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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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26  |  수정 2015-11-26 08:05  |  발행일 2015-11-26 제23면
[문화산책]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이현창 <대구시립국악단 악장>

조선후기 판소리 명창 중에 권삼득이란 유명한 비가비가 있다. 비가비란 광대가 될 신분이 아닌데 광대가 된 사람을 뜻하는 말로, 양반의 신분으로 광대가 된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권삼득은 안동권씨 양반가문에서 태어났으나 유년 시절부터 학업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소리에만 미쳐 집안의 우환거리였다. 오죽했으면 그의 부친 권래언의 호가 이우당인데 그 뜻이 ‘두 가지 근심이 있는 사람’이란 뜻으로, 그 중 한 가지는 아들 권삼득이 소리를 해서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라고 하겠는가.

부모의 숱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성한 뒤에도 소리에 대한 그의 기세가 그칠 줄 몰랐다. 결국 그것이 문중의 수치라고 생각한 가족들은 회의 끝에 권삼득을 멍석말이하여 죽이겠다고 통보하였다. 이 정도의 협박이면 항복할 만도 한데 권삼득은 소리를 못 할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여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사람들이 모여 멍석말이를 하는 날 마지막으로 소리 한 곡조를 부르게 해 달라는 소원을 말하였다. 죽을 사람 소원인데 못 들어줄게 있겠나 싶어 소리를 하게 했고, 권삼득은 마지막으로 소리 한 소절을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멍석 밑에서 구슬피 새어나오는 소리를 들은 모든 사람이 간장을 녹이는 그의 소리에 감동이 되어 울음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가문에서는 그에게 소리를 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대신에 족보에서는 파문을 하게 된다. 자유를 얻은 그는 타고난 고운 목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소리 공부를 하였고, 이후 엄청난 노력으로 명창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사실 그의 원래 이름은 권사인이었으나 소리 공부 끝에 사람, 새, 짐승 이 세 가지 소리를 모두 터득했다고 하여 삼득(三得)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지금도 중요시여기는 판소리 기법 중 설렁제, 덜렁제 혹은 권마성제라는 선율을 개발하였고, 후일 많은 제자를 양성하여 조선후기 판소리사에서 큰 족적을 남기게 된다.

만약에 권삼득이 부모의 강권에 못 이겨 중간에 판소리를 그만두고 평범한 양반의 신분으로 살았더라면 그의 인생은 어떠했을까? 인생을 살면서 목숨을 걸만큼 좋아하는 일을 만나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고 감히 평하고 싶다. 누구나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것이 가장 큰 행복 아니겠는가.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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