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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홍보마케팅 팀장> |
우리 사회에서 꽤 오랜 기간 선호되어온 말 가운데 하나는 ‘전문성’이 아니었나 싶다. 병원만 해도 그저 치과인지 아닌지 정도만 구분하던 사람들이 보철 전문인지, 임플란트 전문인지를 따져가며 찾게 되었다. 깊이를 중시하는 사회풍토는 모든 학문의 영역을 쪼개고 또 쪼개어 점점 더 어려운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고, 빵 만드는 일이나 머리카락 손질하는 일에까지 전문영역이 자꾸 만들어졌다.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겠지만, 다른 한편 세분화될수록 불필요한 경계가 생기고, 비슷한 분야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소통이 어려워지는 부작용도 있는 것 같다.
시간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보자.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수학이나 미술, 음악을 따로 전공하지 않았다. 시서화(詩書畵)를 함께 다루었고 음악도 즐길 줄 알았다. 요즘 사람들이 바라는 선진국형 ‘전인(全人)교육’과 다름없다. ‘21세기 창의적 인간상’이 바로 우리 선조들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간의 ‘분할적’ 태도를 버리고 다시 ‘포괄적’ 태도를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부터라도 내가 몸담고 있는 쪽의 인접한 영역은 물론 다른 영역에까지 열린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보면 어떨까.
반가운 것은 최근 여러 분야에서 ‘융합’이라는 표현이 곧잘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녹여서 합친다는 의미로, 곧 경계를 허무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융합은 특히 예술 각 장르에서 두드러지는데, 비슷한 의미로 ‘컬래버레이션’이라는 말도 쓴다. 연극과 영화의 컬래버 작업, 뮤지컬과 영화의 컬래버 작업들이 연이어 화제가 되었다. 이 같은 작업은 각 영역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낸다. 본래의 영역에서 관성적인 작업에 매몰되어가던 예술인도 과감히 경계를 허물자 새롭고 창의적인 예술 활동이 가능해졌고, 결과적으로 관람객의 눈과 귀가 즐거워졌다.
며칠 뒤 대구미술관에서는 의미 있는 컬래버 작업이 펼쳐질 예정이다.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의 융합이다. 대구미술관과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미술과 음악의 만남’을 기획하고 있는데, 전시장을 울릴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뛴다. 각각의 전문성을 적절히 살리면서 동시에 소통능력을 강화하면 분명히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융합의 시대다. 지역 문화예술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다양한 문화자원을 폭넓게 활용하는 일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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