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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음악회를 보러갔다. 공연장이 아닌 내과병원의 하늘이 확 트인 뜰에서 연주하는 야외 음악회였다. 멋진 가을밤의 음악회! 참 낭만적이었다. 색소폰과 피아노, 그리고 타악기가 어우러진 이 음악회는 클래식인지, 재즈인지 분별이 되지 않는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한마디로 내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음악회였다.
강태환과 미연, 박재천 프리 뮤직 트리오의 공연이었는데 낯선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음악이 가득했다. 공연의 시작은 타악기의 두드림이 알렸다. 그 두드림이 점점 고조돼 무언가 내부에서 토해내는 듯한 거친 소리가 펼쳐지더니 이어 조성, 박자, 형식을 무시한 낯선 색소폰 소리가 더해졌다. 마치 주파수를 잘못 맞춘 라디오 잡음 같은 느낌이랄까. 게다가 전혀 다른 엇박자의 피아노 소리까지. 어떻게 이런 연주가 가능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세 소리는 묘하게 어우러져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었다.
타악기는 동서양의 국적 불명의 모습이었으며 색소폰은 색소폰이기를 거부하는,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이 천방지축인 두 악기를 피아노가 연결고리가 되어 조화를 만들어내는 듯했다. 이 악기는 광적으로, 때로는 무심한 듯 하면서 서서히 관객들을 흥분 속으로 끌어들였다. 마치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백남준의 아트를 섞어 놓은 듯한 그런 모습으로. 나 자신이 폭풍 속에 휘말려 버린 듯한 느낌으로 그들에게 매료 되어 연주가 끝난 후에도 한참을 멍하게 앉아있었다.
자유 즉흥 음악. 비형식의 형식화가 새로운 감동을 만들었다.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차 한 잔 하자는 친구를 마다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느낌을 당장 내 작업으로 옮겨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음악 같이 형식도, 형체도, 그리고 색의 본성을 거부한 그런 그 어떤 것을 그려 내고싶다. 마음은 벅차 올라 넘칠 것 같은데, 붓을 잡은 손은 내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무엇이 가로막는 것일까.
누군가는 예술활동을 함에 있어 생각 자체를 없애라고 한다. 그리고 원초적으로 돌아가라 한다. 생각을 표현으로 나타내는 것은 참 어렵지만 너무 매력적인 일이다. 이 음악처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그 자유로운 몸짓들을 언젠간 꼭 표현하고 말리라! 그러기 위해 치열하게 나와의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남혜경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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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가을밤 음악회](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11/20151102.01023080644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