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영남일보 문학상 시 당선소감] 내 詩는 길에서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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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01   |  발행일 2016-01-01 제30면   |  수정 2016-01-01
20160101
강서연

눈이 내린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기다리는 전화는 도무지 올 것 같지 않았으므로 금강변을 따라 시원하게 내달려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동행하는 이 없이 혼자 나선 길은 낯설고 두려웠다. 대전 시내를 벗어나 세종시 입구에서부터 엉키기 시작한 길은 영영 풀리지 않는 낡은 노끈 같았다. 추위와 굶주림보다 막막함이 더 외로웠다.

그런 와중에 울려온 전화벨은 내 삶의 내비게이션이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길이 열리고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야 할 방향을 지침 해놓은 화살표를 따라 나는 이제 힘껏 달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상처투성이인 내 삶에 고운 새살이 덮이는 것만 같았다. 하늘도 그동안 수고했다고 위로해 주려는 듯 어깨 위로 토닥토닥 함박눈이 쌓였다.

그제야 강변에 누워 있는 나무와 풀들의 나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들의 벗은 몸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몸에 따뜻한 시의 옷을 입혀야 한다는 소명감이 든다. 이것은 ‘내 시(詩)는 길에서 주웠다’와 같은 말이다.

자전거로 강변을 달리고 돌아올 때면 주머니 가득 돌멩이, 풀꽃, 바람, 물결, 새소리, 햇살들이 도란도란 담겨 있었다. 작은 풀씨 하나에도 꼼꼼하게 이름을 달아주느라 밤을 지새웠다. 내 이런 수고와 노력을 늘 부추겨 주시고, 생각해보면 참 사람 따뜻한 주병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사유, 사유, 사유, 통찰, 통찰, 통찰! 귀에 못을 박아주시던 배재대 강희안 교수님께 오늘만큼은 채찍보다 칭찬이 더 듣고 싶은 날이다. 새벽녘까지 불 켜놓은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밝게만 자라준 내 영혼의 노래 같은 세 아이들에게 이 모든 영광을 돌린다. 험난하고 난해한 길일지라도 같이 걷고 있기에 힘이 되는 문우 례, 숙, 정, 헌, 주, 수, 영, 봄, 화, 아, 희 등과 ‘불이문학회’ 회원님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시고 이름 불러주신 영남일보와 이하석 선생님, 곽재구 선생님께 감사의 큰절을 올린다. 더 많이 통찰하고 더 깊이 사유해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외투 같은 시를 써나가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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