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나무를 심은 사람’, 숲의 故鄕을 만들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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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6-07-08  |  발행일 2016-07-08 제면
■ 2부 여름 이야기-전남 장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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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가꿔온 장흥의 명품 힐링숲 편백숲우드랜드 오솔길. 장성 편백나무숲과 함께 국내 양대 편백숲으로 사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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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사의 포토존인 샘 지키는 ‘꼬마 전각’.

장흥 대표 五行산 중 중심부의 억불산
120㏊ 빼곡 50여만 그루 편백나무 숲
58년前 손석연씨 심고 가꿔 郡에 기증
힐링코스 우드랜드만 해도 15만 그루

우드랜드 근처 무계고택 ‘園林’ 눈길
8월 100여년 된 배롱나무 진홍빛 향연
보림사 옆 비자나무·대숲 앙상블 환상
전국 절집 중 가장 큰 사천왕상 진풍경


◆장흥…글과 물과 산의 고장

난생 처음 찾은 장흥. 이 공간을 규정하는 세 단어가 있다. 바로 ‘산·수·문(山水文)’이다. 산향(山鄕)·수향(水鄕)·문향(文鄕)이란 뜻. 산수의 기품이 심대하니 자연 문심(文心)이 성성할 수밖에. 그래서인지 장흥의 산하는 남다른 각(角)을 갖고 있다.

‘숲의 고향(林鄕)’이라 할 만하다. 이 고장에는 ‘오행산(五行山)’이 있다. 장흥의 중심부는 억불산, 그 동쪽에 제암산·사자산, 서쪽에 부용산, 남쪽에 천관산, 북쪽에 수인산이 좌정해 있다. 억불산에 미늘 같은 바위 하나가 절묘하게 돌출돼 있다. 비오는 날은 안보이지만 맑은 날에는 묘봉(妙峯)으로 다가선다. 당연히 그럴듯한 설화를 머금고 있다.

구두쇠 시아버지 몰래 걸승에게 시주한 맘씨 고운 며느리. 걸승이 감동해 그 며느리한테 천기를 귀띔한다. 며칠 뒤 천둥 소리가 들리면 뒤돌아 보지말고 무조건 뒷산으로 피신하라고 당부한다. 예언대로 장흥은 물난리를 당하고 며느리는 아이를 업고 산으로 피신 중 살려달라는 시아버지의 다급한 목소리에 그만 뒤를 돌아본다. 며느리와 아이는 돌로 굳어버린다. 현재 미늘처럼 보이는 저 바위가 바로 며느리가 업고 있던 그 아이다. 물바다가 된 거기는 현재 ‘박림소(朴林沼)’, 며느리가 쓰고 있던 수건(巾)이 날아가 떨어진 동네가 현재 장흥읍 ‘건산리’다.

장흥읍에 도착하면 관광객의 눈을 즐겁게 하는 우람한 산이 지척에 있다. 장흥군청을 응시하는 산이 3개나 있다. 억불산·제암산·사자산이다. 사자산은 장흥을 지키는 스핑크스, 후지산을 닮아 ‘장흥 후지산’으로도 불린다. 남해 해풍이 활성돼 패러글라이딩족에게 인기다.

수자원이 푸짐하고 처처에 생태숲과 휴양림이다. 철마다 각기 다른 꽃의 명소가 불을 밝힌다. 천관산의 동백꽃~선학동의 유채꽃~한재공원의 할미꽃~제암산의 철쭉~하늘빛수목원의 튤립~상선약수 평화마을의 목백일홍(배롱나무)~억불산의 억새~선유동 유채꽃…. 400살이 된 삼산리 후박나무와 용산면의 푸조나무, 천관산 장천재에서 하늘을 향해 날아갈 듯 기우뚱한 모습의 500살 태고송 등도 장흥만의 거목들이다. 그뿐만 아니다. 석화~매생이~바지락조개~하모~된장물회~표고버섯~키조개~무산김~전어~낙지~장흥한우가 자기 영역을 수호하면서 사계절 맛자랑을 한다.

두 포인트가 반딧불이처럼 강렬하게 다가섰다. 장흥군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에코힐링숲인 ‘편백숲우드랜드’와 담양 소쇄원 못지않은 포스를 가진 장흥읍 평화리 ‘상선약수평화마을’이다.

◆편백나무숲…우드랜드

당초 편백숲우드랜드에서 잠을 청할까 싶어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2개월 전에 예약이 끝나버렸다. 매력포인트가 뭔지 궁금했다. 폭우를 뚫고 숲 앞에 섰다. 왜 사람들이 이 숲에 혹하는지 알 수 있었다. 산책로와 촘촘하게 들어선 편백나무군은 균형을 이룬다. 120㏊ 억불산에 50여만그루의 편백나무가 있다. 33㏊ 우드랜드에만 15만그루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숨은 공로자가 있다. 1958년 조림가 손석연씨가 당시 척박한 억불산에 손수 나무를 심어 숲을 가꾸었고 훗날 장흥을 위해 기증했다. 2009년부터 장흥군에서 직영한다.

한옥촌 등 주택촌은 건축을 체험하고 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일종의 모델하우스이자 숙박 가능한 주택들이다. 우드랜드는 2개월 전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으며 기본 입장료는 어른 2천원, 청소년 1천원, 어린이 500원이다. 우드랜드 안에 있는 한옥, 흙집, 통나무집 등의 대여료는 8만~20만원.

우드랜드 근처에 지나치기 쉬운 묘한 분위기의 ‘무계고택’(고영완 가옥·상선약수평화마을)이 있다. 160여년 전 철종 때 고재극이 언덕에 지은 3단 구조의 원림(園林)을 거느린 고가다. 8월에 오면 진경을 볼 수 있다. 100여년 수령의 50여그루의 목백일홍이 떨궈내는 진홍 꽃잎의 향연이다. 송백정 연못은 이 꽃잎 때문에 석양처럼 물든다. 아직 일러 백일홍은 피지 않았다.

대문으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은 좀 으스스하다. 음습하지만 그래서 더 묘한 감흥을 준다. 오른쪽 담장을 파고든 팽나무가 담을 물고 용틀임 중이다. 그 옆에 맹종죽이 군락을 이뤄 하절기 더위를 날려준다.

고택을 나와 유치면 가지산 자락 보림사 옆에 도사린 비자나무숲으로 향했다. 산의 초록은 극도로 차분하면서도 자애로웠다. 100년 이상의 239그루의 비자나무와 대숲이 앙상블을 이룬다. 초입 산책로 곁에 놓인 파도 모양의 안락벤치에 누워본다. 우드랜드가 생기기 전에는 여기가 장흥 최고의 삼림욕장이었다.

정갈해진 몸을 들고 보림사 경내로 들어갔다. 한국 불교미술사에 큰 획을 긋는 사찰이다. 천년고찰 보림사는 ‘장흥의 불국사’와 같은 가람. 두 점의 국보, 4점의 보물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철조 비로자나좌불(국보 117호)과 대적광전 앞 불국사 석가탑을 닮은 삼층석탑과 석등(국보 44호)을 보며 합장했다. 전국에서 가장 큰 사천왕상은 맘 속 잡귀를 몰아내 줄 듯 불기(佛氣)가 대단하다. 절 마당에 재밌는 풍경이 보인다. 샘을 위해 별도의 전각을 만들었다. 절 뒤편 보조선사 창성탑비 앞에 서면 연꽃 모양의 가지산 봉우리 5개가 합죽선처럼 펼쳐져 있다. 그걸 보는 이는 6번째 연꽃이 된다.

장흥 휴양림 벨트는 유치면 신월리 월암마을 탐진호 근처의 유치휴양림, 관산읍 천관산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진다. 초봄에 온다면 대한민국 최고 군락지로 뒤늦게 알려진 천관산의 동백숲도 놓치지 말 것.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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