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발의 2천100여개, 통과는 ‘0’…일하는 국회라더니 또 정쟁만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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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6-09-05  |  발행일 2016-09-05 제면
3개월간 법안만 쏟아내놓고
정작 심의는 단 한 건도 안해
청문회·추경 힘겨루기로 허송

20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면서 문을 열었으나, 개원 이후 3개월 동안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무한 정쟁’만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국회의원들이 역대 어느 국회보다 경쟁적으로 많은 법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국회 법안 심의는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법안 처리 실적은 ‘0’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의원입법으로 ‘규제강화 법안’은 대거 발의돼 경제계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4일 현재 법안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2천100여개에 달한다. 이는 19대 국회 초반 3개월(1천232건)과 18대 국회(729건)에 비해 급증한 것이다.

한 달 간이나 원(院)구성 협상을 벌여 지각 개원이 이뤄졌던 19대 국회에선 개원 뒤 3개월간 6건, 18대 4건, 17대에선 1건의 법안이 각각 처리됐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선 법안 심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것이다.

법안 심의가 중단된 것은 20대 국회 들어 여야 각 당내 사정과 추경안 처리 및 조선·해운업구조조정 청문회 증인 채택을 놓고 벌어진 여야 간 힘겨루기 등이 겹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9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7일 차기 대선을 관리할 새 지도부를 선출한 전당대회를 치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후 새누리당은 전대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불거졌고, 더민주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정체성 갈등이 빚어지면서 원내 상황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국민의당은 김수민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혼란을 겪었다. ‘협치(協治)’와 ‘일하는 국회’를 다짐한 20대 국회가 본연의 기능을 망각하고, 초심을 잃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다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기업 관련 법안 중 3분의 2가 규제 법안인 것으로 나타나, 경제계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대 국회 개원 첫 두 달 동안 발의된 규제 관련 법안은 모두 597개로, 이 중 규제강화 법안은 무려 457개에 달한다. 이는 지난 19대 국회 개원 첫 두 달 동안 발의된 규제강화 법안 259개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규제 완화 법안은 140개에 불과했다.

이에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는 최근 공동 성명을 내고 “규제적 입법 추진이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국회가 어려운 경제 현실을 직시하고 노동 입법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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