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다문화가족이 기댈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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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10  |  수정 2015-11-10 08:19  |  발행일 2015-11-10 제25면
[문화산책] 다문화가족이 기댈 언덕

멜팅 팟(Melting Pot)과 샐러드 볼(Salad Bowl)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미국의 다문화정책을 일컫는 말인데, 멜팅 팟은 인종, 문화 등 여러 요소가 하나로 융합, 동화되는 현상으로 ‘인종의 용광로’라고도 한다. 샐러드 볼은 다양한 채소가 어우러져 맛을 내는 샐러드처럼 문화적 다양성을 살려 다른 차원의 진화를 이끌어내자는 의미의 정책이다. 미국은 이 같은 다문화 개방정책을 바탕으로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한국에서 다문화가족은 올해 기준 82만명 내외이며 여전히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다문화청소년의 수는 이미 9만명을 넘은 상황이다. 그리고 하나 충격적인 것은 다문화 청소년들이 학업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학교의 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라는 사실이다.(23.8%, 2012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완전한 내 편과 배척해야 할 남을 구분하는 ‘버릇’을 가지게 됐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스스럼없이 타인을 반겨주기란 어려운 일이 됐다.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인물들이 국제화의 흐름을 타고 하나둘 섞여들면서, 낯선 그들에게 경계심을 먼저 가지게 됐다.

한국의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취업난, 경제난이라 해도 가난으로 굶어죽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될 정도이고, 사회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세계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이미 국가 간의 물리적인 경계는 의미가 매우 옅어졌으며, 더 이상 한정된 국토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가 없다. 위처럼 관습적인 실수가 굳어져버리면, 한국은 스스로 걸어 잠근 문 안에서 영원히 갇혀 살고 말 것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이다. 다양성의 의미를 인식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출신과 같은 것으로 사람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 다문화란 말 그대로 둘 이상의 문화가 공존한다는 의미이다. 이미 서울시에서는 결혼이민자 등의 이중 언어 구사능력을 활용해 이들을 대상으로 관광통역안내사 집중 육성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이 가진 융합된 문화의 힘을 유용한 곳에 쓰는 것이다.

그들이 이방인으로 남지 않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그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어야 한다. 그를 통해 그들이 가진 다양성을 우리 문화의 일부로 확보하고, 그 안에서 새 차원의 융합된 문화를 창조해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김천일 <청우물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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