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사투리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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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09  |  수정 2015-10-09 07:50  |  발행일 2015-10-09 제17면
[문화산책] 사투리의 가치
김은환 <연극인>

며칠 전 우리나라 명문대학 동아리 면접 과정에서 선배들의 갑질이 논란이 된 기사를 봤다. 후배들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사투리를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잔존하고 있는 사투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보는 듯해서 마음이 씁쓸했다.

사투리는 탯말이다. 고향의 말인 우리말이며 우리 지역의 정서와 문화, 역사, 해학의 미학이 담겨 있다. 지역 고유의 유산이며 간직해야 할 가치가 있는 소중한 문화적 콘텐츠다. 그런 사투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게 된 것일까.

서울 토박이는 대략 서울인구의 30%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 외의 인구는 다른 지역에서 상경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유독 서울에서 자기 지역의 사투리를 구사하는 것을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 방송의 영향이 크다. 공영방송에서 사투리는 틀린 말이라고 가르치기 시작했고, 여전히 ‘우리말 겨루기’ 같은 퀴즈 프로그램에서 사투리는 정답이 아니라고 한다. 또 드라마, 영화에서 사장이나 실장 역할은 표준어를, 가정부나 기사 역할은 사투리를 쓰게 함으로써 대중의 뇌리에 사투리를 쓰는 인물은 사회의 낮은 계층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는 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투리가 기업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다고 판단해 사투리를 쓰는 인재들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이런 까닭에 각 지역의 젊은 인재들은 사투리를 버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투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유네스코는 제주 사투리가 소멸 직전을 의미하는 위기단계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나마 반가운 것은 국립국어원이 경북대학교 언어문화상품개발단과 함께 매년 전국 사투리 상품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도에는 지역의 한 디자인 회사가 사투리를 이모티콘에 접목시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미 일본에서는 각 지역의 사투리를 아이디어화한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도시 이미지를 특화시키는 데도 사용하고 있다. 최근 대구시의회는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민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대구 바로 알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운동에 우리 지역의 사투리도 포함됐으면 한다.

사투리는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 지역 정체성의 상징이다. 도심 입구에서부터 곳곳에 사투리를 캘리그래피해놓는다면 지역민의 사투리 보전 의식과 자부심도 높일 수 있고 관광자원도 될 것이다. 사투리 상품을 더 다양하게 개발한다면 사투리의 가치는 더욱 치솟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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