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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예술행사장이다.
시민A: 시간 다 되었는데 왜 시작 안 하노?
시민B: 앞자리 빈 거 보이 높은 사람들이 아직 안 왔는 모양이다.
행사가 시작된다.
사회자: 에, 지금부터 ~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바쁘신 가운데도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분들을 소개 올리겠습니다. ~의회 의장님, ~분과위원장님, ~의원님, 그리고 ~회장님, ~협회장님, 원로 ~님, 후원해 주신 주식회사 ~회장님….
소개하는 동안 몇몇 원로 예술인들은 좌석 뒷자리에 서 있다.
C: 뭐 이래 높은 사람이 많노?
D: 언제 끝나겠노?
E: 그라이 말이다.
사회자: 먼저 ~장님의 축하말씀을 듣겠습니다.
~장이 그동안의 행정 실적을 설명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예술인들의 노력과 협조를 당부하는 의례적인 말로 축사를 끝낸다.
사회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여러분 ~장님께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다음은 ~님의 축사가 있겠습니다. … 다음은….
지루한 소개에 이은 긴 축하의 ‘말씀’은 더욱 지치게 한다.
B: 어이, 이거 언제 끝나겠노?
A: 이러다가 내 약속시간에 늦겠다.
B: 그러면 나가자.
그들은 작품도 보지 못하고 자리를 뜬다. 이럴 즈음 주요 인사들도 예술인들의 지역 예술의 현황과 건의 사항은 듣지 않은 채 축사를 마치고는 허리를 굽혀 자리를 떠 행사장을 빠져나간다. 식장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혼란스러워진다.
D: 저 사람들 뭐하러 왔노?
E: 그것도 모르나. 행사장마다 얼굴 내밀고 선거 운동하러 다니는 거 아이가!
F: 그런 얘기 많이 들었는데, 오늘 보이 정말 그렇네.
그 엉성한 공간에 들을 사람과 볼 사람이 떠나고 예술인들만 덩그렇게 남는다. 대구에서 벌어지는 많은 행사장의 보편적 풍경이며, 지역 예술행사장의 자화상이다. 시민의 말처럼 얼굴 내밀고 선거운동하는 깊은 뜻(?)이 있다면 그것은 예술인들의 알레르기와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를 낳게 될 것이다. 예술단체장들도 왜 그들을 그렇게 자주 초청하는지 모르겠다.
몇 년 전부터 대구예총에서 예술소비운동을 전개했는데, 당국은 몇 권의 시집과 몇 장의 티켓과 몇 점의 미술작품을 구입했는가. 그리고 예술인은 임금이 불러도 가지 않고 찾아오게 하는 소불소지신(所不召之臣)의 자긍심과 예술정신을 지켜가고 있는가.
권원순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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