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미8군 무대에 서려면…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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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1   |  발행일 2017-04-21 제35면   |  수정 2017-04-21
기획사 오디션 통과후 8군무대 오디션
합격 땐 쇼단 등급별로 미군클럽 순회
투어 마치면 다시 오디션 거쳐 8군무대
이때 美 국방성 파견 음악전문가가 심사

최고령 현역 기타리스트 임영수(74)는 한국 재즈의 발판이었던 미8군 무대와 카바레에 대한 뒷 이야기를 들려줬다.

“미8군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해요. 일단 기획사 오디션을 통과해야 됩니다. 합격해야 쇼단의 정식 멤버가 돼요. 미8군무대에서 3~6개월마다 실시하는 오디션에 통과해야 됩니다. 오디션에 합격하면 쇼단의 등급이 매겨지죠. 그럼 전국 각지 200개 이상의 미군클럽을 순회공연을 하고 투어를 마치면 다시 오디션에 임해야 됩니다. 방심하면 추락이죠. 객석을 사로잡는 기운이 없어도 쫓겨나죠. 무대와 객석을 하나로 만드는 일체감, 이게 국내 미8군무대 뮤지션의 특기였습니다. 심사위원은 미 국방성에서 직접 파견한 음악전문가였어요. 봐주는 것도 없어요. 필요한 곡은 미군 라디오 방송 녹음기로 녹음하고 그걸 들으면서 각 파트의 악보를 따서 소속사 창고에서 맹연습을 했습니다. 하지만 미8군무대도 정통재즈는 감당할 수 없었어요. 스탠더드팝송 등이 주종을 이루죠. 하지만 연주에는 분명 재즈의 그루브가 살아 있었어요. 63년 비틀스가 등장하자 경음악단 스타일의 연주단이 갑자기 록밴드 스타일로 교체되죠. 모르긴 해도 미8군 특수는 10년 정도였던 것 같아요.”

빅밴드의 경우 5대의 색소폰, 4대의 트롬본, 4대의 트럼펫, 포리듬 악기(기타, 베이스, 드럼, 피아노)와 퍼커션 등 18명이 그룹을 이룬다. 미8군무대는 단순한 음악 공연이 아니었다. 무용, 코미디, 마술 등이 가미된 패키지쇼였다.

미군클럽도 장교용 ‘오피서스(Officers)클럽’, 하사관용 ‘NCO클럽’, 사병용 ‘EM클럽’으로 분류됐다. 악단도 실력에 따라 3등급됐다. 플로어밴드·하우스밴드·오픈밴드로 구분된다. 플로어밴드가 1급으로 전국투어를 할 수 있다. 특정 부대에 딸린 전속밴드가 하우스밴드다. 하지만 오픈밴드는 아직 오디션을 통과하지 못해 미8군 주변 기지촌 클럽에 머물렀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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