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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TV에서 결정장애를 주제로 외국의 젊은이들이 뜨거운 토론을 펼치는 걸 봤다. 결정장애란 선택의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을 고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심리를 뜻하는 신조어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올리버 예게스가 2012년에 제시한 개념으로 선택장애, 결정장애, 햄릿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원어로는 ‘제너레이션 메이비(Generation Maybe)’라고 표현한다. 매사에 확실함 없이 ‘아마도’ ‘어쩌면’ 식으로 행동한다는 의미다. 198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내고 TV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더 친숙하며, Yes나 No 대신에 Maybe란 말을 자주하는 이들을 지칭한다.
예게스는 결정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산물로 봤다. 그는 이 시기에 성장한 사람들은 아날로그 문화가 디지털 문화로 빠르게 전환되는 경험을 했다며,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겪은 탓에 이들은 특정한 가치 기준에 몰입하기보다는 모든 관점과 취향을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만들려 한다고 분석했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를 확실하게 선택하지 않고 가능한 한 유보하려는 성향을 나타낸다. 주목할 것은 이런 성향이 어느 특정 국가만이 아닌 전 세계 젊은이에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타인의 의견청취가 한층 쉽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스마트폰을 통해 시시각각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접하고, 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 젊은 세대가 결정장애 양상을 보이는 것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몇 해 전 일본의 한 경제지가 휴대전화 세대(20대 후반)와 스마트폰 세대(20대 전반)의 차이를 분석했다. 무리하기보다 할 수 있는 일만 하려는 경향이 있는 스마트폰 세대는 자신들을 ‘얕잡아 보는 시선’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상사를 원한다고 했다.
결정장애 세대를 이해하고 포용하기 위해선 권위의 갑옷으로 중무장해서 선택을 강요하는 흑기사가 아니라 소설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장 알버스 덤블도어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 덤블도어는 애정 어린 눈빛으로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는 천천히 입을 연다. “장애라는 말이 붙었다고 해서 위기를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지닌 능력보다는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줍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용기를 내세요, 여러분!”
김은환 <연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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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결정장애 세대](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9/20150911.01017075043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