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부모로서의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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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08  |  수정 2015-12-08 08:08  |  발행일 2015-12-08 제25면
[문화산책] 부모로서의 욕심
김천일 <청우물류 회장>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부모들은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 아이의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부모라는 그 이름이 평소라면 상상도 못했을 극적인 행동들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특히 한국의 부모들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내 아이, 내 가족은 내가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투철하다. 큰 희생도 마다 않고,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부모로서의 삶이 그러한 듯 보인다.

반면에 한국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OECD 회원국 중 꼴찌(2014년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2009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6년 내내 최하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그들이 말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학습부담(20.8%), 성적압박(15.6%), 그리고 부모와의 불화(20.8%)이다. 유아기부터 끊이지 않는 교육에 대한 과도한 강요, 그리고 당연한 듯 이어지는 다른 아이들과의 비교, 그 비교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아이는 그 어린 나이에 좌절을 배우게 된다. 모든 아이는 부모에게 기쁨을 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부모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아이 역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자란다.

하지만 그 기대란 그야말로 부모들의 욕심으로, 아이가 원하는 것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오직 자신이 생각한 ‘바람직한 삶’의 모델에 아이의 인생을 끼워 맞춘 것일 뿐이다. 이 얼마나 이기적인가. 내가 공부를 많이 못한 게 한이 돼, 아이는 부족함 없이 자라게 하고 싶어서 등 아이들에게 부모의 인생을 전적으로 투영한 결과이다. 그런데 왜 그것을 아이에게까지 강요하고 떠넘기는가. 공부 못한 게 한으로 남는다면 직접 공부할 일이다. 내가 누리지 못한 게 한이 된다면 지금 누리고 살 일이다. 전혀 늦지 않았다. 내 아이를 통해 무언가를 해소하려는 그 욕심이 아이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그저 건강하게 곁에 있는 것만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면서 기꺼이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우리는 행복할 수 없을까.

우리의 아이는 분명히 우리의 피를 물려받은 가까운 존재이다. 우리가 그 아이를 골라서 데려온 것도 아니요, 그 아이가 제 발로 우리에게 온 것도 아니다. 한 명의 개체로서 사실은 전혀 관계없다고도 할 수 있는, 너무나도 독립된 존재이다. 내 아이니까 나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오신(誤信)일 뿐이다. 그러니 부디 아이에게 아이의 온전한 인생을 돌려주어라. 부모의 역할이란 자식들이 제 앞가림을 잘하고, 잘살아가는 방법을 조언해주고 안내해주는 것이다. 부모가 없으면 살지 못하는 아이를 만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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