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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산다. 그리고 그를 해소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우리 주위의 정보를 수집하고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노력한다.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고 준비한다. 우리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이 어느 곳에나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험난한 자연환경을 헤치고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했던, 인류의 타고난 본능인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 본능은 나를 해칠 가능성이 있는 타인에 대한 경계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한국의 경우는 좀 더 특수한데 일제강점기에서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혼란 속에서 모르는 사람을 섣불리 믿기 어려웠고,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 상황에 대한 대비가 생존과 직결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드러나는 일부분만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해야 했고 ‘저 사람은 이럴 것’이라는 추측된 인간상을 우리 안에서 확립해야만 했다. 일차적으로 수집한 정보에 기대어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고 갱신하는 데 너무나 소극적이 됐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단순히 나에게 위해를 가할지 여부를 판단하던 이 본능이 오늘날 눈과 귀를 틀어막고 현실을 곡해하게 만드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그리고 요즘 가장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여태껏 본능으로서 존재해왔던 이런 버릇이 그 잔재만 남아 남을 시기하고 경멸하는 일에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남을 깎아내리면서 만족을 얻는 데 익숙해졌으며 이미 우리의 눈과 뇌는 그러한 자기기만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이런 잘못된 사태의 심각성을 지금 깨닫고 고치지 않는다면 우리 안에는 흉측한 비인간성만이 남게 될 것이다.
세상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인간의 안전은 이제 보장돼 있다고 봐도 좋다. 과거에는 살기 위해 타인을 경계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세계는 이미 하나가 되었다. 국가 간의 경계조차 허물리고 있는 오늘날 우리 마음에 그런 벽을 쌓아 쇄국을 자초할 필요가 있을까.
나 또한 그랬던 시절이 있었고 그 때문에 놓쳐버린, 나의 미천한 눈으로 알아보지 못한 귀한 인연들이 얼마나 많을지를 떠올려 보면 아쉬운 마음과 함께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경계심이 생긴다. 이런 경계심이 중요하다. 우리의 본능이 우리의 눈과 뇌를 가리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임의로 제 눈을 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보는 버릇을 새로이 들인다면 자연과 인간이 빚어내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김천일 <청우물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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