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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혜경 <화가> |
며칠 전 남해의 ‘바람흔적미술관’이라는 곳에서 초대전을 열게 돼 청년 작가 한 사람과 남해로 향했다. 앞서 일본 나가사키와의 교류전도 함께 다녀온 터여서 동행하기로 했는데 막상 출발하려 하니 긴장이 되었다. 장거리인 데다가 나이 차이도 많아 공감대가 많이 다를 수 있어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지만, 가는 동안 이야기는 쉴 새 없이 이어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돼 어색함은 없었다.
그림이라는 공통적인 매개체는 나이도 성별도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가 보다. 고속도로를 벗어나니 이때까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삼천포 대교 아래로 보이는 잔잔한 은빛 바다 위에 숟가락으로 뚝뚝 떠 놓은 듯한 작은 섬들은 정적인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는 듯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변길 사이로 나지막한 산과 소박한 어촌 마을을 한참 돌아 시원한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펜션 같은 갤러리에 도착했다. 아! 환호성도 잠시 차에서 타는 듯한 냄새와 하얀 연기가 마구 뿜어나왔다.
일단 디스플레이부터 시작하고 젊은 작가는 차 수리를 위해 정비소로 향했다. 빨리 고쳐질 것 같다는 연락에 직원들은 모두 퇴근을 하고 외등 하나 없는 캄캄한 산 속 집에 혼자 덩그라니 남게 됐다. 기계에서 뿜어내는 온기가 없는 공간은 오히려 쾌적함으로 다가오고 타인들의 부담스러운 시선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완전한 혼자만의 공간에서 나지막이 노래를 불러봤다.
그리고 라디오 볼륨도 최대한 높여 외로움이라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보려 했다. 그것도 잠시, 죽음 같은 적막감이 이내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무언가 슬며시 내게 다가와 나지막이 속삭인다. 너는 무엇이며 왜 여기에 존재하는가.
그래서 곰곰히 생각한다. 존재란 무엇이며 거기서 나는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 것일까. 그리곤 답을 찾는다. 존재한다는 것은 축복이자 혼돈이다.
아마도 축복과 혼돈 속에서 끝 없이 이어지고 있는 나의 붓질은 이곳도 저곳도 아닌 공간에서 가벼움을 소중함으로 바꾸는 작업을 수 없이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분분한 상념은 밖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흩어져 버리고 “어이구, 많이 늦었지요?” 하는 반가운 소리에 나는 제자리를 찾는다. 대구로 돌아오는 길의 밤하늘엔 유난히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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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12/20151214.01023075821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