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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애용했던 내 삶의 구호는 ‘KISS(키스)’였다. 카카오톡 메시지로도 썼고, 수첩 맨 앞면에 써두기도 했다. ‘KISS’는 ‘Keep It Small and Simple(작고 단순하게 유지하라)’을 줄여 쓴 말인데, 캐런 킹스턴의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을 읽으면서부터 의도적으로 마음에 새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책은 내게 주변을 정리하라고 가르쳤다. 쓸모없는 잡동사니들을 눈앞에서 치워버리라고 했고, 짐을 가볍게 하라고 일러줬다. 그저 호기심에 집어든 책이었는데, 마치 저자가 강하게 요구하기라도 한 것처럼 다 읽자마자 벌떡 일어나 청소를 시작했다. 즉각적으로 행동에 옮기게 하는 어떤 힘이 분명 그 책에 있었다.
저자의 주장은 이러하다. 우리 주위에 있는 자연 에너지의 흐름을 균형 있게 조화시키는 지술(地術)을 ‘풍수’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잡동사니가 가득한 지점에는 어떤 해로운 에너지가 정체돼 있기 마련이며, 공간을 정리해서 에너지의 흐름을 유연하게 만들면 우리 인생에 긍정적인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잡동사니에 둘러싸여 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해로운 에너지가 우리를 피곤하게 하고, 몸을 무겁게 하며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게 한다고 했다. 오래된 물건들이 과거에 집착하게 하고 우울하게 한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또 돈을 낭비하게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 부분이 실감나게 와 닿았다. 당장 쓰지도 않고 앞으로도 쓸지 말지 알 수 없는 물건들이 공간을 차지하니 집이 좁고 답답하게 느껴지며 더 큰 집을 원하게 된다. 그러나 집을 ‘약간’ 늘려가는 일에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가.
어쩌면 현대인들이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사는 게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옷이 낡으면 옷을 사고, 신발이 헤지면 신발을 샀지만, 요즘에는 마음에 들면 사고 가격이 싸면 또 산다. 자꾸자꾸 쌓인다. 마트에 가면 습관적으로 쇼핑카트를 채운다. 한 사진작가가 전 세계를 다니며 조사해보니, 몽골인 한 사람이 살면서 소유하는 물건은 평균 300개인데 선진국의 경우 6천개에 이른다고 했다. 그저 남들이 사는 대로 따라 살다보면(또는 사다보면) 어느 날 잡동사니에 치여 무기력해진 스스로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KISS’를 잊고 지냈던 모양이다. 문득 돌아보니 온갖 잡동사니가 산을 이루고 있다.김수정<대구오페라하우스 홍보마케팅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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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작게, 단순하게](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8/20150820.01023080905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