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배려가 주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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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02  |  수정 2015-12-02 07:55  |  발행일 2015-12-02 제23면
이광석 <월드인쇄 대표>
이광석 <월드인쇄 대표>

가을을 보내고, 마음까지 어는 듯한 겨울의 길목이다. 오늘은 새로운 경험을 하는 날이다. 왜관의 한 수도원에서 열린 ‘인쇄 및 제본 기술 교류의 장’에 대구인쇄조합 조합원들과 함께 참석한 것이다.

성경과 책, 캘린더 등을 출판하는 그곳을 향해 아침 일찍 대구에서 출발했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필자에게 TV에서나 보던 수도원에 간다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과 설렘이었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어 수도원에 도착하니 수사님과 일행분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수도원은 꽤 큰 규모였다. 수사님은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출판사는 외부와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데, 이 행사를 계기로 소통과 상생의 길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친절한 수사님은 수도원의 역사와 원내 시설을 소개해주셨다. 출판사, 목공소, 유리공예, 금속공예, 농장을 둘러보았다. 또 수도원에서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정통 독일식 햄과 소시지 등도 볼 수 있었다.

얼마 후 후덕하고 푸근한 인상을 지닌 신부님 한 분이 오셨다. ‘아빠스님’이라고 해 순간 얼떨떨했는데, 수도원에서는 원장님을 ‘아빠스’라 한다는 것을 알고 이해가 됐다. 아빠스님은 당신의 집에 오신 손님을 환영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오신 것 같았다.

아빠스님은 말씀도 재미나게 하셨다. 수도원에 우편물이 올 때 ‘아빠스님 앞’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고 우편배달부가 “여기는 스님도 계신가요”라고 묻는다 하며 우리의 긴장도 풀어주며 ‘아빠스’라는 단어를 잊지 못하게 하신다.

전시관을 둘러본 후 수도원의 낮 기도에 우리 일행도 참석하였는데 40여 분의 신부님들이 서품 받은 순서대로 입장하여 기도하는 장면은 엄숙하고 장엄했다. 드디어 점심시간, 살짝 궁금한 생각을 가지고 식당으로 향했다. 정성껏 준비한 식단과 미사 때 외에는 내어놓지 않는다는 특별한 포도주도 맛볼 수 있었다.

식사 후에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출판사에 도착해 인쇄, 제본, 기타 시설을 둘러보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출판계 정보도 교환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며, 수도원에서 준비한 캘린더와 책까지 선물로 받고 버스에 올랐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긴 여운이 남는 하루였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이라면 배려와 나눔, 행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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