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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부터 대학은 인문학을 중심으로 정신과 이상의 가치를 사명으로 하고 그 역할을 감당하는 ‘지성의 전당’으로 출발한 큰 배움터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대학은 생산과 소비와 경쟁이라는 자본주의의 체제와 이념의 요구에 대학의 본질과 사명은 상실되고 망각되어가고 있다.
대학 존재의 이유로 추진되는 대학의 기업화는 ‘기술학교’로 변질되면서 지식과 인간의 상품화, 학문의 직업화를 가져오고 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은 책을 통한 이상과 시대비판 정신, 그리고 사회정의에 대한 관심조차 찾을 수 없는 공간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대학의 위기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대학의 풍경을 보라. 첫째, 대학축제. 큰 무대를 만들고 가수와 개그맨을 고가의 개런티로 초청하고 텐트 치고 술 팔고, 음식 만들어 팔고, 액세서리 팔고, 게임하고…. 그리고 술 취한 여학생을 등에 업고 힘겨워하는 남학생의 모습이 대학 축제의 마지막 풍경이다. 학술 세미나, 명사초청 강연회, 음악회와 전시회, 체육대회 등 지성과 낭만과 호연지기의 열정은 찾기 힘들다.
둘째, 도서관. 수십만 권의 도서가 소장되어 있는 도서관에는 이상과 꿈을 심고 바람직한 인간형성을 위한 철학, 역사, 문학, 예술에 관한 서적들은 고적(孤寂)한 형상으로 꽂혀있고 토익시험과 취업에 필요한 서적과 학기시험 준비의 교재에 매달려 있는 학생들만 있을 뿐이다. 셋째, 휴식시간. 떼 지어 모여 앉아 음료를 마시며 시끄럽게 지껄인다. 화단 옆에 앉아 시집을 읽거나, 건물 모퉁이에 앉아 악보를 펴고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 큰 나무 그늘에 둘러앉아 시국이나 예술을 토론하는 모습은 점점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왜 혼자는 못 있을까? 한마디로 중심상실이다. 혼자 있을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 대학 주변. 대로변이나 어두운 골목길에 암세포처럼 번져 있는 모텔, 식당, 술집, 게임방, 음산한 감옥처럼 밀집해 있는 아파트들, 춤추고 노래하는 노래방들을 보라. 이것들이 후세에 유산으로 물려줄 정신문화를 창조하는 지성의 상아탑 주변 풍경이다.
소비주의, 쾌락주의, 이기주의에서 깨쳐 일어나 세계와 국가 그리고 대학문화에 대하여 고민하는 대학과 대학인의 모습이 요구되는 오늘이다. 우리는 무엇에 가치를 두고 일생을 살아갈 것인가? 우리의 욕망과 행위는 어떠해야 하는가?
권원순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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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지금, 대학은 어디에](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10/20151001.01024080649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