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샘의 밑줄 쫙] ‘마약’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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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18   |  발행일 2015-12-18 제43면   |  수정 2015-12-18
[김샘의 밑줄 쫙] ‘마약’공화국

쉬는 날 온종일 텔레비전을 보고 있노라면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셰프라는 직업이 인기 직업이 된 지는 이미 오래됐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셰프의 식당은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든 명소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열풍에 편승하려는 듯 각종 ‘먹방’들이 주요 방송 시간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요리 한두 개 할 줄 모르는 남자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미개인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시대별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과 인기 있는 직업이 달라지는 건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왜 우리는 이처럼 먹는 것에 열광하는지 가끔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방송에서의 열풍은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사회 전반의 지나칠 만큼 음식에 대한 광범위한 과대광고는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길을 가다보면 맛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마약이라는 표현을 쓰는 음식점을 흔히 보게 됩니다. 마약 김밥, 마약 빵, 마약 떡볶이, 심지어 히로뽕커피라는 것도 있더군요. 한번 맛보면 중독돼서 헤어날 수 없을 만큼 맛이 좋다는 뜻인 것은 알겠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에 꼭 마약이라는 표현을 써야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아빠 마약이 먹는 거야?” 어느날 초등학생인 아들이 묻더군요. “마약이란 사람 몸에 아주 안좋은 것이다. 한번 접하게 되면 영원히 끊을 수 없고 사람 몸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아주 나쁜 거야. 절대 가까이 하면 안되는 거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빠가 말한 것처럼 아예 생각도 안하면 좋으련만 혹시라도 우리의 아이들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마약광고’ 때문에 한번이라도 호기심을 갖게 된다면 어쩌나. 그야말로 생각조차도 끔찍한 일입니다. ‘마약 핫도그가 이렇게 맛있는데 진짜 마약은 대체 어떤 맛일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해줄 분 혹시 계십니까?

갈수록 사람들이 더욱 자극적인 것을 원하고 있고 웬만한 자극에는 꿈쩍도 안한다는 것을 알지만, 마약 청정지대라고 하는 대한민국에서 공공연하게 심지어는 언론에서조차 마약이라는 표현을 마구 쓰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상술 때문에 우리의 아이들이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정말 맛있는 가게에서는 그런 표현을 쓰지 않고도 손님들이 항상 줄을 선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방송인·대경대 방송MC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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