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문학관광기행특구…이청준·한승원 문학로드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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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6-07-08  |  발행일 2016-07-08 제면
‘문림의향’의 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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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방앗간을 연상시키는 영화 ‘천년학’ 세트장 전경.

산자수명하니 문현(文賢)이 상응하지 않을 수 없다. 지성계에선 장흥을 두고 ‘문림의향(文林義鄕)’이라 했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보다 25년 앞서 지어진 ‘관서별곡’의 지은이가 장흥에서 태어났다. 안양면 기산리 출신의 기봉 백광홍(1522~1556)이다. 34세,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송강의 가사만 빛나게 된다.

동학농민군의 최후의 혈전지는 장흥읍 충열리 석대들. 출중한 문장 위에 동학 민초들의 항거정신이 포개지니 문화가 더욱 야물 수밖에. 한 세기가 지난 후 장흥 출신의 소설가 둘이 장흥의 동학혁명을 위해 대하소설을 헌정한다. 용산면 포곡리에서 태어난 송기숙의 ‘녹두장군’, 회산면 신상리에서 태어난 한승원의 ‘동학제’였다. 이 밖에 고은과 함께 노벨문학상 후보자로도 거론되는 소설가 이승우, 아동문학가 김녹촌, 시인 이대흠과 김영남 등 장흥 출신 문인 50여명의 문학 족적을 고스란히 담은 천관문학관도 천관산 초입에 마련된다. 그래서였을까. 2008년 이 고장은 국내 첫 ‘한국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된다.

안양면 수문해수욕장에서 정남진전망대를 거쳐 제주도 성산포를 오가는 오렌지 카페리가 있는 회진면 노력항으로 남행하는 길의 오른쪽과 왼쪽에 이청준과 한승원의 생가와 이들을 위한 문학로드가 있다. 딸 덕분에 요즘 치솟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승원의 창작실인 ‘해산토굴’은 문학인들을 위한 관광명소가 된 지 오래다. 토굴에 서면 종려나무가 즐비한 산책로와 득량만의 수문 구실을 하는 여닫이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볼거리와 느낄거리는 이청준 문학로드에 더 쏠려 있다. 미백(未白), 이청준의 아호다. 그는 참 복이 많다. 그의 무덤, 그의 생가, 그의 작품을 배경으로 한 영화 세트장, 그의 문학로드가 원스톱으로 회진면 진목마을 이청준 생가 근처에 오밀조밀 다 모여있다. 장흥읍에서 천관산 방면으로 가다보면 회진면 진목리에 닿는다. 생가의 툇마루, 기둥 등에 들기름이 잘 스며들어 있어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다. 생가를 나서면 ‘정남진 문학탐방길’이 보인다. 문학탐방길 1코스는 생가마을에서 옛 고갯길을 지나 대덕읍 연지삼거리에 이르는 오솔길이다. 생가 마을 뒤편 느티나무 앞에 섰다. 득량만이 회색과 옥색이 합쳐진 듯한 몽환의 수평선을 보여준다.

완도의 청산도 청보리밭길만큼 아름답다는 봄날 회진면 선학동의 유채밭과 득량만, 그리고 해송과 못둑 같은 해안 방파제가 조각보처럼 내려앉은 곳에 영화 ‘천년학’ 세트장이 지어졌다. 붉은 양철지붕이 인상적인 남도의 허름한 외딴집 한 채였다. 지어진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다지 낡지 않았다. 비바람을 피해 세트장 2층으로 올라갔다. 봉창을 열고 득량만을 유유히 날아가는 천년학을 향해 셔터를 연발했다. 천년학의 원작은 이청준의 ‘선학동 나그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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