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언니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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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11  |  수정 2015-12-11 07:38  |  발행일 2015-12-11 제17면
[문화산책] 언니가 돌아왔다
안건우 <극단 시소 대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요즘, 여러 공연장에서 많은 장르의 공연들이 막을 올리고 있습니다. 공연을 찾는 관객들은 어떤 공연을 볼까 즐거운 고민에 빠질 만큼 수준 높고 의미 있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 공연 중에 필자는 극단 구리거울의 부조리극 ‘집에서 동물원에서’를 꼭 보려 합니다. 원작자 에드워드 올비가 젊은 시절 쓴 작품 ‘동물원에서(zoo story)’를 80대 노년이 되어서 쓴 ‘집에서(home life)’와 한데 묶어 새로이 펼쳐낸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초연이라 기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관극을 하고 싶은 이유가 꼭 이것만은 아닙니다. 반갑게도 오랜만에 무대에서 만나는 한 분의 선배 여배우 때문입니다.

필자가 처음 단역으로 출연했던 연극에 주인공이었던 이 선배는 많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며 활발한 활동을 한 여배우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업과 결혼으로 한동안 무대에서 만날 수 없었습니다. 모든 여배우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여배우가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다 보면 배우로서의 삶이 몇 년간 멈춰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연극은 다른 장르의 예술 활동과는 달라 혼자서 할 수 있는 창작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오랜 멈춤으로 감각이 사라질 우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출연을 선택한 선배의 결정이 너무 반가운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무대로 많은 선배들이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여러 이유로 무대를 떠나있던 선배님들이 무대로 다시 돌아와 예전처럼 신나게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좋은 환경의 연습장이 없었던 때에 멀리 칠곡의 한 폐교에까지 가서 땀 냄새가 배도록 늦은 밤까지 치열하게 연습하고, 그것도 모자라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작품에 대해 논쟁을 펼치던 선배들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그 옆 한자리에 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모습을 보는 것으로도 행복했던 때가 다시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선배들의 노련함과 후배들의 신선함으로 무대가 가득 채워지는 것이 보고 싶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면서 혹은 공연을 보면서 순수했던 때의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선배님들이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빨리 돌아오십시오. 오셔서 무엇이라도 함께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공연을 함께 못한들 어떻습니까. 곁에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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