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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행명 <대구중구 골목문화 시니어 해설사> |
햇빛 반짝이는 아파트 거실에 앉았다. 사랑채 마루에 앉아 시조를 읊조리던 선친의 모습이 떠오른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전·월세를 살면서 집이 없는 설움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설움을 잘 모른다.
우리나라 가계 빚이 1천10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대출액의 95% 이상이 집을 사는데 진 빚이라고 하니 대부분의 서민은 소유권만 내 집이지 빚더미 부채아파트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이자를 낮춰 건설경기를 부추기니 지금이 집을 살 기회인가 하고 너도나도 집을 산다. 우리의 특이한 부동산 개념은 아파트를 주거공간보다, 프리미엄과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서 내 집으로 정주하기보다 5~10년을 이사주기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집은 가족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공간이며 가족의 쉼터이다. 즐거움과 웃음이 있고, 자녀를 키우고 삶의 소중한 기쁨을 나누는 행복공간이다.
경기 부양책으로 건축경기의 진작도 중요하지만 생산이나 수출과 연결되지 않으면 아파트 경기는 결국 빚만 남게 된다.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의 대외변수는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일 수 있다. 문제는 대외 경제 여건 악화로 거품이 꺼져 주택가격이 폭락할 경우 1990년대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경기도 일산·신당 등 신도시를 만든 건축버블이 IMF 구제금융 사태를 불러와 전 국민이 고통을 당했다. 현재도 주택의 25% 정도가 깡통주택이라는데 주택가격이 폭락할 경우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권위있는 국제 기구가 조사한 한국 국민의 행복지수가 세계의 하위권에 머문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진위야 어찌되었든 간에 지난날처럼 보릿고개를 겪는 나라도 아니고 GDP 2만5천달러의 선진국에 진입하는 나라가 이런 조사통계가 나온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행복은 의식주의 좋고 나쁨에 있지 않음을 반증한다.
부채아파트는 우리 청년 세대가 갖고 있는 취직·결혼·출산·육아 등 밀접한 사회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가계 빚이 국내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급한 때이다. 지금이라도 집이 재산증식의 수단이 아니라, 진정한 가족애와 삶의 소중함을 나누는 공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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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부채아파트](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9/20150902.01023080640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