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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에서 돼지등뼈 한 소쿠리를 만원에 샀다. 우거지와 된장을 넣어 끓인 감자탕 한 솥으로 부자가 된 기분이다. 이웃과 나눠 먹을 봉지를 매면서 돼지가 인간에게 얼마나 친근한 존재인지를 생각해본다.
사람에게 돼지의 장기를 이식함으로써 생명이 연장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복제돼지를 만들 때 난자의 유전자 조작으로 장기 이식 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돼지의 발에는 칠성이 있어서 예부터 인간 세상의 좋고 나쁨을 관장한다고 했다. 칠성사상 때문에 돼지꿈을 그리는 것일까, 전통적으로 꿈 해몽에서 돼지꿈은 재수가 붙는다고 풀이된다.
옛날 고향집에선 집안 잔치를 앞두고 품앗이들이 모여 통돼지고기를 장만하면서 온 동네가 한 가족이 되기도 했다. 온갖 양념을 한 돼지선지에 불린 찹쌀을 묽숙하게 만들어 흐물흐물하도록 채워서 가마솥에 순대를 쪄낸다. 적당한 장작불 조절로 선지찰밥이 터지지 않게 잘 쪄진 순대 맛이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삼국사기에 돼지는 하늘과 땅 사이에 예언자 구실을 했거나 길잡이 역할을 했다고 전한다. 국가 차원의 큰 제사에서 신명의 제물은 돼지였다. 공사장에서 돼지머리를 놓고 올리는 상량식이나 개업 집의 신고식은 길조의 주술적인 사고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러고 보면 우리 조상들이 돼지와의 동질성에 선각적인 지혜를 가지고 있었음이 새삼스러워진다.
젖먹이를 집에 두고 화전갈이 하던 아낙이 젖이 부어올랐을 때 곁에서 나무뿌리 뒤지는 새끼돼지에게 젖을 물리는 것이 관례였다. 다산(多産)과 부(富)와 재수(財數)의 상징인 돼지는 건강약재로도 큰 도움을 주는 재물이다. 그래도 우리는 ‘돼지에 진주목걸이’란 비아냥거림의 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돈(豚)의 한국 발음이 금전과 같은 뜻인 ‘돈’이라서 같은 것끼리는 같은 효과를 유발시킨다는 주술사상을 보면 돼지꿈은 용꿈과 같은 항렬이다. 용이 상상의 동물, 왕권의 상징이라면 지상의 돼지는 더럽고 천한 것이 지닌 모순적 등가성을 갖고 있다. 그러던 것이 차차 미화되고 덧칠하고 확대되면서 지금은 위성 발사 같은 최첨단 과학행사에도 돼지머리 고사를 지내고 있으니, 누구나 한번쯤은 돼지꿈을 소망해볼 일이다.이자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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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돼지 예찬](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8/20150819.01023082940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