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카메라타와 천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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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04  |  수정 2015-09-04 07:38  |  발행일 2015-09-04 제17면
[문화산책] 카메라타와 천권당
김은환 <연극인>

카메라타(Camerata)는 실내, 살롱, 작은 방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Camera에서 유래한 말로 당시 시인, 음악가, 화가, 건축가 등 예술가들이 함께 모인 소그룹을 통칭하던 말이기도 하다. 16세기 말 피렌체의 예술 후원자였던 백작 ‘조반니 데 바르디’가에서 만들어졌다. 그 멤버로는 천문학자인 갈릴레이의 아버지 V.갈릴레이, 시인인 O.리누치니, 작곡가 페리·카발리에리·카치니 등이 있었다. 이들은 고대 그리스 고전의 현대화를 비롯해 다양한 예술사론을 논의하면서 바로크 음악문화의 한 축인 오페라 형식을 처음으로 고안해 음악사적으로 주요한 의의를 갖게 됐다.

최근 대구에도 이들의 의의를 계승하는 모임이 하나 생겼다. 연극하는 후배가 사비를 털어 마련한 공간인 ‘천권당’이 그것이다. 언뜻 보면 대구예술발전소의 ‘만권당’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개관 당시 책을 보는 공간이면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시민참여의 공간, 젊은 예술가들의 교류 장소, 라이브러리와 아카이브를 위한 공간을 목표로 했던 만권당은 현재 시민들에게 ‘북 라운지 카페’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천권당’은 그 뜻을 이어가려고 한다는 점에서 현재진행형 공간이며 모임이다. 또 모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카메라타와 유사성을 갖고 있다. ‘천권당’은 공간보다 사람에 초점을 맞춰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을 불러 모았다. 지역의 만 39세 미만의 젊은 예술가들을 위해 지식을 쌓는 작은 도서관을 세우고 놀이·연습·토론·실험의 공간으로 개방했다. 그 결과 연극, 음악, 무용,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젊은 예술가들이 모였고, 새로운 담론과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장르 간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역에도 많은 예술대학이 있고 해마다 좋은 인재들이 졸업하고 있다. 세대가 달라지면서 새로운 가치와 패러다임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그들은 기성의 가치와 질서를 요구받고 있다. 젊은 세대로선 자기들을 이해해 주지 않는 현실이 답답한 노릇일 것이고, 기성은 기성대로 전통을 따르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오페라 개념이 ‘카메라타’ 모임을 통해 탄생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카메라타의 구성원들이 기성이 만들어 놓은 질서에 그냥 순응했다면 지금의 오페라는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다. 젊은 예술가들이 기죽지 않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가기 위한 실험의 공간과 모임이 지역에 넘쳐 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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