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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규 <시인> |
가끔 여유가 주어지면 혼자만의 ‘장터 기행’을 떠난다. 왁자한 시골 장터는 사람냄새가 훅 느껴진다. 소박한 사람들이 주고받는 정겨움과 힐링 스토리가 있고, 그 지역의 오랜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물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저렴한 가격은 덤으로 주어진다.
남아있는, 사라져가는 문화를 가까이하고 싶어 나는 오늘도 1일부터 30일까지 장날 이름을 메모한 수첩을 펼치며 장바구니를 챙긴다. 장날은 사계절에 따라 별난 것들을 보는 묘미가 있다. 각 지역의 시장은 저마다 특성을 지니고 있어 그날의 필요에 따라, 형편에 따라 적절한 시장을 고르면 된다. 예를 들면 돔배기가 필요하면 영천장으로, 고추묘목과 종자가 필요하면 경산장으로, 맛있는 시골 국밥이 그리우면 풍각장으로 가는 것이다.
가끔은 아무것도 안 사고 고향의 기억을 공짜로 얻어오는 충만함도 있다. 포장되지 않고 정가표도 없이 흥정하는 모습이 마치 실험예술을 감상하는 듯 반가울 때도 있다. 낯설지만 그 지역 사람들의 눈빛에는 신선함이 있어 좋다.
시골장에는 생선가게 좌대 아래 떨어진 부산물을 냄비에 주워 담는 할머니의 모습이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터를 지키는 이름 모를 반려견의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떤 때는 간 갈치가 유명하다는 자인 장에서 계란 한 판 값으로 갈치 한 보따리를 사기도 했다. 푸짐하게 장을 보고 돌아오는 날이면 왠지 마음도 풍성해지는 듯하다.
푸르디 푸른 계정 숲을 지나자 들판이 보이는 버스 차창에 석양이 눈부시다. 뜻하는 바 없이 홀연히 떠날수록 선명하게 다가오는 서정을 느껴보라는 선인의 말이 생각난다. ‘인생은 꿈 가운데서도 가장 변괴스러울 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꿈’이라 했다. 길에서 배우라는 뜻이리라.
아무런 부담없이 떠나는 오일장 여행만큼 편한 나들이가 또 있을까.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의 유적지를 찾아 바쁘고 힘들게 다녀오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내가 살고 있는 인근의 오일장 나들이를 권하고 싶다. 텅 비어있다가 닷새 만에 풍성해지면서 왁자한 정이 흐르는 그곳에서 잃어버린 지난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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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장날 여행](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8/20150826.01023074757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