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오리지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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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10  |  수정 2015-12-10 09:33  |  발행일 2015-12-10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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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창 <대구시립국악단 악장>

올해 초 휴가기간을 이용하여 영국 런던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올해가 지나면 아이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때문에 큰맘 먹고 두 아이의 오랜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 일이었다. 열흘간 런던에 머무르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곳에서 한 일 중 그래도 기억에 제일 남는 것은 뮤지컬 전용극장에서 뮤지컬 몇 편을 본 것, 아들과 프리미어리그 축구경기를 관람한 것이다.

우리가 관람한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빌리엘리엇’ 등 영국 오리지널 뮤지컬이었다. 사실 이 중 두 작품은 대구에서도 관람했던 작품이어서 자연히 두 곳이 비교가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런던의 뮤지컬 전용극장은 대구에서 관람했던 극장보다 좁고 불편했다. 그리고 무대, 조명, 음향시설에 있어서 오히려 대구보다도 뒤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연기자의 연기나 작품 해석이 더 나을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바로 오리지널을 경험했다는 문화적 자부심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래에 들어 해외 오리지널 뮤지컬 팀의 내한공연 포스터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외국에 가서나 볼 수 있었을 유명 뮤지컬 공연을 가까운 거리에서 편안히 볼 수 있으니 애호가들에게는 참으로 호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관람료가 거금인 데도 몇 번씩 관람하기도 한다. 그것이 오리지널 작품이기 때문이다. 비단 뮤지컬뿐만이 아니다. 다른 장르의 공연예술은 말 할 것도 없고 각종 상품, 의류, 과학기술, 문화에 이르기까지 오리지널의 힘은 크고 폭넓게 작용한다.

지난 8월 정부에서 문화융성을 표방하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브랜드 개발·확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그 정책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로 대중예술, 즉 한류에 대한 지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순수예술 쪽은 미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장의 인기와 경제적 이익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 그 콘텐츠가 진정 우리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연구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무쪼록 우리의 작품, 오리지널의 힘을 가진 한국적인 작품을 가지고 세계시장에서 승부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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