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연극은 시대의 거울이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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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05  |  수정 2017-09-05 10:42  |  발행일 2017-07-05 제23면
20170705

‘연극은 시대의 거울이다.’ 서울 대학로 한복판, 각종 연극 포스터들이 즐비한 게시판 타이틀을 장식하고 있는 문장이다. 어느 날 그 문구를 보고 자리를 한참 떠나지 못했던 적이 있다. 그날 본 공연이 현실을 강렬하게 반영하기도 했지만, 객석이 너무 텅텅 비어있는 현실과도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연극은 시대의 거울이었다. 그리스 시대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도록 도왔고, 기원후 유럽에서 라틴어를 모르던 서민들에게 기독교 교리를 쉽게 풀어 전파하는 수단이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한낱 쓰레기 취급받던 영어가 아름다운 언어로 격상되도록 했고, 프랑스 혁명 때, 민중의 촛불이 되어 낡아 빠진 절대 왕권을 무너뜨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토록 연극은 찬란한 소통의 역사와 함께해왔지만, 이젠 모두 다 ‘한때’가 되어 버렸다.

어느새 시대의 거울은 SNS가 되어버렸다.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시간 맞춰 공연장을 찾아가는 것 자체가 이미 벅차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갈망이 있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다면 굳이 공연장을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더 현실적이고 고급스러운 이야기들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발 빠른 시대, 연극은 트렌드에 뒤처진 예술이 되어버렸다. 더욱 참담한 건 심지어 연극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이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늘 찾아주는 관객을 기다리고 작품을 만드는 작업에 충실하다 보니, 어렵고 가난한 연극쟁이로서 살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 이 암담한 현실을 외면하게 된 것이다.

연극은 다시 시대의 거울이 되어야 한다. 현대인들은 직접적인 소통에 목이 말라있다. SNS는 매우 가깝고 갖고 있는 에너지가 강렬해 보이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간편하게 다량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마음속에서 쉽게 잊히기 마련이다. 또한 SNS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은 많은 오류를 발생시킨다.

반면 연극은 실제 존재하는 호흡이자, 살아있는 예술이다.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정보를 전달해 오래도록 각자의 기억 속에 품어주고, 약속된 시간과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직접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이렇게 연극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든다.

연극이 다시 시대의 거울이 되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연극을 만드는 모든 이들이 이 암담한 현실을 늘 잊어버리지 않고, 트렌드를 보다 빠르게 파악해 많은 관객이 공연장을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극 한번 보러 가야지’ 하며 마음만 먹었던 사람들, 이 글을 읽고 ‘아, 연극이란 게 있었구나’ 하는 여러분의 많은 관심도 필요하다. 박지수 <극단 에테르의 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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