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꿈을 꾼다. 그것도 개꿈을 꾼다. 택도 아닌 꿈이지만 개꿈인데 어쩌랴.
명절 등 사람들이 모여서 술판이 벌어지고 놀이판도 벌어지면 안줏거리로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정치이야기다. 흥이 오를 때 더욱 분위기를 뜨겁게 하는 이 메뉴를 안주로 즐기다보면 왠지 모르게 짜증이란 놈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정치적 신념이 달라서 불편도 하겠지만 정치에 기대는 희망이 막연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이참에 내가 늘상 꾸는 개꿈 한번 풀어보고자 한다. 제목은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어차피 개꿈이니 우선순위, 논리적 개념, 객관적 사실 무시하고 그냥 막 말한다.
제일 먼저 우리 동네 빨래터에 대리석을 깔아놓으신 분들을 감방으로 모실 것이다. 문화재 보수공사에 깔끔하게 시멘트 바르시는 분들, 삶과 역사의 흔적이 담겨있는 오래된 건물을 리노베이션 한다면서 깨끗하게 새 옷을 입히시는 분들 모두 동거(居)동락할 수 있는 작은 방에 모실 것이다.
하고 많은 꿈 중에서 왜 이 꿈인가 하면 환경이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떠들고 싶지만 그래봤자 진짜 개꿈취급 당할 것이 뻔한 일이라 그냥 소박한 꿈놀이나 하려는 것이다. 작은 하나가 바뀌면 그 옆 것이 바뀌고, 또 그 언저리가 바뀔 것이라는 개꿈을 늘 꾸기에 그냥 이 일에 목숨을 걸련다.
봄이면 수양버들 살랑살랑 춤추고, 동네 아낙네들 삼삼오오 벚꽃 피는 시심에 흥이 오르면 그 흥에 맞추어 힘든 시집살이도 풀어내는 노래를 하면서 빨랫방망이를 정겹게 도닥도닥 두드리던 우리 동네 빨래터는 그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문화재다.
1950년대에 그린 박수근의 ‘빨래터’라는 작품이 45억원에 낙찰된 것이 그의 향토적이고 현대적인 독특한 화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시대의 빨래터에 담겨있는 소박한 서민들의 모습이 곧 군상의 삶을 표현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의 삶 자체가 귀한 문화재가 되는 인문학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과 시간이 선물한 아름다움들을 읽어내는 개념과 관심이 부족하다.
한번 사라지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아름다운 일상의 꽃 때들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감성과 사회적 구조가 되지 않는다면 소중한 서민문화재들은 계속 사라질 것이다. 범법을 해야만 범법자가 아니다. 작은 삶의 문화를 파괴하고 왜곡하는 이들도 범죄자라고 부르고 싶다. 이 꿈이 낮잠 자다 꾸는 개꿈일지라도, 거대한 창고 하나가 가진 리노베이션의 꿈이 자본으로 치장되어 사라져 버리는 현실에서 억지라도 부리지 않을 수 없다.김향금 <대구현대미술가협회 회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산책] 개꿈](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10/20151006.01023080323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