가 지역적 특색을 갖고 지역민과 함께 공존하는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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